경 상

앞높이 18㎝×뒤높이 28.5㎝.어쩌면 평범 속에 비범한 성자(聖者)의 격에 잘 어울리는 너무도 소박하고 자그마한 책상으로 친근감이 느껴진다.대종사는 제자들이 올린 편지에 답장을 쓰기도 하였는가 하면, 초기 교서를 초안 정리했기에 수택(手澤)이 어린 유품이기도 하다.그런가 하면 이 경상이 지닌 특별한 의미는 대종사 열반을 일년 앞두시고 온통 심혈을 기울인 치열한 산고(産苦) 끝에 우리 새 회상의 경전 가운데 핵심인 「정전(正典)」의 모체라 할 전무후무한 역저(力著) 「불교정전」을 발간하신 데 있다. 1942년 대종사 그동안 진행되어 오던 정전(正典)의 편찬을 자주 재촉하시며 감정(鑑定)의 붓을 들으시매 시간이 밤중에 미치는 때가 잦으시곤 하셨다. 드디어 성편되매 바로 인쇄에 붙이게 하시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때가 급하여 이제 만전을 다하지는 못하였으나, 나의 일생 포부와 경륜이 그 대요는 이 한 권에 거의 표현되어 있나니, 삼가 받아 가져서 말로 배우고, 몸으로 실행하고, 마음으로 증득하여, 이 법이 후세 만대에 길이 전하게 하라.’ 이 경상은 정산·대산 종사에 의하여 종법실에 보존되어 오다가 일체의 대종사 유품과 함께 원기64년 3월 신설된 본 중앙박물관에 이관되었다.

김학인 원불교역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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