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이야기 ②

▲ 정상현 교무
지평선이라는 배를 타고 교육계로 건너온 나의 모습은 진흙으로 곤두박질을 한 여행이었다. 짧은 1년 세월이 10년을 산 것처럼. 우리 선생님들과 밤을 새우며 한 아이의 진로를 걱정해야 했고, 많지 않은 작은 수의 아이들이 왜 그렇게 버거웠던지…

하얀 눈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교정을 바라보면서 방학해 집에 가 있는 아이들의 얼굴이 맑게 그려진다. 웬걸 짓궂고 심술쟁이의 얼굴은 사라지고 예쁜 아이들의 미소가 가득하다. 지금쯤 무슨 일을 하고 방학의 끝을 장식하는지 궁금하다.

학기 초 폭력으로, 왕따로, 칠삭둥이로, 한쪽 만을 고집해서 적응하지 못하는 천재소년, 외국생활과 한국교육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몸이 큰 아이, 폭력을 다스리면 욕설이 나오고, 담배를 다스리면 가출을 하고, 이 아이들과 정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기까지 우린 반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우린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주기로 했다. 늘 허공을 젓던 아이들에게 바이올린과 첼로를 쥐어주고, 대인관계를 가르치기 위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예절을 가르치고, 시험보기 전날 선생님들과 하나하나 질문을 통해 학문의 길에 들여보냈다.

작은 학교에 적은 학생수, 많지 않은 선생님들, 하지만 우린 미래를 향해 큰 꿈을 꾸고 있다. 대안학교의 해석을 달리하면서 공교육에 희망을 주는 자율학교의 평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 아이들은 지도를 들고 생태지도를 그리며 녹색대학원 선생님들과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질서를 배우기 위해 어떤 땐 “여기가 사관학교야?” 비명을 지르지만 우린 자율적인 교육환경에서 스스로 배우는 창의적인 아이들을 기르는데 목적을 둔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의 개교정신에 입각하여 마음을 잘 쓰는 사람이 되어 나를 사랑하고 세상과 조화를 이뤄 인류에 봉사하면서 낙원세계를 만들어 갈 작은 대종사님을 키우고 싶다.

진흙 속의 연꽃… 이제 막 연못을 만들지만 우린 아름다운 연꽃을 피울 것이다.

얼음 속에서 피어나는 새싹처럼…

정상현 교무 지평선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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