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대2회 설계는 지식산업사회인 21세기 교단의 초석이 될 것이다.(일러스트 이대성)
원기13년(1928) 3월 27일(음) 전날 제1대 제1회 기념총회를 마친 소태산 대종사는 이날 오후 제1회 사업성적표 수여식을 거행하고 “선진 후진이 서로 공덕을 알아 업어서라도 받들고 영접하여, 교운이 한없이 융창하고 그대들의 공덕도 한없이 유전되게 하라”고 부촉하셨다.(대종경 교단품 2) 이 법문은 교단 창립 제3대 2회(원기85∼96년)의 첫해이자 정산종사 탄생 100주년의 해 그리고 2000년과 함께 시작되는 올해에 특별한 의미를 갖게 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교단 체제를 1대 36년, 1회 12년으로 짜고 교단을 기획적으로 운영토록 했다. 역대 종법사도 이를 기준으로 경륜을 펼쳤다.

교단에서 제3대 2회 설계를 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원기72년 3월 9일 교단 3대설계 특별위원회를 구성, 제3대 36년의 설계안을 마련했던 사실을 기억한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원기73년에 시작된 제3대1회. 지난 12년동안 교단 내외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제2대 36년의 변화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를 감안할 때, 제3대2회(이하 3대 2회)의 변화 속도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3대 2회를 면밀히 준비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3대 설계와 3대1회의 평가

원기84년 수위단회에서 발행한 “수위단회 상임위원회별 3대지침 점검보고서” 자료에서 3대 계획안 중 상임위별 관련 항목을 보면 교화상임위(교화계획·인재육성분과) 121항, 총무상임위(체제제도·전무출신제도분과) 84항, 사업상임위(재정산업·봉공공익분과) 77항이다. 이중 3대1회(원기73년∼84년)의 평가 결과, 완료된 사업은 교화부문 21%, 총무부문 73%, 사업부문 29%이다. 이 평가결과에서 총무상임위와 관련, 개선이나 실행이 용이한 제도부문은 진행 정도가 높은 반면 여타 부분은 그 진행 정도가 현저히 낮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수위단회 전문위원들의 평가에 의하면 관계 부서간 차이는 있지만 3대 설계안 숙지 부족, 변화된 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 부족, 책임 주체 불분명, 계획안의 지도 점검·평가 부서 불명확 등으로 인해 총체적으로 정책과 시행이 불일치하고 조정력이 상실돼 종합적인 시행이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수위단회 상임위별 제3대지침 재평가보고서” 요지는 별도로 정리했다.


21세기 초, 3대2회의 전망

21세기 초엽에 시작된 3대2회에 국가와 세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미국 CNN방송이 각계의 전문가들을 통해 21세기 인류의 변화될 삶의 모습을 진단한 내용 중 본 논제와 관련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 로봇의 일상화 △인간의 활동영역 우주로 확대 △컴퓨터 언어가 통역, 번역을 맡는다. △한 지역 내에 독신자 아파트부터 대저택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택공간이 마련되고 주택·사무실·상가 등의 기능을 한곳에 모은 첨단 복합건물 확산 △ 건강 개념은 ‘오래 살기’에서 ‘완벽한 인생살기’로 변화 △학교교육 토론 위주의 교육추세 가속화. 공교육은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학교교육으로 확대 △전자결제를 이용하는 세계단일통화가 등장 △종교계에는 정신세계의 갱생에 깊이 몰입. 남·북반구간의 빈부 격차와 부채 탕감, 안락사, 낙태, 유전공학 등 사회적 이슈와 관련 하부로부터의 개혁 욕구 증폭. 21세기 중반 기독교에 ‘제2의 종교개혁’ 예상. 그 반작용으로 기독교는 물론 유대교·이슬람교·힌두교 등 세계종교계에 변화를 거부하는 근본주의 물결 거세질 것.

한편, 이코노미스트지는 「21세기 세계 경제를 읽는 키워드 10개」로 △전자상거래 활발 △극심한 환경문제 △자유 무역확대로 국경없는 경제 형성 △고부가가치의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식기반산업 흥성 △생명공학 발달의 파장 △노인인구 급증 △금융의 자유화와 국제화 가속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시대 △식량과 에너지 파동 △뉴프런티어(우주, 해양, 지하공간의 개척)를 선정했다.(제517호, 1999.12.28)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해 제시된 이 예측들은 거의 적중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근본인 정신과 영생의 문제를 다루는 게 종교의 영역이지만, 진리와 생활을 하나로 일치시키며 살도록 가르치는 종교라면 이같은 21세기의 사회변화를 도외시할 수 없다.


3대2회의 교단적 대응 밖으로 미래로 사회로 세계로

교단은 3대2회와 함께 시작한 21세기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左山종법사는 3대2회 표어를 ‘밖으로 미래로 사회로 세계로’로 천명, 3대2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성시종 교정원 기획실장은 이에 근거, “교단 3대 1회가 내적 정비기간이라면 3대2회는 중심과업을 단계적으로 설정하는 기간으로서 개교 100년을 향한 결복기의 성격도 갖는다”고 밝혔다.

교정원 기획실은 출가·재가교도 100인으로 3대2회 설계특별위원회를 구성, 12년 장기계획·6년 중기계획·3년 단기계획을 성안하려고 진행 중에 있다. 세부계획을 마련하기 위해서 교화분과(교화·훈련·국제·문화분야), 교육분과(전무출신 양성·정규교육·사회교육 분야), 사회분과(복지·봉공·환경·통일·여성 분야), 사업분과(산업·재정·금융분야), 행정분과(행정·제도·인력·교구자치 분야)로 나눠 진행한다.


3대2회 계획의 방향

3대2회 계획 수립을 위해 3대2회 설계특별위원들은 먼저 3대 설계안을 숙지해야 한다. 전문분야별로 미실행된 부분은 원인을 분석, 항목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향후 12년간의 변화 추이를 예측하며 실효성있게 재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한 요구사항을 접수하고 요구분석을 거쳐 교단의 예산·인력 등을 감안해 교단 역량의 총량에 맞게 적의히 조절, 시행시기 등을 조정해야 한다. 계획안이 확정되면 전담부서를 두어 계획안 숙지·지도점검·평가 등을 통해 정책과 시행이 일치되게 해야 한다.

3대2회의 방향을 세우면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감안할 것을 제안한다.

△교화:교화부문 계획은 종교인구조사에서 나타난 교도 수를 실수(實數)로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뤄져야 한다.

교화관련 제도와 정책은 교화 최일선인 지역사회에서 교화활동을 인정받게 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한 교화 관련 연구 수준을 높여야 한다. 교정원에서는 교화연구소와 기획실을 폐지하고 교화부원장 산하에 교화기획팀을 구성, 그 기능을 대신하도록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교화관련 연구 역량이 미약한 현실을 감안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호법수위단제 도입·교당규정 개정에 이어 ‘재가교도의 교화주역화’에 대한 단계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국경을 초월한 인터넷방송에 대한 투자도 시급하다.

△훈련:과학발달로 인간의 정신이 더욱 황폐해질 21세기에 훈련은 ‘정신적 복지’의 기능을 할 것이다. 훈련을 원불교의 정체성(正體?)으로서 대외에 자신있게 표방할 수 있도록 내실을 기해야 한다. 훈련은 종교영역 외적으로도 경쟁부문임을 알아야 한다.

△국제:5차 교헌개정에서 확정된 국외총부 설치 조항은 해외교화와 국제활동에서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교전의 외국어 번역은 지속돼야 한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교도나 유학생·교수 교도들의 역할에도 관심을 갖자. 이들에게는 원불교 사상을 테마별로 알리는 ‘작은 책’이 더 시급할 것이다.

△문화:문화는 비언어 교화수단으로서 장기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분야이다. 원불교사상이 배태(胚胎)된 문화를 성숙시키려면 음악·미술·건축·문학·출판·연극·영화 등 각 분야의 전문인재를 양성·발굴해야 한다. 교단 특유의 문화를 성숙시키는 노력을 병행하고 교단 언론기관의 활성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무출신 양성:예비교역자 양성기관의 외형적 면모는 갖추었으나 아직도 교과과정 개편, 현장교화와의 연결성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교화력 극대화를 위해 기성교역자 재교육이 적극 모색돼야 한다.

△정규교육·사회교육:정규교육부문에서 교립학교는 특성화된 교육을 통해 공교육개혁의 선두에 서야 한다. 교단에서 운영하는 3개 대안학교로부터 그 사례를 접할 수 있다.

사회교육은 부산교구 예지원, 교단 산하 사회복지관 등이 역할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교당을 개방, 교당이 지역사회의 유익한 공간임을 인지하게 하는 것 또한 큰 교화이다. 재가교도들이 역량을 발휘할 기회도 된다.

△복지·봉공:중앙총부의 책임하에 운용되는 대사회 복지·봉공기금이나 활동을 교구 중심체제로 이관, 지역사회에서 교당과 교도들이 주도적으로 기능하도록 하자. 교단의 복지시설이 전국에 고루 분포되도록 해야 한다.

△환경·통일·여성:이 부문은 21세기에도 시민운동의 모토가 될 것이다.

환경문제는 지역과 국경을 초월하며, 그 영역이 유전자 조작과 생명복제문제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환경단체 법인을 조직, 지속적으로 활동하게 해야 한다. 통일은 분단된 조국의 최대 숙제이다. 젊은 통일 일꾼을 양성, 통일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한편 통일 후에 대한 교단적 대응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남녀 양성의 평등이 급진전될 21세기에 여성문제는 성차별 극복에 그치지 말고 양성평등시대에 따른 새로운 성역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산업·재정·금융:중앙총부의 자립경제를 확립하려면 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전문팀을 구성해야 한다. 성장이 지체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생산적인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재정과 관련, 중앙총부는 총부예산에 반영하던 교당 의식교금 비율을 교화·교육·자선기관에 재투자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그 부담은 총부 직할 수익기관으로 전가돼 이로 인해 확대재생산 기회를 놓쳐 동종업종간 경쟁력 상실이 우려된다. 적용비율을 재조정하든지 아니면 ‘작은 총부화’를 단행해야 한다.

△행정·제도·인력·교구자치:이 분야에서 3대1회의 큰 변화라면 교구자치화 단행과 교헌 개정을 들 수 있다. 그런데 교구자치화를 시작하면서 내걸었던 ‘작은 총부화’의 단행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을 면밀히 분석, 예산·인력 등 단계적 축소 규모를 시행년도와 함께 명확히 정하고 진행해야 한다. 차제에 총부의 서울 이전에 대한 문제도 공론화해보자.


내적성숙은 병행하는 3대2회

3대2회 표어 ‘밖으로 미래로 사회로 세계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내적 성숙이 전제되어야 한다. 내적 성숙이란 교도들의 신앙·수행력, 교단의 재정과 인력 등으로 이뤄지는 교단의 총량을 사실적으로 평가한 성숙을 의미한다. 내적 성숙 수준에 대해 대중들이 공감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면 그 활동이 자칫 UR(종교연합) 운동처럼 소수 선도자 집단의 몫에 치우치게 되어 대중화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제3대2회, 그것은 이 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의 책임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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