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학생생활관 월요선방 싹터

   
 
   
 
‘원광, 너희는 개벽의 일꾼이어라’

교립 원광대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글귀.

‘노자와 21세기’ 강의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도올 김용옥 박사가 원광대 한의대에 다닐 때 지었다는 이 글귀가 1만6천명 재학생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내외에 ‘도덕대학’임을 거듭 천명하는 원광대의 끝자락에 위치한 15층 건물 학생생활관. 학생기숙사라 말하면 쉽게 알아 들을 이곳에 ‘개벽의 참뜻’을 깨닫게 하는 바람이 미풍처럼 불고 있다. 월요선방.

매주 월요일 오후 7∼8시면 헐렁한 옷차림을 한 학생들이 기숙사 지하 90평 공간에 마련된 선방에 하나 둘 모여 든다. 줄잡아 50여명.

학생들은 학생생활관 동아리인 이 모임을 ‘결가부좌 자세’를 뜻하는 ‘파트마’라는 말을 따서 ‘파트마명상’ 동아리라 이름지었다.

선방 문의 포스터에 적혀 있는 ‘선(禪)을 통해서 참 나를 찾자. 참 나 찾자. 텅 비어 있으면 참 나가 보입니다. 선(禪)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는 문구가 내면을 돌아보게 한다.

이 시간에는 학생생활관 1관장인 박순호 교수(사범대 국어교육과, 대학교당 교도회장), 2관장인 정진명 교무 그리고 학생생활관 운영관리팀장 최영진 교무와 이명심 교무가 함께 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 승려로 원광대 대학원에서 불교학을 공부하고 있는 도정·달정 스님을 비롯 한국어학원에서 우리말을 배우고 있는 네팔인, 러시아 고려인 등 외국인도 동참, 선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좌복에 앉아서 묵연히 정좌하고 있던 학생들이 국선도 사범이자 학생생활관 직원인 장성환 교도의 지도로 10여분간 선체조를 한다.

동아리 회장인 한의대 본과 2학년 염승철 군의 죽비 3타로 시작, 일상수행의 요법을 독송한다. 이어 최영진 교무의 단전주선 지도가 이뤄진다. 몸 자세, 호흡, 마음가지기 등.

20분 동안 고요함이 흐른다. 출정을 알리는 죽비소리에 이은 일원상서원문 독경과 좌선법 합독. 이 모임에 참석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아직 익숙치 않지만, 매일 아침 이명심 교무와 장성환 교도의 지도로 선을 하는 15명 학생들은 보기에도 자연스럽다.

이윽고 한 말씀 시간. 최영진 교무가 “선 수련을 하는 것은 일체의 욕망과 잡념을 버리는데 있다”면서 “그 마음을 얻으면 거기에 우주도 담을 수 있는 것이니 정진하고 정진해서 그 마음을 얻자”고 강조한다.

선을 마치자, 선객들은 녹차 한잔으로 심신을 청아하게 한다.

이명심 교무는 “이 정도까지 자리매김을 하기까지는 초창기에 학생생활관을 맡았던 정현인 교무(원불교학과 교수)와 역대 사감진, 조교의 힘이 컸다”면서 “학생들과 가깝게 있는 남기숙사 사감 이상곤 교수(철학과), 여기숙사 사감 이성전 교무(원불교학과)와 조교들이 관심을 갖고 학생들을 챙긴다”고 전했다.

현재의 선방 개설은 이제성 교무(전북교구장)가 학생생활관 관장 재직시 염원, 문화센터인 이곳을 지난해 열반한 김석원 교무가 손수 수리해 마련했다.

회장 염승철 군은 선 체험 수련기를 통해 “호기심으로 시작한 선이 이제는 일원상서원문 독경을 통해 내 자신을 다시금 돌이켜 보게 되었고 선을 하면서부터 일주일간 묵혀 두었던 마음의 때가 씻어져 매일 차를 음미하는 듯하다”고 소감을 말한다.

박순호 교수는 “무궁무진한 교화터전이다”고 강조한다. 최영진 교무와 이명심 교무는 내년부터 학생생활관 직원 60명을 대상으로 정례법회를 갖는 등 교화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학생생활관에서 생활하는 1천6백30명의 학생(남 712명, 여 918명). 그들이 매일 선을 통해 참나를 발견, 이 세상을 바로 세울 ‘개벽의 일꾼’으로 태어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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