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종단협의회 가입 논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교학대학 동양종교학과의 명칭변경에 대한 찬반논쟁이 교단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동양종교학과로는 학생들의 욕구와 진로를 수용할 수 없으니 현대사회의 새로운 관심분야인 기철학, 또는 기과학에 바탕한 체계적 수련방법을 학문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동양기(氣)학과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과 명칭을 변경하는 문제에 대한 찬반 양론이 일자 교정원 교육부와 교학대학 공동으로 간담회를 개최키로 했다가 수위단회 의장단협의회에서 교학대학 내에 기(氣)관련 학과를 설치하지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 간담회는 취소됐으나 이에 따른 시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가입논의에 이어 교단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동양종교학과 명칭변경 문제는 교단의 정체성과 교도들의 주체성을 다시한번 생각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양종교학과의 명칭변경 추진과 인가된 기(氣)관련 학과를 어느 대학에 설치할 것인가는 이제 대학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나 원불교를 개교한 소태산 대종사의 본의, 그리고 교립 원광대학교를 개교한 정산종사의 당부말씀 등 근본정신을 잊어서는 안된다.

소태산 대종사는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써 정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물질의 세력을 항복받아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기 위해 새 회상 원불교를 개교하셨다.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은 원불교 교리의 특징인 동시에 재가 출가 전교도가 함께 실천해야할 과제이며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 일」은 새 회상 원불교의 시대적 사명이다.

따라서 원불교 교역자, 또는 교도로서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문제는 자신의 구제뿐 아니라, 인류구원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인만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외부수련 문제에 적극 대처하지 못한데 대한 반성은 물론, 교학대학 내에서 외부수련단체 인사의 초청강연, 동양대학원에 기학(氣學)전공을 설치하게된 경위에 대한 설명, 그리고 아직도 외부수련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제재방법 등에 대한 토론과 함께 당사자들의 분명한 입장정리가 필요하다.

「그대들이 원만한 사람이 되어 넓은 지견(知見)을 얻고자 하거든 반드시 한편에 집착하지 말며 자가(自家)의 주장을 잃고 모든 법을 함부로 쓰라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주견을 세운 후에 다른 법을 널리 응용하라」는 말씀과 「마땅히 간단한 교리와 편리한 방법으로 부지런히 공부하여 뛰어난 역량(力量)을 얻은 후에 옛 경전과 모든 학설을 참고로 한번 가져다 보라」는 대종사의 말씀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교학대학 동양종교학과를 동양기학과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서 원광대학 설립의 교단사적 의미를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다.

원기31년(1946) 유일학림(唯一學林)으로 출발한 원광대학교는 교화 교육 자선 등 교단 3대목표 가운데 하나인 교육사업을 목표로 설립되었으며, 개교 당시부터 설치된 원불교학과는 그동안 예비교역자의 교육과 원불교학 발전에 선구적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음은 교단의 기쁨이요,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교학대학 동양종교학과를 동양기학과로 명칭을 변경해야 하는 설명서에 의하면 「도덕대학의 구체적 실천방법을 제시하여 정신운동의 핵을 삼고, 장기적으로 원광대학을 기공학, 또는 기과학의 본산이 되도록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원불교의 교육이념과 대학설립의 근본정신을 망각한 무책임한 발상(發?)이 아닐 수 없다.

원광대학교는 원불교의 교육이념에 의해 설립된 대학이므로 도덕대학의 실천근거 또한 원불교의 개교정신과 교리에 바탕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고 서원에 반조하여 대종사님과 법신불전에 부끄럽지 않은 교도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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