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이야기13

영산에 봄이 가득합니다. 닫혀 있던 문들이 열리고, 나무들이 새 옷을 입듯이 아이들도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겨울동안 움츠렸던 몸을 펴고 괜히 웃고 떠들고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학교에 생기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지난 3월은 참으로 힘든 달이었습니다. 41명의 신입생과 전·편입생들이 입학하여 그 아이들이 학교생활과 기숙사생활에 무사히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무진 애를 썼습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입학식 후, 바로 이어진 만남의 시간, 과별모임, 그리고 체육대회와 3일간의 심성계발훈련은 아이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서로를 알아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업을 대신하여 학교에서 마련한 일주일간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리고 3월 한 달의 학교생활이 학생들의 일년과 졸업을 위한 초석이 된다는데 마음을 모아, 교장선생님과 전 교직원들이 노심초사하여 임원모임, 재학생모임, 신입생모임, 기숙사모임, 전체회의 등을 계속해서 주선함으로써 새로운 인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도록 하였죠.

게다가 선생님들은 모두 학생들과 기숙사에서 같이 살며, 아이들의 지난 삶을 어루만지고, 함께 어울리며 부대끼어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좌절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저희 학교로 입학하기 전, 밤과 낮이 바뀐 생활 습관으로,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잠을 자야하는 그 당연한 흐름조차 힘들어, 자신과 무척 싸워야 했고, 선생님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고 달래고 설득하고 힘을 주고 기도하며, 그 습관을 고치게 하느라 쏟은 정성으로 인해 몸이 축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3월31일, 3월의 끝날, 저희 학교는 자체적으로 기획한 ‘도전! 골든 징’ 프로그램을 시행하였죠. 아이들도 열심히 참여하여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고, 저희 학교 가족들은 화합속에서, 힘들었던 3월 한 달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4월이 되어 선생님들은 정말 한 달 동안 잘 살아줬다고 아이들을 칭찬하였죠. 더구나 학교가 그토록 걱정하고 염려했던 폭력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 ‘폭력 제로’에 도전하자고 아이들을 격려하였답니다.

4월5일, 신입생들을 맞이할 때 가졌던 설렘으로 저희들은 또 한 분의 소중한 새 가족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신임 이사장께서 취임을 하신 것입니다. 신임 이사장님은 강남 교당 박청수 교무님이십니다.

저희들은 전임 이사장이신 조정근 교무님을 떠나 보내고, 신임 이사장님을 모시는데 아이들과 함께 정성을 다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신임 이사들과 오늘의 저희 학교가 있도록 도와주신 안병영 전 교육부장관, 그리고 혈심 깊은 강남교당 교도님들이 오시어 축하해 주셨습니다.

마치 봄날처럼 환하고 따뜻하게 저희 곁으로 오신 이사장님과 저희 교직원들은 식을 마친 후 자리를 함께 가졌습니다.

식사도 같이 하고 즐거운 시간도 보내었죠. 첫 만남의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소창도 하시며 성큼 다가오신 이사장님 때문에 저희들은 금방 훈훈해졌답니다.

“나는 교육은 잘 모릅니다. 다만, 아이들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이사장이 되겠습니다”하고 겸손하게 말씀하신 이사장님, 모든 교직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껴안아 주시며 위로해 주신 이사장님과 함께 영산성지고등학교의 성숙과 대안중학교 설립으로 이어지는 대안교육의 그 큰길로 저희들은 나아갑니다.

<정도성 / 호적명 일관 영산성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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