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파악과 그 실천을 위한 원불교의 준비와 과제-

작년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순안공항에서 두 손을 맞잡았을 때부터 마침내 6월 15일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며 두 손을 치켜들었던 그 감동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거대한 장벽이 우리의 눈앞에서 한 순간에 무너지는 듯한 충격과 감동의 물결은 우리 7천만 한민족의 가슴을 울렸고, 전 세계의 시선을 한반도에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 해 동안 우리는 많은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남북이산가족 상봉은 3차에 걸쳐 이루어졌고,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또한 장기수 북한 송환 등 분단고통의 해소 부분도 상당히 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정세와 북·미간의 관계가 다시금 통일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언제부턴가 예정된 만남들이 연기되고 교류가 줄어들더니 급기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미국은 미사일 방어(MD)체제를 재추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반도 긴장고조와 전 세계 무력증강을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의 반통일 세력이 동조하면서 통일의 걸음걸이를 발목잡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6·15 남북공동선언이 예전의 7·4 남북공동성명이나 남북기본합의서와 같이 사문서화 되거나 허울좋은 전시물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통일의 시대를 열어 가는 전환기적 시점에서 원불교가 통일 맞이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한다.

따라서 원불교가 준비해야할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먼저 통일문제에 대한 교단내 전문가 그룹을 발굴 육성해야 한다. 이들을 통해서 바른 정세분석 및 예측 그리고 현실인식과 이론정립, 대안창출을 해 내야 한다.

둘째, 통일기금의 조성과 함께 그 연구지원에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또한 이들을 통한 대외 학술활동 및 포럼, 세미나 개최등 다양한 활동과 각종 이론서의 개발과 편찬 그리고 바른 통일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통일에 대한 의식의 대전환이 이루어 져야 한다. ‘남북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이제 넋 놓고 통일될 날만을 기다려서는 안된다. 우리 주변에서 무엇이 반통일적인 장애요소인가?를 바르게 판단하고 인식하여, 이를 하나하나 제거해서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넷째, 이제 우리 원불교인들이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자세로, 통일에 대한 사회적 현실문제들에 대하여 시의적절하고 과감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요즘 침체된 통일의 기운을 되살리고 통일의 구체적 진전을 위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조속히 이루어 지도록 촉구한다든지, 또한 북한을 적이라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개폐문제, 한국전쟁 당시 무고한 양민을 300만명이나 학살하고 독극물의 방류등 지금도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주한미군의 자리매김에 대한 문제 등. 국민적 계몽과 의식전환이 전향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섯째, 통일의 국민적 의지와 역량을 모아 나가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내의 각계각층의 연대와 연계활동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 때를 맞이해서 6·15공동선언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 한민족 모두가 다시금 생각해 보고, 1년 전의 그 감동을 반드시 실천으로 옮겨서 앞으로 더 큰 감동으로 통일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

<류명원 교무 / 교동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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