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인철 교무
대학시절, 쌩떽쥐페리나 리처드 바크, 아니면 칼릴 지브란을 옆구리에 끼고 송대의 산책로를 걸었고, 목련꽃 그늘 아래서 ‘천국의 열쇠’를 읽었으며, ‘지와 사랑’이나 ‘달과 6펜스’, ‘독일인의 사랑’을 밤새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님을 노래한 만해의 시를 외우고 윤동주, 김소월의 서정적인 싯귀에 침잠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럼에도 딱딱한 제목의 조그만 책 《희망의 혁명》은 개벽사상을 사회과학의 측면에서 정리해 준 좋은 책으로 마음속 깊이 간직되어 있다. 그래서 손때 묻어 누렇게 퇴색되었지만,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에리히 프롬의 《희망의 혁명》을 다시 책장에서 꺼내 들춰보았다.

갈림길, 인간이 완전히 기계화되어 인간이 그 기계 속의 무력한 톱니바퀴가 되는 사회로 통하는 길과, 휴머니즘과 희망의 부활, 즉 기술을 인간의 행복에 봉사시키는 사회에로 통하는 갈림길에 우리가 서있다는 전제가 섬뜩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것은 막 원불교학과에 진학하여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를 전혀 다른 세상의 문화인이 극명하게 전개해 나간 것을 만났기 때문이다.

더 많고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소비의 욕구, 그리고 내생을 기다리는 체념을 위장한 피동적인 희망은 진정한 의미의 희망이라 할 수 없으며, 희망과 함께 신념-불확실한 것을 확신하는 것-과 불요불굴의 정신(용기)-세상 사람이 ‘예’라는 대답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을 때, 감히 ‘아니오’라는 대답을 할 수 있는 능력-의 설명도 감동적이었다.

한 세대라 할 수 있는 30년 전 1970년에 집필되었지만, 세기를 달리하는 현재에도 희망을 향한 좋은 안내자가 되리라 생각한다.

욕심 같아선 수많은 책을 열거하고 싶지만, 처절한 구도자의 일생을 읽을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던 이문열의 ‘시인’을 한 권 더 권하고 싶다.

<원음방송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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