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송학중학교 목 승 균 교사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삶이란/나 아닌 그 누구에게/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생각하면/삶이란/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어린 아이에게 사탕 하나, 과자 한 조각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중의 보물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아이 눈 앞에 또 다른 새로운 맛의 세계가 펼쳐질 때 자연스럽게 피자와 햄버거, 초콜릿이 사탕과 과자의 권좌에 오른다.

점차 커면서는 돈을 비롯한 물질이 여기에 속하게 되고 이성과의 사랑과 권위로운 나를 추구하는 마음이 여기에 속하게 된다.

이와같이 인간 세상에서는 나 뿐만 아니라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순조롭기만을 바라며 산다. 하지만 우리의 희망사항과는 다르게 순조로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세상에서 동일한 목표는 실현되기 힘들다. 더 구체적으로 본다면 내가 목표를 성취하는 순간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실패의 쓴잔을 맛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아직 어린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이런 세상의 흐름을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학교 학생들 역시 저기 앞에 사탕 하나가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먼저 그 사탕을 내 것으로 취하기 위해 힘차게 점프하자고 결정을 내린다. 어리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이처럼 어린 우리 아이들의 삶에 남을 배려하고 함께 도와가며 살아가는 생활의 행복을 느끼게 해줬던 시간이 소록도에서의 2박 3일이었다.

소록도에 살고 있는 한센병 환자들의 손에도 똑같이 우리 아이들의 입맛을 당기는 사탕과 과자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 사탕과 과자는 그저 입맛만을 당기고 점프해야겠다는 마음을 생기도록 하는 것 이상의 뭔가가 있었다. 오랜 기간 병으로 고통을 치르며 소록도라는 세상과 격리된 공간 속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삶을 직접 보게 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과 발을 느낀 아이들에게 흐르는 눈물을 훔치다 젖은 손으로 건네는 사탕 한 줌의 의미는 이미 달콤함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어린 우리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고 숙소로 돌아오면서도 그 울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한 아이가 “샘, 우리 방학하면 다시 와요” 라고 한다. 항상 자신만을 위하고 소록도에 오는 것 자체를 싫어했던 아이인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이 아이의 마음 속에는 어떤 댓가를 바라는 것이 아닌 그저 2박 3일간 함께 살았던 소록도에서의 생활을 다시 하고 싶고 병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것 말고는 없었을 것이다.

2003년을 마무리 하는 마지막 교외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 성지송학중학교 식구들은 아주 중요한 것을 배우게 되었다. 나눔이란 함께 사는 세상에서 나와 나 아닌 남을 위해 나도 모르게 마음 가는대로 마음 쓰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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