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 30대 남자 교무?

“원장 교무님!”

어린이집 차량운행을 마치고 오던 김국진 교무(36)가 차에서 내리자 음악에 맞춰 앞마당에서 율동을 하고 있던 어린이들이 일제히 뛰어 오며 김 교무의 바지를 잡으며 달려든다. 원아들에게 둘러싸인 김 교무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함께 율동을 하기 시작했다. 일순간 신나는 화동한마당이 펼쳐졌다.

법문 교육 철학

김 교무는 교당에서 운영하는 구례원광어린이집의 원장이다. 1999년부터 원장을 했으니 5년째이다. 30대의 젊은 남자가 어린이집 원장이지만 성직자라는 것이 믿음을 주었던 모양이다.

구례원광어린이집은 구례의 7개 어린이집 중 가장 크다. 2만8천명의 작은 도시에서 어린이가 165명이나 되니 말이다. 설립한지 11년된 어린이 교육의 장이지만 단연 이곳 어린이들의 표정이 가장 밝고 프로그램도 으뜸이다. 담이 없고 모든 놀이기구와 물품이 어린이들의 크기에 맞으며 선생님들의 밝은 미소가 이들을 위한 세세한 배려이다.

어린이들이 등교하기 전, 선생님들의 즉석 설명기도와 밝고 재미있는 법문공부로 시작되는 조회는 어린이 교육의 철학이 베어 있었다.

마음공부하는 자모교화단

구례교당은 올 5월부터 자모 교화단을 만들었다.

자모들이 자녀들의 변화를 감지하며 필요에 의해 마음공부방을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보좌교무인 이양덕 교무와 김 교무가 자모교화단의 마음공부에 함께한다. 내년 퇴임을 앞둔 박현도 주임교무는 순숙된 법으로 이 교화단을 갈무리한다. 세 교무의 나뉜 역할이 혼연일체를 이루며 구례의 어린이와 자모들을 일원 진리화 하는 것이다.

자모들로 구성된 이 교화단은 일요예회 출석은 물론이고 매주 1회씩 마음공부방을 진행한다. 자모들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원불교를 찾았고, 그 효과를 느끼면서 주변의 사람들도 권유하여 법문에 인도했다.

사람들이 떠나는 도시에서 교화를 진행하는 것은 교무진들의 이같은 정성 때문이다.

“쉬임없이 챙겨야”

그러다보니 청소년 교화도 수월스럽다. 김 교무는 부교무 시절부터 이곳에서 8년을 살았다. 교무의 임기가 6년인 상황에서 이처럼 오래있기가 쉽지 않은데 결혼도 미루고 세월을 묻고 살다보니 청소년 교화가 저절로 되어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이집의 연륜이 더해가며 어린이집 출신 학생들이 학생회를 활발하게 이끌어 가고 있었다.

매주 열리는 어린이 법회도 30∼40명, 중고등학생들로 이루어진 학생법회에도 30여명이 법회에 나온다.

“많을 때는 50명씩에 육박할 때도 있었는데 최근 대학원에 다닌다고 매주 이틀씩 자리를 비웠더니 확실히 결과가 숫자로 나타나네요.”

“교화는 역시 교무가 교당에서 쉬임없이 챙길 때 되어진다”며 당연한 것인데 또 강조해서 머쓱하단다. 김 교무는 청년까지 합해 내년 청소년 법회출석 목표를 1백여명으로 잡고 있다.

내년엔 웰빙 어린이집을 운영할 예정이다. 산소발생기 등을 교실마다 설치하고, 어린이들에게 요가를 지도 하려고 한단다. 사회의 필요를 모두 어린이 교육에 쏟아 부어 사회와 하나되어 본격적으로 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쏟는 정성이 결국 학생교화력으로 나타나고, 부모님들의 신뢰이자 교화력이 된다는 것이다.

조만간 구례읍과 면의 중학교를 통폐합 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읍내에 위치한 교당의 상황이 교화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며 김 교무는 귀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 역시 교화는 정보와 관심이다.

신뢰가 교화력

인구가 빠져나가는 2만8천명의 소도시에서 청소년 1백명의 법회 출석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같은 노력과 열정, 그리고 위로부터 돌봐주고 합력하는 교화진들의 시스템이었다.

사심없이 위로 향하고, 아래로 돌보는 김 교무의 해맑은 미소가 있기에 구례의 일원 복음화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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