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 도의(道義)실천 엑스포2000’의 산실

▲ 지난 17일 원광대 도덕교육원 선실에서 열린 도덕성 함양훈련에서 참가자들이 법당교무들의 지도를 따라 선을 하고 있다.
▲ 도덕교육원이 자리잡은 원광대학교 도덕관 전경.
지난 17일 밤, 늦가을의 스산한 바람을 가르며 원광대 미술대 1학년생 40여명이 익산 시내 남중동에 위치한 원광대 도덕관에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원광대 의·치·약학부 학생과 행정·사법고시준비생 등 210여명이 생활하는 5층 건물 기숙사 ‘도덕관’ 내에 꾸며진 ‘원광대학교 도덕교육원’.
2층 선실에서 원광대 법당 교무진들의 지도에 따라 선정에 드는 학생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처음 접하는 선은 이번 연수의 주제인 ‘선과 행복’ 처럼 선을 통해 행복의 길을 찾는 것이다. 선을 지도하는 교무는 미술대생들의 정서에 맞게 “아무 흔적도 없는 백지상태의 본래 마음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하며 “그런 마음이 평상시의 마음으로 일관될 때 직관력이 생기고 그 직관력은 역작(力作)을 탄생시키는 원천(源泉)이 된다”며 강한 동기를 유발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훈련으로는 이번이 올해의 마지막 훈련. 1박2일 동안 선체조와 선, 마음공부, 테크노와 선춤, 마음을 나누는 시간, 선 수련, 창조적 대화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참나의 발견, 마음의 자유, 행복한 만남’이란 목표를 성취하고자 한다. 이 훈련에는 학생은 물론 교수를 제외한 교직원도 참석, 참여자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 모두가 ‘지덕겸수(知德兼修) 도의실천(道義實踐)’을 교훈으로 내건 원광대학이 대내외에 ‘도덕대학’을 표방, 지성과 덕성을 겸비한 도덕인을 육성하려는 송천은 원광대 총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그 의지는 마침내 정부 교육부에서도 인정, 2000년도 대학교육개혁 실적 평가에서 원광대학교의 ‘원광도덕인 육성 프로젝트’를 우수 교육과제로 선정했다. 5년 연속 우수대학으로 인정된 대학은 7개 대학. 지방에서는 포항공대와 원광대 단 두 대학 뿐. 금년에 전국 141개 대학이 지원, 23개 선택과제 중 순수인문사회 분야에서는 원광대만이 선택됐다. 심사과정에서 ‘도덕성 함양’이라는 테마는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것으로서 특성화에 필요한 것인가 라는 논란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교육부가 대학교육개혁 실적 평가를 하게 된 것은 전국 모든 대학을 평가에 의해 차등 지원 함으로써 대학의 질적 향상을 꾀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

‘원광도덕인 육성 프로젝트’에 5억9천4백만원이 지원됐다.

전국 대학 중 처음 시행하는 분야인 이 프로젝트는 원광대 김진명 기획부처장(경영학과 교수)이 기획운영책임을, 박종주 교수(행정학과) 손충기 교수(교육학과) 남궁문 교수(토목공학과) 양문승 교수(경찰행정학과) 박성기 교무(원광대 대학법당)가 함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다.

원광대 도덕교육원에서 주최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원광 도의실천 엑스포 2000 전국대회’로 명명했다.

김진명 교수는 ‘엑스포’라는 표현과 관련, “원광인 스스로 실천에 옮겼던 것을 모아서 보여주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스스로 자극 받고 외부와의 유대 관계도 강화하자는 뜻에서였다”면서 “도덕사업의 일환으로 크게는 전 세계에 확산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종주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명제는 사실적 도덕의 훈련이며 그 기본방향은 나를 위한 마음공부, 남을 위한 선행 봉사, 이웃과 사회와 인류를 위한 일치화합에 두고 있다”고 말하고 “구체적 덕목은 진실성·신뢰성·이타성(利他?)·책임성에 두고 세부 실천사업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실천사업으로는 △도의실천 학술세미나 및 사례발표회 △자원봉사 지도자를 위한 워크샵 △사랑의 재활용품 나눔 및 헌혈운동 △원광도덕문화 공동체 논문현상 공모 △도덕성 함양을 위한 문예백일장 대회 △도덕성 함양을 위한 인터넷홈페이지 경진대회를 전개한다.
이 행사를 알리기 위해 신문 방송은 물론 포켓용 메모지 발행(2만부) 등 홍보도 널리 전개하고 있다. 홍보물에는 ‘생활 속의 나의 도의실천덕목’으로 마주치면 먼저 인사하기, 상대방 장점 찾아 칭찬하기, 항상 입장바꿔 생각하기, 음식물 안남기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장애우·노약자 배려하기,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끄기, 인터넷상에서 남을 비방하지 않기, 공공기물 소중하게 사용하기, 자원봉사 활동으로 더불어 살기를 명시, 교직원 학생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도의실천 학술세미나 및 사례발표회는 11월24∼25일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 열린다. 24일 학술세미나에서는 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이 ‘한국대학의 도덕성,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기조발표를 한다. 이어 고려대 김충렬 명예교수가 ‘지식정보화 사회와 대학인의 도덕성’, 동국대 한명희 교수가 ‘대학생 도덕성 함양의 과제와 전망’, 박청수 교무(강남교당)가 ‘도덕문화 공동체 구현을 위한 대학의 역할’ 이란 주제로 각각 발표하고 토론이 있게 된다. 25일 사례발표에서는 김인소 교무(원불교학과 서원관 지도교무)와 박윤희 양(원광대 예술학부)이 ‘마음공부를 통한 대학생의 인격수련’, 원경고 박영훈 교감과 김두진 군(원경고 3)이 ‘교실붕괴현상과 극복방안’이란 주제의 사례발표를 하며 이어 이정남 해커스랩스 사장이 ‘사이버공동체에서의 도덕성’이란 주제의 발표를 한다. 발표 후에는 질의 및 종합토론이 진행된다.

사랑의 재활용품 나눔 및 헌혈운동은 익산시 자원봉사종합센터(063-857-7651)가 주관, 11월 24∼25일 원광대 체육관에서 열며 개인과 기관, 5인 이상 단체가 참여할 수 있다. 이 행사에서는 재활용품 교환 및 판매, 수선센터, 중고물품 복덕방, 기금 모금, 헌혈 및 헌혈증서 나눔, 자취생 물품 나눔, N세대 마당 등이 이어진다.

자원봉사 지도자를 위한 워크샵은 11월23일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 중학교 자원봉사지도 운영과 실태, 고등학교 자원봉사지도 운영과 실태, 사회봉사기관 자원봉사지도 운영과 실태, 자원봉사 종합센터의 학생봉사대 운영과 실태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또한 원광도덕문화 공동체 논문현상 공모는 원광대 학부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10월23일∼11월18일까지, 도덕성 함양을 위한 문예백일장 대회는 전국 중·고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10월25일∼11월20일까지, 도덕성 함양을 위한 인터넷홈페이지 경진대회는 전국 일반인 및 학생을 대상으로 11월1∼21일까지 각각 실시했다.

한편 원광대 대학법당도 이번 행사를 계기로 ‘원광 더불어 살기 운동본부’를 결성, 어려운 이웃과 동포, 인류를 돕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5일에는 김현찬 교수(미국 웨스턴 워싱턴대, 제미 북한전문가)를 초청, ‘6·15정상회담 이후 최근 북한 동향’이란 주제로 북한사회 이해를 위한 특강을 마련하고 북한 아동들에게 내의 보내기 성금모금운동(1구좌 2천원 하내의, 3구좌 상하1벌, 5구좌 상하2벌)을 펼쳤다.

‘원광 도의실천 엑스포 2000 전국대회’ 추진팀들은 “이 운동은 1회성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면서 “앞으로 도덕교육원이 중심이 되어 학생, 교직원, 교수 모두가 동참하는 운동으로 확산시켜서 원광대가 대학교육의 변혁을 일으키는 못자리판이 되게 할 것이다”고 역설했다.

진정한 도덕인 양성을 위해 작은 몸짓으로 출발한 원광대 도덕교육원, 이제 ‘원광 도의실천 엑스포 2000 전국대회’를 밑거름 삼아 참 ‘봉황’(鳳凰, 원광대 상징)이 되어 비상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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