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으로 인도하는 길, 훈련

“그대들이 나의 법을 붓으로 쓰고 입으로 말하여 후세에 전하는 것도 중한 일이나, 몸으로 실행하고 마음으로 증득하여 만고후세에 이 법통이 길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은 더욱 중한 일이니 그러하면 그 공덕을 무엇으로 가히 헤아리지 못하리라”(대종경 부촉품 18장).

이 법문은 후래 제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밝혔을 뿐 아니라 교단 교화의 기본 방향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까지도 밝힌 법문이라고 볼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초창기 방언 역사를 이루면서 제자들을 영육쌍전의 정신으로 가르쳤다. 원기9년 훈련법 제정 이후 원기23년 동선에 이르기까지 동하선 각 3개월씩의 전문훈련을 시행했다. 원기23년(1938) 동선 중 이뤄진 제1회 교무강습회는 교무 양성 기능을 수행했다. 유일학림이 설립되면서 교육기능이 이관되긴 했지만 훈련기간은 대폭 축소, 현재 전무출신훈련은 1년에 1주일에 그치고 있다. 반백년대회 이후, 교도들을 대상으로 한 훈련이 다양하게 시도됐고, 대산종사의 경륜에 따라 원기67년에 교정원에 훈련부가 설립되고, 훈련원이 각지에 설립되면서 훈련의 붐이 일어났다. 아울러 비교도를 대상으로 한 훈련도 각 훈련원을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이뤄졌고 원기76년 완도청소년훈련원이 설립되면서 비교도를 대상으로한 훈련이 본격화되었다.

교도들은 원불교의 대표적인 정체성(正體?, identity)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훈련’ 또는 ‘훈련법’이라고 답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은 개교의 동기에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더불어 파란고해의 일체 생령을 낙원으로 인도하는 길로 밝힌데에도 근거한다.

훈련 필요성 절감하나 참석하지 못하는 교도들

그런데 최근 교단의 현실을 보면 훈련을 교화의 중심 축으로 내세우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원기81년 교정원 교화연구소에서 실시한 경기·인천교구 교도의식총조사(1,004부 배부, 425부 회수, 회수율 42.3%) 내용 중 교육훈련에 대한 태도 항목을 보자(단위 %, 100%에 미달한 부분은 ‘중립’과 ‘무응답’).

▶‘교당에서 실시한 훈련이나 교리강습은 신앙생활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가’라는 설문에 정말 그렇다(44.2) 약간 그렇다(38.6) 별로 아니다(1.9) 전혀 아니다(0.5) ▶‘교리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았는가’라는 설문에 정말 그렇다(12.5) 약간 그렇다(21.9) 별로 아니다(22.1) 전혀 아니다(9.9) ▶‘나는 원불교 교리를 매우 잘 알고 있는가’라는 설문에 정말 그렇다(9.2) 약간 그렇다(24.9) 별로 아니다(16.0) 전혀 아니다(5.2) ▶‘매년 교도 정기훈련에 참여하는 편인가’라는 설문에 정말 그렇다(10.1) 약간 그렇다(18.6) 별로 아니다(26.6) 전혀 아니다(18.6) ▶‘교당에서는 매년 교도 정기훈련을 실시하고 있는가’라는 설문에 정말 그렇다(29.4) 약간 그렇다(28.7) 별로 아니다(8.7) 전혀 아니다(5.2).

교도들은 훈련이나 교리강습이 신앙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는 반면 체계적인 교리교육은 받고 있지 못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원불교 교리를 자신있게 알고 있지 못하다고 답하고 있다. 또한 매년 교당에서 정기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30% 정도만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조사가 비록 1개 교구 교도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이지만, 개연성(蓋然?)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이뤄지고 있는 훈련을 볼 때, 여름·겨울방학을 이용해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훈련을 제외하면 성인 교도를 위한 정기훈련은 그 기간이나 빈도 면에서 기회가 너무 적다.

회장단훈련, 단장·중앙훈련 등 교단 발전을 위한 교도의 의무를 강조하는 훈련 빈도가 교도의 영적 성장을 위한 훈련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교단에서 이뤄지는 훈련은 선택의 여지가 충분할 정도로 풍부해야 한다. 근자에 ‘정전마음공부’가 성과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훈련이 활성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모델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훈련이 다양하게 이루어진 상황이었다면 오히려 서로 장점을 취하는 상승작용이 있었을 것이다.

먼저 훈련이 활성화 돼야 한다

교당 교화는 법회, 교육, 봉공, 문화, 훈련, 순교, 행정 등 다양한 교화방법들이 상보(相補) 관계를 갖고 이뤄진다. 따라서, 훈련은 교당운영상 연간 교화계획 중에 일부(연 1~4회 정도, 빈도가 많은 경우 매월 갖는 교화단 운영을 위한 단장 중앙훈련이다)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볼 때, 교법에 바탕한 훈련을 한번쯤 받아 본 교도들은 더 많은 훈련 기회를 요구한다. 하지만, 교당에서 충족시켜주지 않으므로 여건이 허락하는 교도들만 각 훈련원에서 주최하는 훈련 등에 참석하는 수준에서 만족하고 있다.

원기78년 교정원 조직개편에 따라 훈련부가 교화부에 통합되고 원기80년 교구자치화가 전격 도입되면서 중앙에서 주관하던 전국 단위의 훈련은 교구와 교당, 훈련기관에 일임됐다.

교구자치화가 시대 흐름에 비춰볼 때 적절했다고 평가받고 있고 중앙에서도 작은 총부 확립을 전제하며 정책을 펴가고 있는 시점에서 볼 때, 교정원에 독립된 훈련실무 부서를 다시 만들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교화의 중심에 설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모색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지금 UN에서는 삼동윤리가 세계보편윤리의 중심 논리로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이는 원불교 교법의 세계화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 안될 게 있다. 그런 정신을 철저히 내면화하고 실천하는 힘이 어디에 있으며 또한 어떻게 접근해야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할 때 그 방법이 구체적으로 서 있느냐 하는 점이다.

요즈음 교단에서 전개하는 사업의 추세를 보면 대중성·사회성을 지향, 실질적 내실을 기하는데는 상대적으로 미약해 보인다. 교정원 역점사업 19개항 중 교화부문을 보면, 훈련은 교화의 일부분으로서 포괄적으로 명기, 중요성이 선명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훈련이 원불교의 정체성이라는데 이의가 없다면 지속적으로 강조해야지 교단적 사안의 우선순위에 따라 후에 선택해야 할 역점사업은 아니다. 최근 교정원 직제개편을 통해 교화부를 교화훈련부로 명칭을 바꾸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기대를 걸어 본다.

이제 산업사회를 지나 정보화시대의 정점에 있으며 21세기는 지식중심 사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볼 때 훈련으로 교단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방안 모색은 시급함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개괄적인 몇가지 방안들을 제시해본다.

1. 정기훈련의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각 교당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아직도 초청법회나 성지순례, 1∼2시간 진행한 훈련도 정기훈련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불분명한 방향이 훈련통계상의 허수로 작용, 훈련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자만케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연수, 교육, 강습, 훈련의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한편에서는 훈련에 참석할 수 없는 교도들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여건만 탓할 것인가. 대종사께서는 훈련으로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 길이다고 하셨다. 훈련은 교도는 물론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정신적 공황을 극복,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복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법의 훈련인 법회가 교도들의 성불을 향한 마음공부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법회는 설교하는 교무와 듣는 교도의 관계만 있을 뿐, 만남을 통한 문답·감정 등의 교호작용(交互作用)이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모든 교도가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갖지 않고 지속적으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2. 전국 각지의 훈련원은 교단 최대의 강점, 훈련원의 훈련기능을 극대화해야 한다.

<표>에서 보듯 훈련원이 전국 각지에 분포해 있는 것은 교단 최대의 강점이다.

경기·인천교구가 최근 교구 전 교도가 참여하는 불사로 성인 300명 수용 규모의 훈련원을 경기도 용인에 준공, 수도권 교도들의 대단위 훈련도 가능하게 됐다. 이제 상시로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은 전국에 갖춰진 만큼 교구자치화 시대에 맞는 교화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교구 교화정책과 훈련원의 훈련기능이 맞물려 돌아가게 함으로써 훈련요원·훈련프로그램·훈련경비 등의 훈련활성화 제약 요인을 극복, 훈련을 통해 교단 내실화를 다지고 이를 기점으로 교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3. 교역자 훈련의 재교육 기능을 강화하고, 교무들은 훈련 시행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교당에서 출가교도인 교무는 교도들 중 가장 많은 훈련을 받았다. 그런데 대다수 교무가 정례법회와 기도 및 의례 등에는 익숙하지만 훈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어려워한다. 교화능력배양 등 전문적 기능이 필요한 훈련은 위탁하더라도 정기훈련법을 근간으로 한 훈련은 교무가 자신있게 임해야 한다. 물론 이에 앞서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만한 연수 기회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원기83년부터는 훈련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전무출신훈련 기간 중 직능별(교화, 교육, 산업, 복지 등)훈련을 부분적으로 도입(1주일 중 2일)하고 있으나 훈련 실효성 면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훈련효과 증진을 위해 훈련은 전문요원에게 위탁하고 교무는 교화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역할분담론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정신에 배치되며 또한 그것이 당연시되면 훈련이 교화문화의 하나로서 뿌리내리지 못하게 될 소지가 있다.

4. 훈련전문가 집단 구성, 다양한 훈련 정보를 구축해야 한다.

예비교역자 교육과정에 ‘훈련’과목은 개설되어 있지 않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1학년 과정에 ‘교도훈련법’이 개설되어 있긴 하나 그나마 자문판 교재 정도도 없다. 이것은 곧 각자 얻은 경험 자체가 가장 가치있는 교재라고 안위해온 결과이다. 문제는 개별화된 경험 자체가 대체(?體)로 보면 하나로 통하지만 한단계씩 깊이 들어갈수록 합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상당히 기울여야 한다.

원기81년 중앙중도훈련원에서 외국인이 원불교훈련을 경험하는 IARF(국제자유종교연맹)회원 훈련이 있었다. 그때 외국인들에게 동전 넣는 가죽주머니에 검정콩, 흰콩을 넣어주며 유무념을 지도했다. 좌선과 염불도 했다. 물론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교무 개인의 경험에 바탕한 훈련이었다. 덧붙여 생각컨대, 원불교학과에서 수학하는 외국인 예비교역자들이 후에 자신들의 고국에서 교화할 때, 그들이 지도할 훈련법은 6년여 수학하며 얻었던 개인적 경험에 맡기면 된다고 할 것인가.

우리는 이 정도로 전문가를 길러내지 못했고 그에 따라 훈련 관련 정보가 축적되어 있지 않다.

기초과학의 기반이 약한 응용과학이 장구한 세월을 가지 못하듯 적어도 세계화를 지향하는 교단이라면 교단의 기초에 속하는 ‘훈련’ 분야의 전문가 집단을 형성하고 다양한 훈련정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교화부 산하 훈련사업회도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5. 훈련을 통한 교법의 대중화에도 힘써야 한다.

완도청소년훈련원을 비롯한 청소년 수련시설, 삼동원을 비롯한 훈련시설, 새삶회와 원불교교사회 산하 동그라미 마음공부회 등의 단체에서 교법을 대중화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훈련을 통한 이런 노력은 원불교 사상이 세상을 바루는 보편적 윤리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도록 까지 지속해야 한다. 또한 자기 훈련의 성숙과 원불교 훈련의 발전적 성장을 위해서라면 외부 단체의 훈련(연수)도 받을 필요가 있다.

매년 여름마다 해인사나 송광사 등 사찰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수련법회와 같은 훈련을 훈련원 등에서 원불교 전통훈련에 바탕해 진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원불교대학생연합회가 교정원의 예산 지원을 받아 방학중에 개최하는 대학선방이 그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교단의 기초 실력을 다지는 길, 교법의 참 가치가 전 교도들의 삶에서 증명될 수 있도록 하는 길, 그래서 교도들이 교법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하는 길, 그 길이 훈련에 달려 있다.

<표> 교단의 훈련기관

훈련원
훈련원명 위치 설립년도 수용인원 기타
삼동원 충남 논산 원기52년 150명
중앙중도훈련원 전북 익산 원기56년 250명
중앙상주선원 전북 익산 원기63년 40명
하섬해상훈련원 전북 부안 원기66년 150명 원광대임해수련원
(360명) 연계
소남훈련원 전남 완도 원기66년 150명
동명훈련원 대구 원기66년 100명
만덕산훈련원 전북 진안 원기67년 120명 원기58년 동선 시작
제주국제훈련원 제주북제주 원기69년 100명
부산배내청소년훈련원 경북 울주 원기73년 150명
완도청소년훈련원 전남 완도 원기76년 300명
봉도청소년수련의집 서울 원기84년 60명
둥지골청소년수련원 경기 용인 원기85년8월예정 300명 경기·인천교구 건립
전곡청소년훈련원 경기 연천 50명
오덕청소년훈련원 경기 남양주 50명

준훈련원
수계농원 전북 완주 원기25년 50명 원기49년 훈련 시작
원광선원 전북 부안 원기63년 70명
영산성지 전남 영광 100명

해외훈련원
심원훈련원 미국포크노 원기72년 40명
하와이훈련원 미국하와이 원기81년 30명

수탁운영시설
전남청소년훈련원 전남 완도 원기83년 360명
진도청소년수련관 전남 진도 원기84년 300명
대덕구청소년수련관 대전 원기83년
동구청소년수련관 광주 원기84년
금곡청소년수련관 부산 원기85년
완산청소년수련실 전주 원기81년


*설립년도는 기관설립 승인년도 기준.
*수용인원은 훈련을 전제로 한 최적인원으로 숙박가능 인원은 대상에 따라 유동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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