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속 어린이 구하고 순교
좌산종법사, ‘순산(殉山)’ 법호 내리고 49일 정성 당부
‘사단법인 평화의 친구들’15일 ‘생명평화상’ 수여

▲ 김충식 교무의 싸늘한 주검이 14일 오전 11시경 중앙총부 공덕원에 도착하자 좌산종법사가 말없이 관을 어루만지며 영로를 위로하고 있다.
▲ 김 교무가 열반한 9일 오후 4시경 호주 아보카 해변. 높은 파도와 세찬 바람속에 김 교무는 좌측 흰 천으로 싸여있고, 흰 반팔티를 입은 장인명 교무가 오열하고 있다.
“교무님! 저를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주 시드니,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 거리다가 김충식 교무에 의해 구조된 어린이가 김 교무의 영정 앞에서 외쳤다.

시드니교당 김충식 교무(정읍 출생·본명 상훈·31세)가 지난 9일 호주 아보카 해변에서 파도에 휩쓸린 어린이를 구하고 순교했다.

김 교무는 초등학교 어학연수생 6명 등 일행과 함께 주말을 이용해 시드니에서 1시간 반 가량 떨어진 고스필드 아보카 해변을 찾았다. 2시40분경(한국시간 12시40분) 김 교무는 6학년 학생 2명과 얕은 물에서 놀고 있었으나 그 중 한 명이 높은 파도에 허우적 거리며 “헬프 미!(도와주세요)”라고 외치자 급히 다가갔다. 그러나 큰 파도가 또다시 덮쳐 자신도 균형을 잃게 되고 5∼10분 정도 어린이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힘이 빠져 갔다. 위험을 직감한 김 교무는 보트에 타고 있던 또 한 명의 어린이에게로 허우적 거리던 아이를 힘껏 밀고 본인은 높은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으나 이들이 있던 곳이 얕은 지역이라 파도와 함께 오르락 내리락 하자 수영을 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이에 현지 경찰은 헬기와 구명보트를 동원, 1시간 후 근처에서 떠오른 김 교무의 시신을 인양하고 구급조치를 했으나 이미 고인이 되었다.

법적으로 부검을 해야 하지만 모두가 상황을 잘 알고 있는지라 바로 장의 조치만 취하고 13일 저녁 비행기로 한국을 향해 출발했다. 14일 새벽4시4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 교무 시신은 공항에서 간단한 추도식을 마친 후, 오전 11시경 중앙총부에 도착하여 좌산종법사를 비롯한 대중들의 마중을 받았다.

중앙총부 공덕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출재가 교도들과 도반들이 찾아와 의롭게 떠난 김 교무의 열반을 추모하고, 그의 아름다운 삶을 회고했다.

시드니 교당 한 교도는 “1년이 채 못되는 기간이었지만 너무나 정열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다”며 “청년 교화를 비롯해 모든 것이 잘 되어가는데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현지 장의사도 “다른 시신 앞에 있으면 두려운 생각이 드는데 너무나 편안하다”고 말할 정도로 삭발한 고인의 얼굴은 편안했고, 고요히 갈 길을 정리했다.

좌산종법사는 영가를 위로하며 11일‘순산(殉山)’이란 법호를 내리고 “자기 희생과 구원이라는 순교를 실천해 만천하에 보인 김 교무의 장한 뜻이 교단과 사회 곳곳에 미쳐가기를 염원한다”며 “그러나 불시에 당한 일이기 때문에 모두가 49일 동안 정성을 다하여 내생에 포부와 경륜을 실천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사단법인 평화의 친구들’은 김 교무의 순교정신을 기려 15일 ‘생명평화상’을 수여했으며, 16일 대중의 오열 속에 발인식이 이루어져 시신은 영모묘원에 안치됐다. 종재는 2월26일 오전 11시 중앙총부 대각전에서 치뤄진다.

김 교무 열반후 국내 일간지 및 방송, 호주 현지 신문에 ‘살신 성직자’의 기사가 실려 의로운 죽음을 애도했으며, 김 교무의 싸이월드 개인 홈페이지(www.cyworld.com/cs2724)와 김교무 추모싸이트 (cafe.daum.net/wonchung21)등 인터넷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김 교무의 못다 핀 성불제중의 뜻이 시절인연을 따라 다시 활짝 피기를 기대해 본다.

정도연·우세관·남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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