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 ‘달아 높이곰 돋아사' 전주 공연
원음방송 개국2주년 기념,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서

공연은 국립국악관현악단(지휘 이인원)의 북소리로 시작되었다. 무대에 막이 오르자 촛불과 삼동윤리를 쓴 걸개가 등장하고 원불교연합합창단(서울 원음·가락교당합창단)의 ‘정산종사 빗돌노래’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지난 3일 전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서 열린 ‘달아 높이곰 돋아사’ 공연은 전북교구와 중앙교구에서 1천6백여명이 참석, 감동을 함께 나누었다. 국립극장이 주최하고 정산종사 탄생백주년 기념사업회가 후원했다.

행사를 주관한 원음방송 황인철 사장은 “지난 9월16, 17일 열린 서울 공연의 감동을 함께 나누기 위해 개국 2주년을 맞아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기말의 혼란상을 상징하듯 박진감 있는 음악과 함께 소년 정산의 탄생과 구도과정이 서사독창과 무용이 함께 어우러졌다. 박인배 연출자는 “국악관현악단 연주와 합창대의 노래를 극 흐름의 중심에 두고, 이야기의 전달은 서사독창이, 내면의 정서는 무용으로, 시대상황은 극중인물과 영상화면이 표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음악무용시극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탄생한 것이다. 원불교사상에 비쳐볼 때 연출자의 의도는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요즘 얘기하는 퓨전과도 상통하는 개념이 아닐까.

어쨌든 이 시도는 음악, 무용, 시극이 우리의 정서에 맞게 맞물려 감동을 주었다. 정산종사의 한시 ‘천리를 단숨에 훨훨 나는 학’에 맞춰 학춤을 추거나 백지혈인의 모티브를 살려 칼춤을 추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이 비범치 않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일원문화 창조에 있어서도 상상력의 발현이라는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조명과 무대디자인, 분위기에 맞는 조명과 영상으로 처리한 내변산 풍경, 대형 일원상과 작은 일원상 등 무대 디자인 등이 인상적이었다.

대종사와 정산의 만남, 새 회상 창립 장면에는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으나 정산종사가 사자좌에 오르고 해방의 감격이 채 가시기 전에 장면이 급전직하, 정산종사의 게송과 열반으로 전환돼 아쉬움을 주었다. 정산종사의 재임 중 업적이 생략된 것 같다. 기획자인 이정근 교무는 “멀티비전이 없어 영상 처리된 부분이 생략돼 공연시간이 1시간 30분에서 1시간 20분으로 단축됐다”고 밝혔다.

제자들의 오열 속에 삼동윤리가 게송으로 설해지고 정산종사를 기리는 합창단의 소리가 점점 커져만 갔다. “정산종사 정산종사 정산종사…”. 합창단의 부르짖는 듯한 소리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김정용 정산종사 탄백기념사업회장은 “이 작품은 정산탄백 기념불사에 큰 회향이 될 것이며 종교예술을 대중화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제 이런 작품을 우리 자체 힘으로 무대에 올려야 한다. 모방을 통해 새로운 창조가 가능한 것이다.

김진흥 교도(진북교당)는 “음악무용시극이라는 새로운 형식에 우리 민족과 원불교의 정서를 잘 살렸다”면서 “막이 오르면서부터 밀려오는 감동에 머리가 주뼛주뼛 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덧붙이자면 백지장에 쓴 단원 이름이 한글로 쓰여진 점, 9인 제자의 칼춤이 7인인 점은 옥에 티였다. 대종사 역을 맡은 배우의 키가 작지 않았나 싶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