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중생, 어리석은 불보살

‘중생은 영리하게 제 일만 하는 것 같으나 결국 자신이 해를 보고 불보살은 어리석게 남의 일만 해주는 것 같으나 결국 자기의 이익이 되나니라.’고 말씀하였다.

지옥에서는 밥을 먹을 때 긴 팔에 긴 수저로 본인의 입에 밥을 넣으려 하니 입속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항상 배가 고프고, 천당에서는 그 긴 팔 긴 수저로 서로 먹여 주기 때문에 항상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우화가 있다.

중생이 영리하게 제 일만 하는 것 같은 일은 어떤 일들인가?

어떤 사람이 자식들 키우고 가르쳐 시집 장가 다 보내 집 장만해서 살림내주고 ‘후’ 숨쉬면서 “나는 내 일 다 했다”고 하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대체로 중생의 내 일이란 내 가족, 내 친척의 의식주 해결에 관한 일이거나 그들과의 서로 넘나듬에 관한 일들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도 이롭고 상대방도 이로운 심법으로 취사를 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나는 이로운데 상대방이 해를 입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나에게도 해가 돌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밖으로 향한 내 일에만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갖는 것으로 일생을 보내고 마는 것이다. 안으로 나를 살피고 뒤돌아 보고, 닦고, 밝히고, 맑히고 바루는 일은 내 일인 줄도 모른채…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좋게 하려는 한 생각이 없지 아니하나니 구하는데 있어서는 혹은 순리로 혹은 역리로 혹은 사실로 혹은 허망하게 각각 그 지견과 역량을 따라 구하므로 드디어 성공과 실패의 차를 내게 되나니라. 순리로 구하는 사람은 남을 좋게 하면서 자기가 좋아지는 도를 행하므로 한없는 낙원을 개척하게 되고 역리로 구하는 사람은 자기만 좋고자 하여 남을 해하므로 한없는 죄고에 빠지게 되는 것이며…’라고 인도품 10장에서 밝혀주고 있다.

이와같이 중생은 영리한 것 같으나 역리로 허망하게 구하므로 애만쓴 채 구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죄만 짓게 되고, 불보살들은 순리와 사실로 구하는 길을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손해되는 것 같고 어리석은 듯하나 결국은 구할 것은 다 구하고 복을 지으면서 이익을 보는 것이다.

결국 불보살이 하는 일은 네 일 내 일 따로 구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내 일로 알고, 모두를 내 형제로 알고 사생을 한 몸으로 알고 살기 때문에 당하는 모든 일을 욕심부리지 않고 순서 따라 순리로 사실적으로 꾸준히 실행만 할 따름이다.

‘성인들은 현재의 작은 이익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해를 입어 가면서 영원무궁한 참 이익을 얻으시나, 범부들은 작은 이익을 구하다가 죄를 범하여 도리어 해를 얻나니 참된 이익은 오직 정의에 입각하고 대의에 맞아야 얻어지나니라’(무본편 39장)고 하신 말씀을 다시한번 새겨보자.

<송경호 교무·순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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