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혼 담은 춤으로 문화예술교화에 보은하고파”

▲ 태아교육때부터 평생 무용을 가르쳐주신 어머니와 함께. 좌측이 김 교수.
▲ 성주성지 대각전 및 기념시설 봉불식장에서 제자들과 함께 축하공연을 하고 있는 김 교수.
“춤은 팔다리로 추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영혼까지 울려서 우주의 울림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무용은 창작작업이기 때문에 이번 공연도 정산종사님을 항상 생각하면서 구도하는 심경으로 안무하여 올린 것입니다”

지난달 20일 성주성지 대각전 및 기념시설 봉불식장에서 축하공연을 마치고 막 땀을 닦는 김현아(호적명 소라, 43세, 대구교당)교도를 만났다.

김 교수는 현재 효성가톨릭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있는 상으로 알려진 코파나스상의 열일곱번째 수상자로 선정, 지난 6월10일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올해로 무용활동 20년째.

14번의 개인발표회를 비롯해 ‘소라댄스앙상블’을 이끌며 한국무용계의 주역으로 활동하는 김소라 교수. “오로지 한 길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발전해 간다”는 신조로 무용에 전념해온 김 교수는 마흔이 넘었지만 미혼이다.

일제시대 와세다대 문과에 들어갔다가 설흔이 넘은 나이에 무용에 관심을 가진 이후 평생을 무용예술과 후진양성에 오롯히 바친 아버지(故 김상규, 안동대 교수)와 무용을 하다 반려자를 만나 임신 6개월이 될 때까지 무용활동을 하면서 태아교육에서부터 지금까지 김 교수에게 무용을 가르쳐온 어머니(최현진, 호적명 원경) 사이에서 자라난 유년시절. 그러나 인식이 부족한 시기에 남자 무용가로 대구에서 무용학원을 운영하며 초창기 무용협회지부장을 지냈던 아버지와 무용공연 등으로 자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어머니로 인해 유년의 생활은 춤의 고단함을 일찍부터 느끼게 했던 환경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의 첫 꿈은 무용가가 아닌 하늘을 누비는 파일럿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장 성실한 후원자요 절대적 지지자가 되어주는 지중한 인연으로 만난 부모님들이 찾고자 했던 ‘춤의 세계, 춤의 이상’과 자신의 삶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풀어가는 고뇌를 통해 내린 결론은 춤이었다.

“나 자신이 가진 특성을 발견하고 잘 가꾸고 성장시켜 삶의 틀을 잡는 것, 곤경속에서도 인생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었다”는 그녀에게 춤은 구도의 과정이요 자유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무용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기 시작해 이화여대와 同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미 20대 후반에 대학 강단에 서기 시작한 김 교수가 원불교 행사에 참여한 것은 20년전. 종로교당 원불교청년회 예술제에서 발표한 ‘연(蓮)’에서부터 대구교당 봉불, 삼동원 봉불, 필라델피아교당 봉불전야제 공연과 뉴욕교당 부설 한국학교서의 창작한국무용 지도 등 다양하다.

“대학시절, 청년회 활동을 할 때부터 춤으로 원불교 교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기를 염원해왔다”는 김 교수.

“원불교 춤 문화와 종교무용으로서 보다 독창적이면서도 예술적 보편성을 띤 차원높은 신앙행위로 교화에 한몫을 하고자 나 자신에게 갊아있는 재능을 최대한 일깨워 정성을 다해 만든 작품으로 교화의 촉매역할을 하고 싶다”는 오랜 염원의 뜻을 펼치려 하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전국에서 춤에 관심있는 교도로 구성된 ‘원불교 춤 연구회(가칭)’를 만들어 춤의 주제와 춤사위 연구, 무용음악·의상·기획·연출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정기적인 무용수의 연습과정을 충분히 거쳐 원불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원불교인들로 구성된 음악인회를 비롯해 각 분야의 예술인 모임을 활성화하여 예술전반의 상호협조 및 교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정적이던 과거의 교화형태에서 동적인 교화시대로 변화하는 만큼 무용에 대한 교단적 이해와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쉬운 것은 악보를 연주하듯 몇 번의 연습으로 같은 동작을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사의 분위기와 공간, 참석하는 사람들에 따라 기획하고 창작을 해야 함에도 이해도가 낮아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다.

아직은 다른 종교를 가진 제자들을 데리고 하다보니 원불교적 정서를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는 점도 감안해 김 교수는 “원불교 교도 중 무용을 희망하는 자녀가 있다면 무료로라도 지도를 해주고 싶다”고 한다. 더욱이 코파나스상 수상을 비롯, 7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세계무용연맹 주최 세계춤 2000 아시아 댄스 마켓에 참석하고, 오는 9월 대학현대무용제전, 11월 문화관광부 지원 개인발표회를 갖는 등 무용계의 중진으로 활동하는 김 교수는 특히 원불교 후진교육에 깊은 관심과 꿈을 가지고 있다.

“영혼을 울려서 추는 춤이라야 합니다. 춤 자체가 자연스런 기운의 흐름이요 마음의 열림이며 깨우침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원불교 춤이라면 마음작용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적 승화로 춤 행위는 종교적 신앙생활의 반영이요 신앙심 고취의 동기가 됩니다”고 주장하는 김 교수.

교단적으로도 준비해야 할 CA-TV시대 개막을 앞두고 음악, 무용 등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의 교화 준비가 필요한 요즘, 대구·경북교구 청운회 부회장으로도 교단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김소라 교수는 오랜 신앙심이 배어나오는 몸짓으로 전문화 시대의 원불교 교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어린시절 꿈꾸었던 파일럿, 하늘을 자유로이 날고팠던 그 꿈을 영혼을 울리고 우주를 울리는 춤사위로 마음하늘을 자유로이 나는 꿈으로 완성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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