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상진리 향한 첫 걸음

恩生於恩이요 害生於害일텐데
恩生於害 害生於恩‥‥
심신작용 따라 그렇다는 설법에
나의 종교관은 완전히 바뀌어


나는 20대 초반까지 종교에 대해 생각해 본 일도, 종교서적 한 권 읽어 본 일도 없던 무종교인이었다. 못난 송아지 등에 뿔난다고 나만 죄짓지 않고 올바르게 살면 됐지 무슨 종교가 사람에게 필요한가 하며 살아 왔다. 더구나 사람 많이 모인 시장에서, 정거장에서, 전차속에서 띠두르고 ‘하나님 믿읍시다, 예수님 믿읍시다’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한심스러워하고 비웃음 짓기도 했다. 지금도 그 마음이 전혀 변한 것은 아니지만…

고교 졸업후 S대학 정외과·법과에 2년 연속 실패하고 3년만에 D대학 법과에 입학했으나 1학년 2학기에 가정형편으로 등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따라 가사를 돕고 있던 중 원기49년 음력 정월 보름 무렵, 같은 마을 동갑내기 사촌 여동생 김영선 교도(송천교당)가 아침에 갑자기 찾아와 어제부터 감곡교당에서 총부 교무님 모시고 禪(강습회)을 나고 있으니 오늘 오전만 같이 가자고 조르기에 따라 나섰다.

이미 80여명이 법당에 가득 모여 북소리에 맞추어 성가를 부르며 법흥을 돋구고 있었다. 잠시 후 교무님의 간단한 의식과 강사님 소개를 한 후 2일째 강습회가 시작되었다. 키는 그다지 크지 않으시나 얼굴 윤곽이 뚜렷하신 분이 법상에 나와 막힘 없이 법문을 쉬운 말로 설해 주셨다.

다 기억할 수는 없으나 나의 귀에 확 틔인 법문이 하나 있었다. 은생어해 해생어은(?生於害 害生於?)이었다. 우리 보통 사람들에게는 은생어은(?生於?)이요 해생어해(害生於害)일텐데 말씀인 즉 우리 심신작용에 따라서 은생어해일 수도 있고 해생어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찌하여 우둔한 나는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을꼬…참으로 나에게는 기상천외한 법문이었다. 바로 그 때 나의 종교에 대한 평소의 선입관이 180도 바뀌었다.

그 당시 우리 마을에서는 아주머니 몇 분과 할머니 몇 분, 그리고 나이 어린 아가씨들 몇 사람이 원불교를 다니고 있었다. 가끔씩 길에서 쪽머리하고 검정 치마, 저고리 입은 두 여인들을 만났지만 그 분들이 대법을 전해 주는 전법사(傳法師)인 줄은 몰랐다. 다음날 마지막 강습회 마치고 법사님께 정식 인사드리고 여동생 김영선을 연원으로 입교했다. 법사님은 한산 이은석 교무님이셨다.

그 후 교무님의 가르침을 받으며 일주일에 9명을 입교시키고 법요의식 때 암송하는 일상수행의 요법, 삼귀의, 사홍서원, 영주, 성주, 청정주, 일원상 서원문, 반야심경, 교가, 산회가를 모두 외웠다. 정전과 대종경, 정산종사 법어를 이틀동안 독파했으나 단어나 글귀가 모두 생소하여 그 뜻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거의 매일 교당에 나와 흠타원 정윤재 교무님으로부터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 공부의 요도 삼학팔조, 대종사님의 일생, 원불교의 역사 등을 차근차근 배워 나갔다.

<동광주교당 부회장·동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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