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큰 보은했다”

나의 전망이
교단정책으로 받아들여져
보은자로서 보람느껴

나는 지금까지 닦아온 신앙·수행 상의 경험과 내가 전공하고 연구하는 경제 분야에서의 지식이 교단 여러 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크게 복받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경제 전문가로서의 지식을 가지고 맨 처음 교단에 역할을 한 것은 아마도 원기78년 원광지에 ‘21세기 세계경제·한국경제의 진로와 교단의 장래’라는 글을 기고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당시에 나는 세계경제의 흐름을 대협력·전문화로 읽고 교단도 삼동윤리에 바탕하여 세계로 나아가고 북한을 끌어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나는 이어 원기79년에 총부와 중도훈련원에서 많은 교무님들 앞에서 경제정책과 교단 운영을 접목하여 강연하는 기회를 수 차례 가졌었다. 먼저 총부에서 교정원장님 이하 모든 총부 교무님들과 원로 교무님들 앞에 서서 그 당시 경제정책의 핵심이 되었던 ‘신경제’를 설명하고 그것이 교단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서 말씀 올릴 기회를 가졌었다. 현재 교단의 운영방향이 당시에 필자가 당부말씀으로 올렸던 교구 및 교당의 총부에 대한 자율성 확대, 재가교도들의 교단 의사결정과정에의 참여 기회 확대, 교단 운영의 자립도 재고 등의 제안들과 거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적어도 틀린 말씀을 올리지는 않았구나 하고 자부심을 가져 보기도 한다.

원기79년이 우루과이라운드가 막 타결되어 WTO라는 세계무역기구가 탄생되던 해였기에 당시 중도훈련원 원장을 역임하고 계시던 법타원님(김이현 원로교무)께서 ‘우루과이라운드와 공동시장의 개척’이라는 주제로 교무훈련 때에 두 시간 정도씩 강연해 줄 것을 부탁하셨다. 세계 전체를 공동시장으로 만들려는 우루과이라운드와 대산종사님께서 의지를 보이셨던 공동시장 구현의 의의를 접목하여 설명하였고, 그 자리에서 교단 창립 당시의 정신을 살려 전무출신들도 1인1기의 전문 분야를 가지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연을 마칠 때마다 법타원님은 흐뭇해 하시면서 ‘도훈이가 큰 보은을 했다’라고 격려해 주셨다. 아마도 치산님과 방타원님께서 함께 강연을 들으셨고 두 분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하시는 격려 말씀이었으리라. 그러나 나에게는 그 말씀이 크게 느껴졌고 힘닿는 대로 교단에 내가 가진 지식을 가지고 역할을 해 나가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어서 서울교구에서 원기81년 한울안신문을 창간하자 수 차례 글을 올리게 되었고, OECD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원기85년에는 한울안신문 객원 논설위원이 되어 거의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칼럼을 쓰게 되었다. 이 글들로 인하여 서울교구에서는 모두가 알아주는 사람이 되었으니 정말로 큰 복을 받은 셈이다. 원기 85년 말에 서울교구 교의회 여섯 명의 부의장 중 한 사람으로 피선된 것도 이러한 활동들을 한 점이 큰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이제 다시 원불교신문에 신앙수기라는 칼럼에 이 글들을 쓰고 있으니 참으로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다.

<화정교당 교도회장·산업연구원 산업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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