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간의 '여행수첩' 만들기

▲ 참여자 모두가 어승생악 정상에서 한라산 등반의 기쁨을 나눴다.
▲ 지체장애우는 휠체어를 밀고 험로에서는 업고(상단) 등반을 했다.
▲ 장애청소년과 봉사자는 탐방기간 4일 내내 손을 꼭 잡고 다녔다.
사회복지법인 청운보은동산(대표이사 김덕권)에서 운영하는 노원1종합사회복지관(관장 양동욱)은 8월 20일부터 23일까지‘장애청소년과 비장애청소년이 함께하는 제주도 문화탐방’ 사업을 진행했다.

제주도 문화탐방에는 정신지체장애 청소년 20명(초등생 12명, 중학생 8명)과 자원봉사자청소년 20명, 사업진행요원 10명이 함께 했다. 장애우와 봉사자는 각1명이 짝을 지어 3박 4일 동안 한라산 협동등반, 그룹캠프, 장애우와 여행수첩 만들기, 레크레이션 등 네가지 주제 프로그램으로 한라산 등반, 해수욕장 물놀이, 식물원 탐방, 제주월드컵 경기장 견학 등을 했다.

사업 목적은 의도적인 공동 프로그램을 통하여 비장애청소년에게는 장애인 및 재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증대시키고, 장애인에게는 자조자립 의지와 능력을 강화함으로서 장애우와 일반청소년 간의 생활에 대한 공동책임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함이었다.

장애우에 대한 인식 개선
3박4일 동안 한 방에서 잠자고, 나란히 앉아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갈 때에도 손을 꼬옥 잡고 갔다. 어떤 봉사자는 옆에 앉아 식사하는 장애우 짝에게 생선가시를 발라주고, 여자 장애우가 사람들 많은 곳에서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자 봉사자 짝은 창피한 기색도 없이 얼른 자기 상의 를 벗어 가려주었다. 장애우가 무엇이 심통 났는지 코를 풀어 온 얼굴에 코범벅이 되자 짝인 봉사자는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곱게 수놓아진 손수건을 꺼내 닦아주었다. 이렇게 장애청소년과 비장애청소년은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었다.

중3 때 동아리 봉사활동으로 혼자 사는 노인들의 식사 배달을 하면서 “조금만 부축하여 주면 행복할 사람들”을 보고 이후 3년간 1주일에 하루씩 자원봉사를 계속하고 있는 권은향 양(대진여고 2). 짝 장애우는 눈이 사슴 눈망울처럼 맑은 초등6년의 여학생으로 자폐증을 앓고 있었다. 말(馬)이 무섭다는 장애우 짝에게 말을 태워주어 자신감을 심어주려 했지만 온갖 노력은 허사였다.

한라산 협동 등반
장애우와 봉사자는 손을 잡고 해발 1,169m인 한라산 어승생악을 올랐다. 다리 아프다는 꾀를 부리는 여자 장애우를 뒤에서 밀고가는 봉사자, 남자 봉사자는 아예 짝을 업고 올랐다. 덥다고 짜증내고, 올라가기 싫다고 투정 부리던 장애우들이 정상에 올라서서 소리쳤다. “어머니, 아버지!”그리고 산 정상까지 인도하여 준 짝 봉사자를 부등켜 안고 껑충껑충 뛰었다. 초등학교 4학년 김형표는 머리에 두른 붉은 수건을 풀어 파란 하늘에 깃발처럼 흔들어대며 “산에 올라오니 우리 선생님(이보람, 성공회대 신학과1)이 세상에서 제일 좋고 보고싶다”고 했다. 형표는 자기 짝을 선생님이라 부르고, 옆에 있는데도 보고 싶다고 했다.

공동체 훈련
이번 제주도 문화탐방 3박4일간은 공동체 훈련으로 집단활동을 통한 인간관계기술 습득 및 공공의식 배양에 초점을 많이 두었다. 장애우와 봉사자가 같이 생활함으로써 맺어진 신뢰를 바탕하여 장애우가 집에서 혼자 하던 버릇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차례를 배우고, 남의 물건을 알고, 양보를 배우고, 질서를 지키는 것을 봉사자와의 생활을 통해 익혔다.

같이 온 초등학교 5학년 열두살의 쌍둥이 형제. 형은 1급 정신지체장애지만 행동은 자유롭다. 동생은 1급 지체장애로 정신은 맑은데 도움이 없이는 움직일 수가 없다. 동생은 집에서 형이 자기를 때리거나 먹을 것을 빼앗아 가면 싸운다고 했다. 걷지를 못하면서도 싸우면 자기가 이긴다고 자랑했다. 바닷가 모래밭에서 두꺼비집을 지으며 “형이랑 비행기도 타고 제주도에 와서 바다를 보니 참 좋다”고 했다. 형은 바닷물에 뛰어들어 다른 아이들과 물장난에 정신이 없다.

여행수첩 만들기
하루가 지나면 장애우와 봉사자는 머리를 맞대고 함께 보았던 것들, 함께 했던 시간을 정리했다. 장애우들은 봉사자 짝과 찍힌 자기 사진을 보고 웃으며 유쾌해 했다. 그리고 그 사진 밑에 글도 써넣어 예쁜‘여행수첩’을 만들었다. 장애우들은 집에 돌아가서도 봉사자들과 함께 생활했던 이번 여행을 두고두고 생각할 것이며, 일생을 살면서 빛으로 남길 것이다.

장애청소년과 비장애청소년들의 3박4일 제주도 문화탐방 마지막날 밤은 황홀했다. 모닥불 ‘씨불’이 장애우의 손에서 봉사자의 손으로 한바퀴 돌고, 김덕권 이사장이 씨불을 들고 한바퀴 돌 때는 모두 한마음이 되어 손뼉치고 소리질렀다. 모두 손에 손을 잡고 빙빙돌며 흥겹게 노래부르고 신나게 춤을 추었다. 모닥불이 사그라 들며 섬하늘에는 둥근달이 높이 떴다. 장애우와 봉사자는 잡은 두 팔을 둥근달을 향해 힘차게 뻗으며 ‘우리는 하나’라고 외쳤다.

제주도 문화탐방 프로그램을 총진행한 정명진 사회복지사는“서울시의 장애인 인식 개선사업에 응모하여 선정된 프로그램이다. 일차로 4월에 성인 지체장애자와 지역민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이번에 장애청소년과 일반청소년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노원1종합사회복지관은 노원구 월계4동 사슴아파트 1단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가족복지·재가복지·지역복지 3개 사업영역에 16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10억원의 사업시설이다. (www.nowon.or.kr 02-970-5300) ‘사회복지법인 청운보은동산’은 노원1종합사회복지관, 노원남부자활후견기관, 신나는 어린이집, 월계4동어린이집(영아전담) 4개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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