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봉공회, 장 담그는 날 행사

▲ 김정선 봉공회장이 적정 농도를 맞추기 위해 염도계로 측정을 하고 있다.
오늘은 장 담그는 날. 겨우내 텅 비어있던 개울가 옆 장독대에 한떼의 사람들이 몰려와 항아리를 씻고 메주를 나르며 부산히 움직인다. 지난 22일은 우리 고유의 음식 맛을 잇기 위해 부산교구 봉공회가 4년전부터 배내청소년훈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전통 장 담그기 행사가 열리는 날.

부산시내에서 버스를 대절해 산골로 몰려온 이들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광주리에 수북히 쌓인 소금 위로 연신 물을 쏟아붇는다. 또 한쪽에선 어린아이 머리통 만한 메주덩어리를 항아리에 차곡차곡 쟁겨 넣기에 여념이 없다. 메주는 음력 10월 그믐녘에 삶아 대나무발을 깔고 짚으로 엮어 햇살을 받으며 말린 것이다.
예년 같으면 하루 전날부터 와서 배내골 맑은물에 메주를 씻어 널직한 바위 위에 말렸다. 하지만 유난히 추웠던 올해는 하단사적지에서 미리 씻어와 그 장관만은 생략됐다.

능숙한 솜씨로 장을 담구는 사람 옆에는 풋내기 아줌마들이 일손을 거들고, 김정선 봉공회장(재송교당)의 일손도 하염없이 바쁘다. 간장맛은 소금 농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기에 항아리 가득찬 소금물에 염도계와 날계란을 번갈아 띄우며 염도측정을 한다. 날계란을 띄웠을 때 500원짜리 동전만큼 올라와야 적정 농도가 된다.

그리고 메주가 떠오르지 않도록 대나무를 걸치고는 벌겋게 달군 참숯과 고추, 대추, 참깨를 띄운다. 이것들은 살균작용과 잡맛을 제거해 장맛을 한층 돋운다.

김 봉공회장은 특히 “장맛을 제대로 내기위해 전남 영광에서 구입한 천일염을 2,3년 동안 저장하면서 간수를 뺀다”고 말했다.

이렇게 담궈진 장은 항아리 속에서 100일을 지낸 후, 간장과 된장으로 분류해 회원들의 집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10월 문화장터에서 판매될 장은 또 3,4개월을 더 숙성시킨다. “장은 완전 숙성시켜 먹어야 항암효과가 있다”고 귀띔하기도.

장 담그기 행사에 2년째 참가한 이경자 씨는 “작년에 담갔던 그 항아리에 다시 장을 담궜다. 항아리에 따라서 맛에 차이가 나는 것 같다”면서 “장 맛도 좋지만 정 맛은 더 좋은 것 같다”고 정겹게 웃는다.

부산교구 봉공회는 올해 전통 장 맛을 잇기 위해 경남 남해에서 우리 콩 10가마를 구입, 회원들이 돌아가며 5일간 쑤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