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구 교정교화봉사회

이산가족 만난듯한 반가움으로

목요일 12시 30분 안양의 지하철 인덕원역. 어김없이 윤경중 회장(신림교당)과 서울교구 교정교화봉사회원들이 교무님의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담임교무인 강해윤 교무(은혜의 집)가 훤칠한 키와 정장에 걸맞는 환한 웃음으로 인사하며 탑승을 돕는다. 5분 거리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향하기 위함이다.

서울구치소 정문. 일반 면회차량은 정문 옆의 주차장으로 인도되지만 강 교무가 창을 내리고 얼굴을 내밀자 경례를 붙이며 통과시킨다. 서울구치소 내 그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순간이었다. 서울구치소 본관에 다다르자 자가용을 이용해 먼저 도착한 또다른 봉사회원들이 ‘이산가족 만난 듯’ 반긴다. 매주마다 볼텐데 손을 맞잡고 얼싸 안기도 한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견고하게 엮고 있을까? 답은 구치소를 나설 때 비로소 가슴에 와 닿았다.

자신감 주는 도우미들

본관을 나오자 내부에 육중한 철문과 흰 색 담이 둘러쳐 있었다. 법회를 보기 위해선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 신분증을 모아 제출하고 신원검사를 하는 중에 이들은 대기실에서 마음 다지는 시간을 가진다. 오늘 법회 때의 공지사항을 고지하자 긴장감이 흐르고 간식을 준비하는 손길이 바빠진다. 강 교무가 지명하는 사람이 즉석 설명기도를 올렸다.

출입증을 하나씩 나누어 받고 여사(女舍)에 들어섰다. 법당에 들어서자 30여명의 여 수감자들과 회원들간 반가운 인사가 이어졌다. 소란스러움은 어느 순간 피아노 반주가 나가자 정리가 된다. 반주자 나선정 교도는 교무님이 법복을 입고 죽비를 들 때까지 열심히 성가를 지도한다. 이윽고 법회가 시작되고 입정시간이 되자 수감자들의 가부좌가 제법 익숙함을 느꼈다. 봉사회원들은 수감된지 얼마 되지않아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미결수들에게 좌선의 방법을 조용히 지도하기도 하고, 법어나 성가를 봉독할 때는 페이지를 찾아주기도 했다. 원불교 의식을 잘 모르는 이들에겐 자신감을 주는 도우미역을 했다.

고락에 대한 법문을 소개하며 다가오는 고를 일단 받아들이자는 교무님의 설교가 이어지자 내내 흐느끼는 수감자가 있었다. 법당을 나서며 강 교무는 그 사람에게 상담신청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심적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담을 신청하여 본인이 원하면 상담해 주고 교서도 주어 법의 귀의처로 인도 한단다. 이렇게 하여 출감하면 교당을 찾는 사람도 있고, 교당을 찾지는 않지만 은혜의 집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교단의 교정교화는 그렇게 싹트고 있었다.

급성장으로 이웃종교 긴장

이날 남사 법회는 다음주 원불교에서 주관하는 서울구치소 전체 위령제 때문에 쉰다고 했다. 150여명이 법회를 보러 온다는 남사 강당만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날 회원중 세 사람이 법무부장관이 위촉하는 ‘종교위원’이 되었다. 위촉된 종교위원은 재소자들과 공식적인 상담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로써 교정봉사회내 원불교 종교위원은 7명이 되었단다.

바야흐로 지금 서울구치소에서는 원불교가 ‘급성장’하고 있다며 이웃종교에서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단다.

구치소를 나서며 이들은 자기 기능과 시간을 헌공하면서 자신의 복록을 쌓고 있으며, 재소자들과 함께한 법회를 통해 또다른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순간의 고통과 실의를 가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 그 넉넉함과 나눔의 미학들이 가득찬 사람들, 교당에서의 가르침을 낱없이 실천할 수 있음에 설레는 사람들,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가는 동지가 있다는 게 무엇보다 기쁜 사람들… 이것이 이들을 질기디 질기게 엮고 있었다. 맑고 밝고 훈훈한 세계를 향하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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