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전세계에 원불교 전해요”

▲ 종교음악Ⅱ부분 은메달을 수상한 부산원음합창단 시상식 장면. 시상대에 오른 정세윤 교수(중앙), 강인수 단장, 이경원 교무가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 공연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브레멘 교회를 배경으로 다함께 찰칵!
부산교당 5층 대법당에 들어서자 아름다운 화음이 법당 가득히 울려퍼진다. 피아노의 선율과 지휘자의 손끝을 따라 흘러나오는 노래에는 혼신을 다하는 정성이 배어있다.
바로 부산원음합창단(단장 강인수)의 연습시간. 7월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제3회 세계합창올림픽의 여운이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다시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오래도록 불러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한데 부르면 부를수록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된다.


30년 역사 지닌 실력파
원기58년(1973) 부산교구 어머니합창단으로 출발한 부산원음합창단은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교단내 합창단의 산 증인이다.
대부분 합창단의 시작이 그렇듯 부산원음합창단도 대법회 등 행사중심으로 활동하는 소박한 합창단으로 시작했다.
원기63년 부산시장기 어머니합창대회 연말결선 1등에 입상, 원기72년 ‘창극 소태산’에 찬조출연 했으며 원기74년에는 부산예총 정기발표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전국성가합창제와 교구내 각종 행사에서 공연하며 기량을 닦았다.
원기80년부터 매년 정기연주회로 깊이를 더해가던 부산원음합창단은 원기87년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된다. 부산에서 열린 제2회 세계합창올림픽대회가 바로 그것.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세계합창올림픽은 그 규모와 참여도 면에서 세계적으로 평가되는 대회다.
부산원음합창단은 이 대회의 반주민요부문에 참가해 본선에서 은메달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리며 그 이름을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다.

올림픽으로 세계 도약
부산원음합창단은 올해 7월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제3회 세계합창올림픽에도 40여명이 참가, 종교음악Ⅱ부문 본선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수상하며(본지 1251호) 명실공히‘세계적’인 합창단으로 자리를 굳혔다.
종교음악Ⅱ는 기독교계열인 종교음악Ⅰ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종교음악부문을 겨루는 것으로 이번에 신설되었다. 부산원음합창단은 여기서 ‘우리 일찍 영산 회상’, ‘사은님 사은님’, ‘진리는 하나(There is One Truth)’ 등의 성가와 창작곡인 ‘영주’(방도웅 작곡)를 불러 교단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였다. 이젠 교구합창단의 울을 벗어나 문화예술부문에서 ‘원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홍보대사의 역할도 겸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들이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단원들 대부분이 가정주부이다 보니 연습을 비롯한 준비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대회에 참가한 단원 중에는 부모님 6·7천도재를 빠져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암수술 등으로 건강이 여의치 못함에도 이를 이겨내고 참가한 사람도 있었다. 강인수 단장(대연교당)은 “어떤 대회보다 정성을 들이고 많은 분들이 땀흘려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타종교 음악이 우세한 세계무대에서 원음의 메아리가 울려 퍼진 것이 무엇보다 의미있고 너무 자랑스럽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 교도는 ‘영주’를 부를 때 전율이 흘러 눈물을 참기도 했다고.

성가는 마음공부의 연장
부산원음합창단을 14년째 지휘하는 정세윤 교수(동주대학교)는 “솔직히 처음 전국성가합창제에 참가했을 때는 다른 합창단이 부러웠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번 은메달 수상이 “특별한 욕심없이 주어진 여건아래 최선을 다한 결과라 생각하고 변함없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부산원음합창단은 주로 교구내 30∼60대 여성교도 5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정주부 입장에서 합창단 활동은 언뜻 바쁜 가정사와 함께하기 힘들 것만 같다.
그러나 부산원음합창단의 생각은 다르다. 합창을 하면 어떤 점이 제일 좋으냐는 질문에 한 교도는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지만 성가 가사를 한 구절 한 구절 부르다 보면 어느새 우리 교법을 익히게 된다”며 “합창은 공부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다른 한 교도는 “연습에 참가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닌데 오래도록 소리없이 꾸준한 정성을 보이는 분을 보며 게으름이 나다가도 절로 마음을 챙기게 된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합창단 활동을 통해 다름아닌 신앙과 수행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었다.
부산원음합창단은 11월 21일로 예정된 제10회 정기공연을 앞두고 다시 연습에 들어갔다.
열번째 정기공연인데다 세계합창올림픽 은메달 수상도 있어 이번 정기공연은 어느 때보다 경사스런 시간이 될 것 같다. 재작년 열린 30주년 기념연주회에서는 부산원음합창단의 전임지휘자와 반주자까지 초청, 30년 역사를 결산하기도 했다.]

교단내 합창저변 확대되야
그러나 합창용 곡들이 많이 부족한 교단현실이 정기공연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경원 지도교무(안락교당)는 “합창단이 안심하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교단내 합창문화의 토양이 넓어져야 한다”며 “일선 합창단만으로는 어려운 일인 만큼 관련되는 분이 원불교 정서를 듬뿍 담은 좋은 곡을 많이 만들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 단장은 “국외총부 건설, 여성회의 유엔 진출 등이 범연한 일이 아니라 원기100년을 앞두고 교단의 대운을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일부분이지만 문화예술부문에서 최선을 다해 원불교를 세계에 알리며 보은할 것”이라 말했다.
부산원음합창단의 마음은 벌써 2006년 제4회 세계합창올림픽이 열리는 중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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