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상극의 기운은 막 통한다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이
다 허공 법계에 스며든다.

‘그 사람이 보지 않고 듣지 않는 곳에서라도 미워하고 욕하지 말라. 천지는 기운이 서로 통하고 있는지라 그 사람 모르게 미워하고 욕 한 번 한 일이라도 기운은 먼저 통하여 상극의 씨가 묻히고, 그 사람 모르게 좋게 여기고 칭찬 한 번 한 일이라도 기운은 먼저 통하여 상생의 씨가 묻히었다가 결국 그 연을 만나면 상생의 씨는 좋은 과(果)를 맺고 상극의 씨는 나쁜 과를 맺나니라.’(인과품 5장)

필자는 부안 변산에 살면서 내소사를 자주 참배한다. 그 내소사에는 이러한 일화가 전해져 내려 오고 있다.

주지가 절 앞에 있는 산길로 가는 지름길을 참선 수행에 방해가 된다 하여 막아 버렸다. 그러자 먼길로 돌아 다니던 나뭇꾼들이 주지 이름이 새겨진 통나무를 길가에 세워 놓고 오고 가면서 욕 하고 지게 막대로 치고 지나 갔다.

주지 스님은 며칠씩 머리에 종기가 낫지 않아서 관을 해보니 자기 이름이 새겨진 통나무를 놓고 때리는 것이었다. 그 기운이 자기한테 뻗지르는 것을 알고 옛길을 다시 내주었다. 이처럼 그 사람이 보지 않아도 기운은 먼저 가는 것이다.

우주에는 음양의 기운이 있고, 상생 상극의 기운이 있다. 나뭇꾼들의 원성과 기운은 막통한 것이다. 동기상응(同氣相應)하는 이치가 있기 때문이다.

상생의 기운이란 무엇인가? 서로 돕고 살리면서 변화하는 것이다. 모든 물건, 인연들은 서로 만나 변화한다. 서로 같은 성질, 기운, 인연들을 살리고 도우면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상극의 기운이란 무엇인가? 서로 해하고 죽이면서 변화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성질, 인연, 기운들이 부딪치고 거슬려 해하고 죽이는 변화를 말한다.

그런데 보고, 보이지 않고에 관계 없이 이 기운은 서로 통해서, 욕하고 칭찬 한번 한것이라도 종자로 남게 되는 것이다.

정산종사는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이 다 허공법계에 스며드니 조심하라’고 하시고, ?주역맨에는 ‘군자가 방안에서 선한 말이나 악한 말을 하면 그기운이 천리까지 미친다’고 하였다. 숭산종사는 ‘상대방을 미워하고 욕하는 마음이 내재되어 있다가 인연 따라 상극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서로 통하고, 막히는 것이 전기 기능과 같다’고 했다.

나에게 살기가 없으면 동물도 가까이 하고 내 마음에 화기가 있으면 상대도 결국 화기를 갖게 된다고 하였다.

얼마전에 남원 보절면에서는 비닐하우스 채소밭에 음악을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통 채소밭 보다 생산량이 휠씬 증가 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무형한 채소도 기운이 통하는데 하물며 최령한 사람이랴.

아름답고 좋은 세상. 보지 않는다고 해서 음해하지 말고 살자.

<·하섬해상훈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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