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속 어린이 구하고 순교
좌산종법사, ‘순산(殉山)’ 법호 내리고 49일 정성 당부
‘사단법인 평화의 친구들’15일 ‘생명평화상’ 수여
“교무님! 저를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주 시드니,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 거리다가 김충식 교무에 의해 구조된 어린이가 김 교무의 영정 앞에서 외쳤다.
시드니교당 김충식 교무(정읍 출생·본명 상훈·31세)가 지난 9일 호주 아보카 해변에서 파도에 휩쓸린 어린이를 구하고 순교했다.
김 교무는 초등학교 어학연수생 6명 등 일행과 함께 주말을 이용해 시드니에서 1시간 반 가량 떨어진 고스필드 아보카 해변을 찾았다. 2시40분경(한국시간 12시40분) 김 교무는 6학년 학생 2명과 얕은 물에서 놀고 있었으나 그 중 한 명이 높은 파도에 허우적 거리며 “헬프 미!(도와주세요)”라고 외치자 급히 다가갔다. 그러나 큰 파도가 또다시 덮쳐 자신도 균형을 잃게 되고 5∼10분 정도 어린이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힘이 빠져 갔다. 위험을 직감한 김 교무는 보트에 타고 있던 또 한 명의 어린이에게로 허우적 거리던 아이를 힘껏 밀고 본인은 높은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으나 이들이 있던 곳이 얕은 지역이라 파도와 함께 오르락 내리락 하자 수영을 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이에 현지 경찰은 헬기와 구명보트를 동원, 1시간 후 근처에서 떠오른 김 교무의 시신을 인양하고 구급조치를 했으나 이미 고인이 되었다.
법적으로 부검을 해야 하지만 모두가 상황을 잘 알고 있는지라 바로 장의 조치만 취하고 13일 저녁 비행기로 한국을 향해 출발했다. 14일 새벽4시4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 교무 시신은 공항에서 간단한 추도식을 마친 후, 오전 11시경 중앙총부에 도착하여 좌산종법사를 비롯한 대중들의 마중을 받았다.
중앙총부 공덕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출재가 교도들과 도반들이 찾아와 의롭게 떠난 김 교무의 열반을 추모하고, 그의 아름다운 삶을 회고했다.
시드니 교당 한 교도는 “1년이 채 못되는 기간이었지만 너무나 정열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다”며 “청년 교화를 비롯해 모든 것이 잘 되어가는데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현지 장의사도 “다른 시신 앞에 있으면 두려운 생각이 드는데 너무나 편안하다”고 말할 정도로 삭발한 고인의 얼굴은 편안했고, 고요히 갈 길을 정리했다.
좌산종법사는 영가를 위로하며 11일‘순산(殉山)’이란 법호를 내리고 “자기 희생과 구원이라는 순교를 실천해 만천하에 보인 김 교무의 장한 뜻이 교단과 사회 곳곳에 미쳐가기를 염원한다”며 “그러나 불시에 당한 일이기 때문에 모두가 49일 동안 정성을 다하여 내생에 포부와 경륜을 실천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사단법인 평화의 친구들’은 김 교무의 순교정신을 기려 15일 ‘생명평화상’을 수여했으며, 16일 대중의 오열 속에 발인식이 이루어져 시신은 영모묘원에 안치됐다. 종재는 2월26일 오전 11시 중앙총부 대각전에서 치뤄진다.
김 교무 열반후 국내 일간지 및 방송, 호주 현지 신문에 ‘살신 성직자’의 기사가 실려 의로운 죽음을 애도했으며, 김 교무의 싸이월드 개인 홈페이지(www.cyworld.com/cs2724)와 김교무 추모싸이트 (cafe.daum.net/wonchung21)등 인터넷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김 교무의 못다 핀 성불제중의 뜻이 시절인연을 따라 다시 활짝 피기를 기대해 본다.
정도연·우세관·남세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