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일절은 일본을 규탄하는 집회와 성명이 한층 많았다. 성명에 담긴 격양된 목소리와 집회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일시적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종교계에서도 다른 사회단체와 연대하여 민족정기가 어린 서울 탑골공원에서 집회를 갖고 일본의 왜곡된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정부에서도 심도 높은 대책회의가 소집되어 양국간 우호를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대통령은 삼일절 기념식 치사에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촉구’하는 경고성 메시지를 담았다.

이는 지금 일본에서 국수주의 역사관을 지닌 극우자들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단체를 결성하여 여기서 만들어진 수정본 역사교과서가 최종 검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된 내용을 보면 이들이 신청한 교과서 수정본에는 인근 국가의 주권이 훼손되고, 국민을 모독하는 내용을 담고있어 우리 정부도 ‘우리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수준’이라 밝히고 있다.

이들은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고, 심지어 엄연한 사실의 역사로 기존 역사교과서에 실려있던 내용을 아예 삭제하여 역사의 왜곡을 획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획책하고 있는 이 단체가 일본의 극우단체로서 “학생들에게 어떤 교과서를 가르칠 것인가는 기본적으로 한 나라의 교육자주권에 속한 문제”라면서 ‘내정간섭’이라는 해괴한 항변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극우파들은 아직도 일본제국주의 망상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인근 국가들을 침탈해던 패권 군국주의 향수에 젖어있다. 이들은 과거 자기들이 저질렀던 악랄한 죄악을 참회하고 속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그 만행을 정당화하여 어린 학생들에게 인지시킴으로써 몰락하여 가는 자기 세대를 보상 받고 싶어하는지 모른다. 더나아가 패권주의에 사로잡힌 어리석음으로 저질렀던 인류의 죄악을 자기들의 영화로 착각하고 그런 날이 다시 있을 환상에 젖어있는지 모른다.

일본인들이 대동아공영권이라는 허울로 우리나라와 중국인에게 얼마나 참혹한 일을 저질렀는가는 역사에서 증명되고, 세계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이러한데도 수정본 역사교과서에는 일제의 우리나라 침략을 정당화하여 항일 독립투쟁을 삭제하거나 축소하고, 종군위안부와 강제징용의 사실도 삭제되거나 축소되어 있다고 한다. 참으로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는 소치이다.

일본인들은 우리나라에 대하여 지금까지 이중적 생각으로 관계를 유지하여 온 면이 없지 않다. 한 면은 한국민들에게 치욕적인 과거사를 왜곡시키고 정당화하려는 태도였고, 한 면은 인근 국가로서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시켜나가자는 태도였다. 우리들은 이러한 일본인들에게 정치적으로, 또는 국민의식에서 당하고만 살지 않았는가 뼈저리게 생각하여 보아야 한다.

쿠데타 군사정권의 한일협정으로부터 시작된 대일관계는 많은 굴절을 가져왔고, 건국이래 최대의 경제 위기인 IMF사태를 당하여 어려운 상황이 되자 일본 정부는 문화시장 개방, 수입 제한 해제, 새로운 어업협정을 들고 나왔었다. 그리고 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해결이 났다. 우리들은 그때 길이 보이지 않을 때였다.

지금 우리는 남의 나라 역사교과서 내용의 잘잘못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1982년 그때도 일본 역사교과서는 문제가 되었고, ‘근린제국(近隣諸國)에 대한 배려’라는 국제적 기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했다. 그러한 그들이 왜 지금 근린 국가의 비난과 저항을 받으면서 다시 왜곡된 역사를 어린 학생에게 가르치려 하는지 그 속셈을 바르게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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