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으로 평화통일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지금, 본사 창간 35주년을 기념해 교단언론 3사 박달식 본사 사장, 강숙원 월간원광사 사장, 황인철 원음방송 사장이 지난 금강산에서 열린 청운회 도덕발양대회에 임석한 좌산종법사를 초청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주제로 특별회견을 마련했다.

이번 회견은 북한 핵문제와 북한인권법 미의회 통과 등 경색된 남북관계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방안으로 제시됐으며, 평화통일의 의지를 전 국민적인 실천운동으로 확산해 갈 것을 호소하는 자리였다.

통일대도 6대 강령
대해원(?解?)
통일작업은 원한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일부터 해야한다. 해원을 하기 위해서는 불신의 벽을 허물고 신뢰의 벽을 두텁게 해야한다.
대사면(?赦免)
불행했던 과거사는 서로 용서하고 대사면을 해서 없었던 일로 돌려야 한다. 과거의 상처를 들추어내는 것은 더 큰 상처, 더 큰 아픔과 불행으로 이어질수 있다.
대화해(?和解)
화해란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되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받을 때만 화해는 이뤄질 수 있다.
대수용(?受容)
통일대의, 국가대의에 위반되는 일이 아닌 사소한 일은 모두 받아주자. 서로 수용해 주고 상대방이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요구를 해올 때 이유없이 들어주어야 한다.
대협력(?協力)
자리이타의 정신으로 서로 돕자. 강한 편에서 약한 쪽을 먼저 돕고 조금 더 돕자. 그리하여 서로 진화의 길로 나아가면 대협력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대합의(?合意)
우리나라가 분단된 원인을 들여다보면 외적 요인도 작용했으나, 그보다 더 심층적인 것은 우리 국민이 단합을 못한데 있다. 사심을 버리면 합할 수 있고 합하여 단합을 이루면 온 민족의 단합도 이끌어낼 수 있다.

◎ 오늘의 주제가 ‘한반도 평화통일’입니다. 평소 통일대도를 주창해오셨는데 좀더 자세한 내용을 부연해 주십시오.

▲ 통일은 무엇보다 ‘평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불평등한 통일은 파괴와 살상을 불러 큰 부작용을 낳게 된다. 전쟁을 통한 무력통일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통일은 서로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평화통일이라는 대 전제하에 구상되어야 한다.
통일은 단순히 남북이 하나로 합했다는 것을 넘어서서 분단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과 고초를 해소시킬 수 있는 동시에 한반도로 밀려오는 세계의 기운을 타고 세계 중심국으로 승승장구하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은 비단 우리 한민족의 문제뿐 아니라 세계평화에도 중대한 영향을 가져다 줄 것이다. 통일을 통해 한반도의 대치 상황이 해소되면 동서 냉전의 응어리가 풀릴 것이고, 중동지역의 기류도 달라지게 되어 세계평화에도 기여하리라고 확신한다.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남북 선수단이 손을 잡고 함께 입장하는 것을 보고 세계 민족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하물며 우리가 한 사람도 다치지 않는 평화통일을 이뤄내면 세계민족이 얼마나 기뻐하며 박수를 보내겠는가?
이 모든 정황을 판단할 때 통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절대절명의 과제이다.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통일대도, 즉 대사면·대화해·대수용·대협력·대합의를 이뤄가야 한다.

◎ 좌산종법사께서는 통일대도를 바탕해서 통일의 의지가 전국민적인 운동으로 확산되어 실천적인 행동으로 거듭나야 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러한 때 원불교 교도 한 사람 한 사람이 해야할 일은 무엇이며, 어떻게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 우리사회가 꼭 시정해야할 점 하나가 서로 나누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양극으로 치닫는 현상은 성숙한 자세가 아니며, 불행을 자초하는 무의미한 감정 싸움일 뿐이다.

때문에 이 양극으로 치닫는 현상을 통합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과거사를 전부 용서하고, 해원하고, 화해해야 한다. 개인과 개인이 화해를 하려면 우선 감정을 건드리는 말을 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해야 하듯이 우리 국민들은 ‘서로 서로 조심하는 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통일 진로상에서 하지 말아야 할 금기사항은 첫째, 분단과 전쟁에 대한 과거사를 거론하지 않는 일이다. 물론 분단 책임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와서 아픈 과거의 상처를 들추어내면 무슨 득이 있는가.
과거사를 계속 거론하면 화해로 나아가기가 힘들다. 과거사는 접어두자. 시시비비 따지지 말자. 과거는 접어두고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면 과거의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다.
둘째, 상대방에게 피해주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면 서로 방어벽을 두텁게 쌓을 것이고, 방어벽이 높이 쌓인만큼 불신의 벽이 더 쌓여 결국은 화해를 할수 없게 된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삼가고, 하루속히 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주도해 가는데 노력해야 한다.
셋째, 협약을 임의로 파기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개인간이나 단체나 국가의 협약은 일종의 약속이고 계약이다. 이 모든 협약은 서로가 지킴으로써 생명이 있는 것이다. 자리이타의 정신으로 교류협약을 체결하고 그 협약에 따라 교류를 열어가면 서로가 은혜를 창출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판단이나 국부적인 편견이 작용하여 이미 합의된 협약을 아무 거리낌없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불행을 자초할 뿐만 아니라 불신으로 이어져 결국 발전은 정지되고 만다. 그러므로 모든 협약을 성실히 지켜야 한다.
넷째, 군사력 시위나 무력을 증강하는 일도 중단해야 한다.
남북 문제에 있어 가장 민감한 사항은 군사문제이다. 우리의 군사력은 상대방이 무력도발을 해 올 때 방어하는 수준이면 된다. 서로 군비경쟁으로 치닫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그러므로 군사력 증강은 현재 상태에서 정지시켜야 하며 남북 모두가 군사력으로 해결된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변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상대방은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도 현실상황을 체념으로 포기하는 발상이다. 역사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오히려 대상을 다루는 주체의 솜씨에 따라 더 굳어지게 할 수도 있고, 더 유연하게 할 수도 있다.
상대방이 변하지 않으면 내가 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상대방이 변화되지 않는다고만 하지말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원숙한 역량을 발휘할 것인가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 교도는 물론 국민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하면 통일에 대한 실천적인 운동을 전개할 수 있을까요?

▲ 모든 국민이 통일을 갈망하고 있지만 통일의 접근방식에 있어서는 정론정립이 세워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무력통일을 꿈꾸는 사람이 있고, 막연히 흡수통일을 기대하는 측도 있다. 그러나 통일은 평화와 화해로 이뤄 나가야 한다.
국민 대다수가 이렇다할 뚜렷한 통일방법을 갖고 있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때에 따라서 본인도 모르게 통일의 진로상에서 찬물을 끼얹는 말을 하곤 한다.
아직도 북한을 ‘주적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한과 북한이 서로 주적이 되면 결국엔 싸울 수밖에 없다.
나는 이것은 통일은 위해서는 미성숙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통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평화통일이 대전제가 되어야 한다. 내 가족, 이웃, 나아가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 평화통일의 방식을 인식시켜 더욱 확고히 하면 통일의 그날이 앞당겨지리라 확신한다.
그렇기에 교도님들도 혼자만 알고 있지말고 서로 알도록 노력해야 하며 평화통일 쪽으로 가닥을 잡고 나가야 한다. 이런 협력이 이뤄지면 합력이 되고, 통일이 성큼 다가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 요즘 쟁점 중 하나가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입니다. 이에 대한 종법사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 구체적인 입장을 말하긴 어렵지만 서로 한치의 양보없이 양극으로 치닫는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쪽에선 국가보안법을 존치하고 내용을 바꾸자, 한쪽에선 폐지하고 내용을 보완하자는 의견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야간에 수많은 논의를 통해 바람직한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보안법 존치여부는 남북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서 결론을 내려주었으면 한다.
북한에서 껄끄럽게 생각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신뢰를 저해하는 일이다. 북한의 걱정을 해소시켜주면서 국가의 안녕과 질서를 철통같이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해 줄 것을 바랄 뿐이다.


◎ 북한의 핵문제, 탈북자 인권문제 등 한반도의 통일문제에 대한 주변국가들의 간섭, 또는 참여가 많아지고 있는데 그런 방향에서 어떻게 동북아시대의 허브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 지금은 세계주의의 국제사회이다. 일찍이 정산종사는 “앞으로 시대는 세계주의 정신으로 나아가야 개인이나 국가나 발전한다"고 하셨다. 때문에 국제사회를 외면하거나 무시하고 이뤄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더욱이 현재 국제사회는 우리의 통일 진로에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함께 갖고 있다.
우리가 관계하고 있는 4대 강국들도 우리가 통일이 될 경우 특정국으로 기울지는 않을까, 또는 통일 후에 지나치게 발전하여 자기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 등 이해득실이 무엇인가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켜 지혜와 성숙이 크게 요청된다. 오히려 그들의 협력으로 통일이 되면 세계의 그 끈질긴 냉각 응어리가 송두리째 녹아나서 모든 나라 사이에 융통의 물꼬가 터져 서로 발전이 된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세심한 국제적 의식이 절대 요청된다.
그러므로 국제사회를 외면하고 단절하고 무시하는 등의 행위가 있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들의 관심을 한반도로 끌어내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정리 정도연기자, 사진 남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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