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이대성 교도(분당교당)
원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원불교 중앙총부가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원광대학교가 전북 익산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은 편이다. 그뿐 아니라 원불교를 모르는 사람도 원광대학교와 연관해 말하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원광대학교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원불교를 필요로 하는 사람보다 많아서일까?

물론 원광대학교는 입시경쟁의 대학사회에서 우수한 인재선발과 학교경쟁력을 위해 홍보팀이 있고 입학관리팀에서는 학교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 요새말로 튀어야 하니까. 그리고 원광대학교를 아는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원광대학교를 모르는 사람들을 찾아가 학교를 알리고 마침내는 선택을 하도록까지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지메이킹’이란 신조어와 함께 새로운 이미지로 우리 앞에 나타났던 대통령 후보들, 엄청난 경비를 투자해 기업의 변화된 이미지 광고는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게 됐다. 널리 세상에 알리되 그 특징적 요소를 드러내 의도하는 방향으로 잘 알리자는 것이다. 원불교 역시 새 시대 새 종교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교단적으로 검증되고 통일된 이미지의 다양한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원불교는 이미지 만들기에 어느정도 준비하고 있을까.

차기 교정원에서는 현재 중앙총부에 있는 문화부를 문화사회부로 명칭을 바꾸고 정보교류와 대외업무가 원활히 이뤄지게 하기 위해 서울로 사무실을 옮기기로 했다.

오래전부터 ‘중앙총부를 서울로 옮겨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시대변화의 추세에서 한편 타당성이 확인돼 대외로 교단을 홍보하는 업무와 문화 전반에 관한 업무를 주관하는 문화사회부를 서울로 이전키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문화사회부의 업무를 보다 세분화하고 조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장소를 정보의 중심지로 옮긴다해도 업무를 추진하는 행정과정이나 교단적 배경이 겸하여 변화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21세기 정보화사회에서 최고의 판매가치를 지닌 문화상품으로서의 종교는 그 교화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비례하는 교화력의 증대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법장사로 시작한 교단

일찍이 소태 산대종사는 교단품 24장에서 “내가 가게 하나를 벌이고 영업을 개시한 지 여러 해 되었으되 조금도 이익을 보지 못하였노니, 어찌 그런고 하면 여러 사람들에게 모든 물품을 외상으로 주었더니, 어떠 사람은 그 물품을 가져다가 착실히 팔아서 대금도 가져오고 저도 상당한 이익을 보나, 그러한 사람은 적고”(하략).

새 시대의 새 종교가 문을 열면서 신앙과 수행에 관한 일을 장사하는 일에 비유한 경우는 찾아보기 드문 예일 것이다.

더욱이 지자본위로 지식정보화사회의 도래를 예견하고 그 틀을 짜놓은데다 종교 프로그램이 정신세계를 열어가는 문화상품으로서 가치가 드러나는 시점에서 법장사가 과연 성업중인지 정확한 영업진단과 함께 새 천년에 맞는 교화상품의 공급과 수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어 제자는 “가게를 개시하였다는 것은 도덕회상을 열으셨다는 말씀이요, 물품값도 잘 가져오고 저도 상당한 이익을 본다는 것은 대종사께 법문을 들은 후 남에게 선전도 잘하고 자기도 그대로 실행하여 많은 이익을 얻는다는 말씀이요”(하략)라 하여 자신이 종교생활을 통한 이익을 봄은 물론 타인들에게 홍보를 하여 그 상품이 널리 쓰여져야 할 것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교조정신에 의하면 원불교의 교화상품을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물품도 많이 팔고 자신도 상당한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법장사에 임해야 ‘법에 알리어 처리하는 대상’을 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원불교인들의 대체적인 정서는 말이 앞서는 걸 삼가고 이신선지(以身先之), 몸으로써 먼저 행하는 것을 미덕으로 아는 풍토가 짙은 까닭에 타인에게 권하고 홍보를 하는 일에는 ‘상당히 소극적인 편’으로 평가되어 왔다.

또한 교단적으로도 ‘명대실소 후무가관(名?實小 後無可觀:이름만 있고 그 실이 없으면 후일에 가히 볼 것이 없다)’이라는 법문을 체받아 안으로 교단 사업을 추진하되 언젠가는 그 진가가 드러나리라는 입장에서 대외적인 홍보에 대한 비중이 비교적 많지 않은 편이었다.

결과는 종교인구조사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교세에 비해 교도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교도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추진된 교단 사업은 현재의 교도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주기도 했다고 본다.

이러한 부담을 보상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원불교가 사회적으로 기성종단 못지않게 영향력 있는 종교로 부각하는 것이었고, 가장 빠른 길은 방송매체를 비롯한 대중매체의 전파력이었다.

그러나 교단적으로 이뤄진 대대적인 행사들이 교단에서 생각하는 만큼 대중 매체들이 비중있게 다뤄지게 하기 위해서는 교단내적으로만 최선을 다해서는 안된다는 사실과 함께 홍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돼 최근 홍보에 비중을 두기 시작하고 있다.

이처럼 교화현장의 원불교 인구 증가율이 저조하고 교단에서 추진하는 각종 사업과 행사들이 사회교화력으로 작용하기에는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그 기대치를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홍보를 통한 이미지메이킹

원불교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 누구든지 원불교라는 말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 특징들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내적으로 통일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개교의 동기에 입각해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려는 목적을 향해 교화사업을 펼쳐가는 우리 교단은 교단에서 추진하는 사업만큼 홍보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교정원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각 교구와 교당으로, 혹은 교화단 활동을 통해 지침이 전달되지만 현재의 교도만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대외적인 홍보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북한아기들을 위해 분유를 보낸다든가 추위에 떠는 북녘동포를 생각해 담요를 보내는 일들이 원불교 교도들만이 해야 할 일은 아니므로 먼저 그 필요성을 깨달아 실행에 나선 교도들에 합력하도록 외부의 새로운 사람들을 영입해야 하며 홍보가 없이는 참여도를 높이기 어렵다.

나아가 이러한 사업추진에 대한 홍보는 대외적인 원불교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한다.

현대사회에서 방송매체나 인쇄매체를 통해 광고되지 않은 상품의 경우 유사상품 내지는 잘 알 수 없는 물건으로 취급돼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와 반대로 엄청난 광고료를 투입해 상품을 알리는 유명브랜드의 경우 소비자는 광고제작비까지 포함된 고가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선호되고 유행을 선도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알려진 상품은 알려지지 않은 상품에 비해 품질도 월등히 나아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광고의 배경에는 광고가 대중을 교육시켜서 상품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험과 개인적인 충족을 위한 끊임없는 욕구를 갖도록 촉구한다는 것. 즉 생활양식으로서 소비를 촉진시키는 역할 을 한다는 이론이 바탕돼 있다. ‘설득’의 기술만이 아니라 사용가치의 상징성으로 상품의 상징화를 통해 소비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서 중요성을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공기처럼 작용하는 광고의 기능을 간과해서는 안될 시점에 와 있다.

최근 ‘도덕대학’으로 평가받은 원광대학교가 방송매체 등을 통해 이미지광고를 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결과를 가져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와같은 맥락에서 원불교에서 추진하는 각종 사회사업들이 사회교화력으로 확산되도록 하려면 교화단활동을 통한 교도 대상의 홍보 내지는 운동이 보다 적극성을 가져야 할 것이며, 대외적인 홍보 역시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지난달 5일 제12대 종법사로 추대된 좌산종법사는 취임법문을 통해 “모든 분야에서 원불교다운 모습을 형성하여 바로 세우고, 문화영역의 전반에 일원의 뜻을 가미하여 발전시키며 복지기관과 활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등 향후 6년간 교단적으로 해내야 할 과제를 제시하며 이제 밖으로 미래로 사회로 세계로 우리의 교법경륜을 한량없이 펼쳐가면서 개교정신인 광대무량한 낙원을 기어코 이룩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법의 교단통치이념은 바로 해당부서의 정책으로 입안돼 이에 따른 실천강령과 방법이 제시됨으로써 전 교도가 합력하여 실행해가야 하며 대외적으로도 충분한 홍보를 통해 교단의 이미지메이킹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보시대에서는 홍보가 필수

중앙총부정문 옆에 설치되어 있던 플랜카드 게시판은 교단의 각종 행사의 알림판인 동시에 원불교를 모르는 사람들조차도 행사를 통해 원불교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통해 어떤 종교인지를 알게하는 효과가 지대했다고 본다.

물론 일도 많은 세상살이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떠들썩하게 사는 모습이 종교의 이념을 행여라도 손상시킬까 하여 설치시설을 철거했지만 기업의 사장은 물론 세계에 한국이라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대통령까지 광고제작에 참여하는 홍보시대에 있던 설치물까지 철거하는 경우는 대외홍보에 대한 정책이 부족함을 보이는 대목은 아닐는지.

각종 홍보물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시대에 고유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그에 따른 이미지메이킹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문제는 교단의 발전에 비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현재 교단의 대외 홍보업무와 각종 홍보물들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홍보를 위한 안내자료들이 교화·교도훈련·공익·복지·교육·문화·생산·유통 등 각 분야별로 교단정책에 맞게 준비되어 있는지, 또는 논리적인 설명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감성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사람에게 필요로 하는 것인지를 구분하여 현장교화를 돕는 동시에 다양한 자료 가운데 교법정신면에서는 감수를 거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단 홍보는 교화를 위한 투자

책 한권을 발간한 출판사에서 1억을 투자해 광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했을 경우 광고비를 포함한 경비에서 마이너스의 계산이 나올 경우는 드물다. 나이키가 광고를 하지 않았다면 유명세를 붙여 팔 수 없었다.

현재 원불교신문에 게재되는 광고의 경우도 교단의 크고 작은 행사전반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알림판의 기능을 하고 있다. 아직도 홍보에 대한 비용은 아예 책정되지 않거나 그저 인사치레 정도로 생각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를 흔히 접하게 되는데 행사를 널리 알려 참여도 내지는 호응도를 높임으로써 홍보나 광보비에 투자한 경비 이상의 플러스 요인이 작용한다는 점을 이제는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광고는 알림의 기능을 통해 관심을 갖게 하고, 사회적으로 공인하는 계기인 동시에 필요로 하는 것과 상관없이 이미지메이킹에 한몫을 한다. 나아가 참여도 증대와 함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며 우리 문화를 형성 내지는 확산해 나가는 기능까지도 수행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새로워지는 신상품들의 광고카피가 시대의 유행어를 만들고 소비성향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시대에 고속도로가의 입간판을 보며 ‘원망생활를 감사생활로 돌리자’는 법문 한구가 보인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하는 건 오랜기간 광고업무를 해왔기에 할 수 있는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지역교화와 통일감 있는 새시대 새종교로의 이미지메이킹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원불교 강남교당 입구의 “원불교 강남교당 앞입니다” 라는 버스안내와 버스표지판은 강남교당만이 할 수 있는 일일까. 원불교라는 이름을 들으며 “원불교 총본부가 서울 흑석동에 있지 않냐”며 아는체를 하는 사람들.

여기에는 두가지 특징이 있다. 지역사회에 알려질 만큼 교화력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든가, 지나가다 보아도 다른면이 있어 눈여겨 보게 할 만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원불교는 소태산 대종사 재세시의 창립기부터 새 시대의 새 종교다운 이미지로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려왔다. 그 흐름이 지속되어 한국사회에서는 4대 종교로 발돋움을 하게 되었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대안학교나 박청수 교무와 강남교당 등은 원불교의 이미지를 사회에 보급하는 면에서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교단 행정에 의해서가 아닌 지역별 개인별 사업별로 이뤄져 온 일들이기에 일정지역에서는 통용된다해도 대중화면에서는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금년 총회에서 취임사를 통해 “원불교적인 건축양식을 비롯해 원불교 문화 전반에서 원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본질에 충실하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장응철 교정원장의 교정의지가 교구자치로 이뤄지는 지역교화와 제3대 2회 교화정책을 위한 교단적 이미지메이킹으로 연계해 간다면 원기 100년의 우리 교단은 훨씬 희망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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