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의품 24장

경전이란 삶의 지침서요, 인생의 나침판이며 성불제중의 표준이다.

경전에는 지묵경전, 현실경전, 무형의 경전이 있다. (법어 무본편52장) 대종사님 당시 원기18년 5월에 교단 정기간행물 <월보> 제47호에 보면 ‘구전심수의 효력’이란 대종사 설법이 주산 송도성 종사 수필로 소개되어 있다. 이 법설 내용을 정리한 것이 바로 교의품24장의 법문이다.

주산 송도성 종사께서는 옛 성인의 경전도 보았고 그 뜻의 설명도 들었지만 도덕의 참뜻을 깨닫지 못했는데 대종사를 뵙고 전일에 보았던 글과 말씀들에 깨침이 있어 그 연유를 대종사께 물은 즉, “옛 경전은 이미 지어 놓은 기성복”이라 하셨다.

기성복은 그 사람 사람마다 체형이 각각이므로 대체로는 맞을지 몰라도 맞춤복은 될 수 없다.

대종사로부터 직접 법을 받는 것은 그 몸에 맞추어 새 옷을 입는 것처럼 각자의 근기와 경우를 따라 각각 그 사람에게 맞는 법으로 마음 기틀을 계발하는 공부이다.

대종사는 <월보> 제47호 법설에서 “성인의 가슴 속에는 억천만 법이 포함하여 있다가 일의 형편과 그 사람의 근기를 보아서 응해 쓴다.”하셨다. 구전심수(口傳心授)는 맞춤복이라 하셨다.

시대와 근기와 경우와 기틀 따라 경전을 활용해 가르치는 것이 맞추어 입는 옷과 같은 것이다.

또한 입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직접 주는 가르침이 생명력 있는 산경전이다.

모든 사람을 가르치고 인도하는데 있어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내 그릇, 내 가치관, 내 표준, 내 경험, 내 깨침에 집착해서 지도한다면 가르치는 사람의 근기는 될지 몰라도 진리에 표준을 둔 원만구족한 사람으로 클 수가 없다.

부모가 자녀를 가르칠 때도 물론이며 세상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도 자기 근기와 자기 표준에 고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강한 비, 바람, 햇빛속에 자란 들풀이 온실 속의 화초보다 생명력이 강하듯 넓게 보고 깊게 보면서 내면의 자유가 꿈틀거려 꽃을 활짝 피우도록 그 사람 사람에 맞추어 가르쳐야 한다.

우리 다함께 지묵으로 된 경전 속에서도, 현실로 나타난 삼라만상의 경전 속에서도, 보이지 않지만 나를 움직이는 마음의 경전 속에서도 살아 꿈틀거리는 강한 생명력을 불어 넣어 산 경전을 만들어보자.

그러기로 하면 모든 경전을 획일적으로 해석하고 고정시키지 말고 그 시대와 근기, 경우, 기틀 따라 맞추어 주는 맞춤복으로 가르치고 이끌어가자.

<이명륜 교무·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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