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윤리, 미래세계 이끌어 갈 지표

평화사상의 흐름에서 본 정산종사의 삼동윤리

평화는 포괄적, 복합적, 다차원적인 주제여서 그 자체가 무정형(無定形)한 개념으로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평화라는 총론에 대한 구체적이고 각론적인 여러 접근법이 필요한데 서양사상 속에서는 그 구분이 ①고도로 중앙집권화된 세계정부를 통한 평화 ②국제연방을 통한 평화 ③분배 정의를 통한 평화 ④종교적 또는 정신적 가치의 승리를 통한 평화 ⑤공격성의 승화나 굴절을 통한 평화 ⑥우세한 무기 개발에 의한 전쟁억제와 공격을 통한 평화 등으로 이루어진다.

동양의 전통사상은 ④에 역점을 둔다.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사상이 여기에 속한다. 간디의 비폭력원리는 단순히 인도 독립을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고 진리파지의 실행이다. 비폭력은 진리의 속성이요 진리자체이다. 그는 『신(God)이 진리(Truth);God is Truth, Truth is God』 라고 선언했다. 이것이 바로 동원도리(同源道理)의 원리가 아닌가. 그는 또 종교의 상호보완성을 지적, 다원주의를 암시했다.

동원도리의 의미와 정신은 다원주의 이론에 그대로 재생되고 있다.

그런데 서구의 다원주의는 동양에서 이미 형성돼 있었다. 인도사상이 「다양성 속의 일치」로 표현되고 중국인들이 유불도 삼교를 아무 갈등없이 삶속에서 조화시켜 서양 종교학자들을 놀라게 한 것이 그것이다. 이른바 종교의 상호보완관계를 말해주는 것이다.

현재 서양종교이론의 주류는 다원주의적 사고유형이다. 기독교를 종교의 전부로 여겨 종교학과 신학을 구분하지 않다가 인도문화를 연구하면서 그 깊이와 다양성에 놀라 명실상부한 종교학이 탄생한다. 그것이 비교종교학이다.

이러한 학문 발전단계와 병행하여 다종교상황에 대한 이론도 자기 집단(교회, 승가)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배타주의(排他主義)」, 다른 종교에도 자기 것보다는 덜하지만 진리가 담겨있다고 보는 「내포주의(內包主義)」, 모든 종교가 객관적으로는 다 평등하다고 인정해 주자며 공존의 원리를 내세우는 「다원주의」 순으로 변천했다. 다원주의는 단순히 종교들이 여러 개 있다는 다수성(太數?)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다. 한 공간(나라, 세계)에서 다문화(太文化)가 공존하는 방식을 다루는 것으로 동원도리의 통일성-다양성 구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간디는 이론과 실천을 겸했다. 반면 다원주의는 아직 이론적인 측면이 강하여 삼동윤리와 같은 선언적이고 실천적인 메시지 성격이 강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원주의에도 동원도리의 정신과 취지는 그대로 다 들어있다. 서양인들이 기독교 중심의 단선적인 종교문화전통 때문에 다원주의나 동원도리는 뒤늦게 깨달은 원리이다. 그러나 일단 타당성을 인식한 만큼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한가지 그 증거로 거의 모든 대학에서 세계종교 과목을 설치한지 오래되었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 다원주의의 인식과 실천이 더딘 편이다. 그만큼 삼동윤리 주관자의 역할이 크다. 이제는 삼동윤리도 모든 사업에 대해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을 짜야할 때다. 우선 가장 동원도리라고 할 민족종교들부터 동기연계하여 동척사업을 전개하고 이와 함께 전통불교와 연계한뒤 기독교와의 대화 주체가 되는 것이 어떨까.

종교연합운동도 소리만 낼 것이 아니고 구체화할 단계에 이르렀다.

〈김영호.인하대 철학과 교수〉


미래종교에 대한 원불교적 대응

소태산은 자신의 시대는 물론 자신의 주변에서 전개된 역사와 미래에 대한 인식이 뚜렷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한민족이 세계의 도덕국가의 종주국이 될 수 있다」고 한 그의 예견에서 강하게 시사받는다. 그의 가르침에서 발견되는 타종교에 대한 폭넓은 수용은 다종교사회의 대화이론을 몸소 실천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미국을 중심한 서양에서 동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것은 서양 기독교의 쇠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하비 콕스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동양종교로 회귀하는 원인을 다음의 6가지로 요약하였다.

첫째, 서양의 기계문명과 개인주의 속에서 느낀 심각한 소외감을 동양종교 안에서 따뜻한 우정을 느끼게 한다. 둘째, 동양종교는 삶이나 신앙을 어떤 중간의 매개 없이, 추상적인 제도적 장치 없이 직접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셋째, 동양종교의 수련 전통에서 종교의 생명력을 찾고 있는 것이다. 넷째, 동양의 종교들이 보다 자연적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많은 여성들은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진 서양문화에 대한 반발을 동양에서 구제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여섯째는 건강과 생태학, 자원보존에 대한 젊은이들의 지적인 관심이 고조되는데 인간과 자연을 전체적으로 한 생명체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동양적 사고방식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소태산의 사상은 동양사상의 이러한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잘 갖추고 있다. 소태산은 아주 구체적으로 정신세계의 진리를 알아듣게 잘 표현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의 대각이 매우 철저한 것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미래의 불법은 재래와 같은 제도의 불법이 아니라 사농공상을 여의지 아니하고, 출세간과 세간을 구분하지 않는 것과, 또 새 세상의 종교는 수도와 생활이 둘이 아닌 산 종교이며, 수양·연구·취사의 일원화(一圓化)와 또는 영육쌍전·이사병행의 사상은 21세기 미래종교에 더욱 적합할 것이라 본다.

일원상 자체도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아니고, 또 환각제를 통한 사이비 주객일치의 일시적 은총도 아니며,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서 크게 보면 우주 만유 전체가 일원상이요, 구체적으로 보면 도덕과 법률이 그 가운데 포함되어서 이를 수행의 표본으로 삼으면 원만한 인격이 된다는 것이다. 소태산은 천지에도 식(識)이 있다고 하여 만물과의 고리를 강조했는데, 이뿐 아니라 식물 동물과 인간도 하나의 대생명에 연결되었고, 그 대생명의 한 부분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는 생명관도 자연의 생명성을 설명하는데 크게 기여하리라고 본다.

상극의 시대에서 상생의 시대 즉 대립을 포용하는 박애와 사랑, 그것을 연결하는 정(?)의 문화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시대의 비젼을 종합적으로 예시한 대종사의 안목은 앞으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 보는데, 아무리 상생의 시대가 오더라도 준비가 부족하면 이런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없다. 소태산의 말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그의 꿈을 미래를 바라보는 손가락(見指)으로 보고 후손들이 대비한다면 인류구제의 도리가 여기에 있음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은봉.덕성여대 철학과 교수〉


양명학의 입장에서 본 원불교 정신

양명학을 공부한 사람이 원불교 자료들을 보면 형해화(形骸化)된 유학 전통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던 왕양명(?陽明, 1472-1528)의 정신과 매우 유사한 생동하는 개혁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 첫째가 삼교합일적인 사상이다. 양명학 특히 왕양명의 심즉리(心卽理)는 정주리학(程朱理學)에서의 성즉리(?卽理)에 비해 화엄(華嚴)이나 선학(禪學)의 영향을 훨씬 더 받아 삼교합일적 경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원융회통의 정신은 우리나라 정신사에 면면이 이어져 왔는데, 원불교사상에는 이런 입장이 강하게 나타나 있다. 소태산은 자기가 깨달은 우주의 핵심적 진리를 「일원상(○)」으로 표현하였다. 이 일원상은 모든 존재들의 궁극적 본원상이며 모든 진리의 근원이 되며, 「유가(儒家)에서는 이를 일러 태극(?極) 혹은 무극(無極)이라 하고 선가(仙家)에서는 이를 일러 자연(自然) 혹은 도(道)라 하고 불가(佛家)에서는 이를 일러 청정법신불(??法身佛)이라 하였으나 원리에 있어서는 모두 같다」고 하여 삼교(三敎)의 근원이 같다고 주장하였다.

회통·원융의 관대한 정신은 「깨달음」 쪽 보다는 「사회적 실천」에 주안점이 놓여진다. 왕양명도 형식화된 주자학을 비판하면서 그들이 이치를 궁구하는데(窮理)에 치우쳐 실천성을 결여한 점을 신랄히 비판하였다. 그래서 양명은 「이론과 실천은 하나이다(知行合一)」, 「현실 속에서 도를 닦는다(事上磨練)」는 명제를 주장하였던 것이다. 이와같이 사회적 실천을 중시하는 입장을 원불교에서 풍부하게 발견한다. 「불법이 곧 생활이요 생활이 곧 불법」 등이 그 모토이다.

다음으로는 대개 경우에 종교나 이데올로기가 세력이 커지고 제도화되면 형식주의나 권위주의에 빠지기 쉽다. 바로 이런 때에 그 본래 취지를 회복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형식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개혁이 요구된다. 양명학이 당시 교조화되고 형식화된 주자학에 신선한 개혁을 불러 일으켰듯이 소태산은 생애를 종교를 통하여 인간과 사회의 개혁을 시도하였다. 그의 개혁운동은 인간개혁, 생활개혁, 사회개혁, 종교개혁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소태산은 미신신앙을 인도정의의 진리신앙으로, 신통묘술과 기도만능의 기복신앙을 사실신앙으로, 구원의 독점주의신앙을 보편주의신앙으로, 배타적인 편벽신앙을 원융회통적인 원만신앙으로 개혁을 실현하였다.

다음은 실용적인 면이다. 동양의 전통에는 일상의 구체적 세계와 사변적인 형이상학의 세계를 통일한 상태야말로 가장 높은 경지로 인식되어 왔다. 원불교는 이러한 실용적인 면이 양명학보다 한발 더 나아간 점이 있다. 유불도의 전통을 종합할 뿐만 아니라 기독교나 근대과학이 포함된 「서학(西學)」까지도 부분적으로 종합·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원불교가 동양정신사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동양철학의 근본 정신인 `내성외왕(內聖??)'을 오늘에 실현하는 길이 바로 소태산이 처음에 내세운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모토 속에는 이미 위와 같은 문제의식이 내재해 있었을 것이다.

〈김수중.경희대 철학과 교수〉


삼동윤리사상의 종교학적 재평가

정산종사는 원불교의 종교적 이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현대사회에서 원불교가 나아갈 실천적인 방향을 제시하였다. 정산종사는 인류사회의 미래적 양상을 정확히 진단하였을 뿐만 아니라, 동원도리·동기연계·동척사업의 가르침을 제시해 주었다.

삼동윤리사상은 정산종사가 교조인 소태산대종사의 일원상의 진리에 입각해서 앞으로의 종교와 인류 그리고 정치가와 사업가들이 나가야 할 방향을 윤리적 입장에서 제시한 것이다.

정산종사는 소태산대종사를 만나 원불교사상을 접하기 이전에 유교·불교·도교를 중심으로 하는 동양고전종교의 세계를 섭렵하였다. 정산종사의 삼교원융적 종교관은 소태산 대종사의 종교관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삼동윤리사상이 지니는 종교사적 의의를 살펴보면 첫째, 삼동윤리사상에 담긴 일원주의의 이념이 지니는 의의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삼동윤리사상은 하나로 어우러지는 일원세계 건설을 전제한 것으로서 세계일가의 대동윤리를 지향하는 것이다.

둘째, 삼동윤리사상이 펼쳐지는 전개 방식에 대해서이다. 삼동윤리사상은 정산종사의 선구자적 시대 인식과 미래 전망,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실천적 지향을 담고 있다.

셋째, 삼동윤리사상은 총론과 각론을 통해 종교사상의 이념과 그것의 실천적 지향을 일관된 구조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총론이라 함은 삼동윤리에 대한 정의에 반영된 일원주의를 가리키는 것이며, 각론이라 함은 동원도리·동기연계·동척사업의 가르침을 말한다.

다음으로 삼동윤리사상에 담긴 구체적인 가르침이 지니는 의의를 생각해 보면 첫째, 삼동윤리사상에는 종교연합운동 정신이 담겨 있다. 삼동윤리는 종교·민족·이념·국가 등의 모든 장벽을 넘어서서 인류가 대동화합하는 새로운 윤리로서 제시됐으며, 그것이 현실 세계에서 구체적으로 펼쳐진 첫 걸음이 종교연합운동의 실천일 것이다.

둘째, 삼동윤리사상에는 세계주의의 정신이 담겨져 있어 대세계주의를 윤리화한 사상이다. 세계주의라 함은 원불교가 전통적으로 지향하는 일원주의의 실천적 지향점을 말하는 것이다.

셋째, 삼동윤리사상에는 「더불어 삶」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동척사업의 가르침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신인류(新人類)의 실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모든 사업간의 연대는 신문명 창조의 기반을 이루게 될 것이다.

네째, 삼동윤리사상은 원불교의 교리적 가르침을 매우 압축적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불교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일원상의 진리와 삼동윤리사상의 구조적인 연관에 대해서 살펴본 바 있다. 아울러 삼동윤리사상과 4은4요 사상이 일맥상통한다는 사실을 살펴본 바 있다.

이러한 사상과 교리체계를 가진 원불교는 이러한 유용한 가르침들이 지니는 가능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원불교는 제도 정착기를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창조기에로의 성공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신광철.한신대 철학종교학부 교수〉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원이 주최한 제18회 학술대회 초청
발표 내용을 김도공(원불교사상연구원).박은주(교정원
교화연구소)교무가 요약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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