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에 꽃피우는 참교육 열정

더디 가더라도 ‘이해와 포용’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사람답게 사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지식과 학력중심으로 흐르는 경향이 많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지평선중학교 교장 김면학 교도(70세, 호적명 영봉, 기린교당)의 말에는 학생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녹아있다.

지평선중학교는 지난해 문을 연 교단의 대안중학교 가운데 하나. 현재의 제도권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개성 강한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교육의 장인 까닭에 모든 교사들이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처음에 선생님들에게 부탁하기를 학생들을 대할 때 부모나 형, 누나의 입장에서 생각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체벌보다는 이해와 포용으로 학생들을 품어달라고 말입니다. 더디 가더라도 그것이 옳은 길이라 여겼습니다. ”

김 교도는 원기53년 원광여자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서울휘경여자고등학교 교사, 전주한일고등학교 교장 등 30년 이상 교육의 외길을 걸어온 ‘베테랑 교육자’다. 원광여고 근무 시절 원불교에 입교한 김 교도는 휘경여고 재직시 종로교당을 다니며 신앙의 기틀이 잡혔다고 했다.

“당시 교무님이셨던 김이현 원로교무님께서 저를 많이 챙겨주셨습니다. 토요일이면 법회에 참석하라고 전화도 자주 주시고, 사회보는 요령을 알려주시며 법회때 돌아가면서 사회를 보게도 하셨습니다. 그 때 제 마음이 많이 다져진 것 같습니다. ”

출가 심경으로 지평선 부임

전주한일고 교장을 끝으로 교육계를 떠났던 김 교도에게 어느 날 조정근 원로교무의 연락이 있었다. 전무출신하는 마음으로 지평선중학교에서 봉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기꺼이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교직일 뿐이었으니까요. 힘닿는 데까지 교단에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김 교도는 그동안의 교육 경험을 토대로 지평선중학교가 안정적으로 기반을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김 교도도 처음에는 기존의 교육환경과 다른 대안학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고백한다.

“사실 처음에는 학생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입학식때 소란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염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교무님들을 통해서 점차 이해가 넓어지며 평소 아쉽게 느꼈던 교육 환경의 새로운 모델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

‘사람답게 사는 길’ 가르쳐야

지금은 수업시간에 떠들고 싸우는 소리가 들려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지켜보고 기다리곤 한다는 김 교도. 이런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편안했던 까닭일까, 학생들은 김 교도를 대하기 어려운 교장선생님으로만 느끼지는 않는 듯 했다. 복도에서 김 교도를 대하는 학생들의 미소가 스스럼없이 해맑다.

“어른의 잣대가 아닌 학생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며 여러 어려움들을 마음공부로 풀어가는 교무님과 선생님들의 노력이 컸다”는 김 교도. “좋은 환경이었으면 이름도 기억 못했을 것”이라며 대하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잔잔한 애정을 표하는 여유롭고 따뜻한 모습에서 참된 교육자의 향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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