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중의 경영철학

법문을 삶의 한가운데로

영락없이 ‘맘씨좋은 옆집 아저씨’처럼 생긴 CEO(최고경영자) 추지석 효성그룹 부회장(강남교당). 그의 메모판 앞장엔 종법사 법문이 정성스레 ‘모셔져’ 있다. 그것을 왜 항상 지니고 다니냐고 하자 “너무 좋아서요”라며 너털 웃음을 짓는다. 성자의 말씀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삶의 한가운데로 가져오니 원숙한 최고경영자답다. 문득 지난 연초 효성그룹 사보에 온통 대종경 말씀을 ‘도배’한 용기가 생각났다.


기름 사나이의 외도와 귀가

추 부회장은 화학공학을 전공(서울대)했다. 음악과 작문을 좋아해서 문과 성향이었던 그의 공대지망은 역사성을 그대로 대변해 준다. 고2때 우주선 스푸트닉이 발사되자 상대 지망자들이 공대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효성과의 인연은 대학 재학중이던 3학년 무렵이다. 당시 삼성그룹 산하에서 효성물산으로 독립한 직후라 효성은 신규사업이 필요했었다. 효성에 있던 선배의 부름에 응했던 것이 인연이 된 것. 그들은 모든 사업을 검토한 후 ‘정유’를 점지하고 ‘기름’공부를 했다. 하지만 회사는 나일론으로 대변되는 섬유를 주력업종으로 택했단다.

5년만에 ‘기름을 향한’ 그의 ‘외도’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LG로 옮겨 LG엔지니어링을 설립했고, LG건설에도 오래 몸담았다. 국내 최대 정유단지인 여천공단 초기 건설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1968년 결혼후 7년간의 이즈음 여수생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아마도 개척과 신혼, 이 양자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인 한 때였기 때문이리라.

그가 효성으로 돌아온 것은 1994년. 조석래 회장이 오가며 만날 때마다 ‘같이 일해보자’는 권유 때문에 복귀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협력과 인화, 그리고 신바람

“경영은 결국 사람들간의 협력과 인화가 중요합니다.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그 이익을 창출하는 사람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CEO로서의 경영철학에 대한 단적인 답변이다. 한시적 목적의 프로젝트들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것이 기업이라 했을 때, 프로젝트들의 총괄적 관리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협력과 인화가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LG에서 경영혁신을 하며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인간존중의 경영’이라는 모토를 만들어 내기도.

“최고 성과를 올리는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올리는데 있습니다. 즉, 신바람 문화지요.”

그에게 또하나의 경영철학은 ‘신바람’이다. 외국의 경우 신바람의 영향은 10-20%효율인데 반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 신바람이 있고 없고는 일의 결과에 뚜렷한 영향을 나타낸다고 한다. 사우디에서 태국인 타일공이 하루 6평 작업을 하는데 우리 근로자는 4-5평 작업을 하더라는 것. 하지만 ‘신바람 나게’하니 하루에 12평을 작업하더란다.

“항상 임원들에게 현상유지는 가치가 없다고 말을 합니다. 3-5년 후의 회사 변화를 제시하여 종업원들에게 비젼을 주라고 합니다.”

신바람은 꿈과 희망에서도 만들어 진다는 말이다.

CEO로서 바라보는 교단경영을 질문해 봤다.

“지금 우리사회의 한 현상을 봤을 때 50대 이후의 젊은 은퇴자들은 국가적 손실입니다. 그런 전문 인력을 종교계나 비영리단체에서 수용한다면 전문성을 높이고 위험 감지능력이 향상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CEO로서의 일상사

최고경영자들은 어떻게 살까?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가 연초 유럽의 CEO 1,4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유럽의 CEO들은 평균 6시간을 자고, 3번 일자리를 옮겼으며, 2-3개 외국어에 능통하다고 한다. 추 부회장은 6시간을 못자는 것 같다. 12시가 넘어 잠들고 새벽 5시 정도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사실상의 비즈니스 공용어인 영어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고, 새벽에 일어나 중국어를 배우는 등 자기개발에도 열심이다. 이렇게 본다면 추 부회장은 유럽의 CEO 평균보다 약간은 더 부지런하고 일관성 있다는 결론이다.

일어나면 10분 정도 맨손체조를 하고, 저녁 9시경에 퇴근하여 부인(김수련 강남교당 봉공회장)과 30분 가량 산보를 한다. 주말엔 기회가 되면 골프나 등산을 하고, 특별한 염원이 있을 때는 새벽녘 법신불전에 향피우고 ‘절’을 한단다. 그의 건강관리엔 신앙·수행도 묻어 있다.

처가가 원불교 집안이었지만 교당엔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인연이 된게 미국 뉴욕교당었고, 1985년 귀국하여 지금까지 집 가까이 있는 강남교당을 나간다. 법회출석 개근에 대한 욕구도 높고, 교당에서 ‘감사’를 배워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권한다고 한다.

실수한 비서를 대하는 것이나 기자를 지하철역까지 손수 배웅하는 그는 확실히 인간중심의 경영이 체화된 인간미 넘치는 CE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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