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교무가 바라보는 교육발전안

▲ 문은식 예비교무 원불교대학원대학교 1학년
교육을 흔히 백년대계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같은 세상에서 교육은 더 이상 백년대계가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이 사회의 변화속도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을 백년대계로 설계한다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더듬는 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엄청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교육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 해답은 변함없는 전통성과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개혁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철학이라는 변함없는 구심점을 중심으로 교육전통을 만들어 가고 시대의 변화를 주체적으로 개척해 가는 시스템을 원심력 삼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창조해야 함을 이른다. 그런데 이런 작업들이 타이밍을 놓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동안 우리 교단의 교육은 변화의 타이밍을 놓쳐왔다. 그래서 교단이 열정을 다해 추진해온 교육발전안이 교육의 외형적 틀을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면서도 엄청난 투자에 비해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상반된 의견을 듣고 있다. 이는 변화해야할 것이 변화해야 할 시기에 그 타이밍을 놓쳤고 또한 질적인 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교육의 외형은 크고 잘 다듬어진 반면 그 외형을 지탱할 만한 효과적인 시스템과 실질적인 내용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교단 100년을 향한 원불교 예비교무 교육발전안’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교육발전안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사항은 예비교무교육 인증제도의 도입에 의한 순환적 자율 개선형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우선 교육을 받는 수요자의 입장에서 각 교육주체와 교화현장 간의 끊임 없는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교육에 상당한 탄력과 자극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예비교무에게 명확한 교육목표를 제시하고 교육내용 평가를 통해 분발을 촉구할 수 있는 교육인증제도의 도입은 교육성과에 대한 명확한 검증을 통해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 속에서 결국 교육을 담당하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런 효과적인 제도를 소화해 낼 만한 인적자원이 교단에 형성되었는가를 냉철히 살펴야 한다. 예비교무들이 교육에 대한 실망감과 피로감을 갖게 되는 것은 교과과정이나 제도 등의 외형적 조건보다 오히려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 개개인의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평가하는 사람과 평가를 받는 사람 사이에 상당한 신뢰가 쌓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평가가 오히려 갈등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서는 그 평가를 수행할 만한 사전 준비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며 구체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것보다 오히려 구성원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번 발전안의 초점은 교역자의 교화역량을 신장시키는 것이다. 아무리 교역자의 교화역량을 극대화하는 교육이 체계적으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그렇게 교육받은 교무가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악순환을 불러온다. 최근 발표된 교화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교화성장의 가장 큰 요인은 교무의 교화능력이 아니라 창립연도라고 한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아직 우리 교단의 교화상황은 교무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만한 성숙한 여건이 조성되어 있지 않음을 뜻한다. 교육에서는 교화역량 신장을 강조하면서 교화현장에서 그 역량을 발휘할 장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면 교역자에게 좌절감과 의욕상실을 안겨줄 뿐이다. 교육이 교단의 성장을 위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교육이 바로 섰다고 해서 교단의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발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단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끝으로 교육문제를 이야기하며 한 동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교단에서 능력 있는 교역자를 강조하면 할수록 오히려 자신이 없어지고 사기가 저하된다. 능력 있는 교역자를 양성하기에 앞서 지금 우리 교단에 필요한 것은 행복한 교역자를 기르는 일이다”

종교교육의 핵심은 교화능력의 계발에 앞서 오히려 영성의 풍요를 통한 삶의 완성임을 교육구성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젠 발전안에 의한 교육시스템의 완성과 아울러 교역자의 영성과 삶의 질을 책임질 수 있는 차원 높은 프로그램을 창조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런 가치관에 입각하지 않는 다면 우리 교단도 과거의 종교들이 경험했던 포교중심의 교단주의와 양적 팽창에서 야기되는 물량주의를 크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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