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계농원 임직원들이 소막 앞에서 기념촬영. 21세기 걸맞는 농원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 우측이 신도경 원장.
수계농원의 현재

전북 완주군 삼례면 수계리에 자리잡은 수계농원. 영육쌍전 이사병행, 전농전선(全農全禪)의 산업도량을 표방하는 이곳은 교무나 교도들에게 여러모로 친숙하다. 원기62년 이후 출가한 교무들은 훈련교무 시절 산업훈증훈련을 났고, 정전마음공부훈련을 비롯한 각종 훈련에 한 두번은 참가했기 때문이다.

원기78년 10월 대산종법사께서 농원을 순시하고 “대종사께서 친히 마련해주시고, 정산종사께서 수호하셨던 농원을 다시 중흥하라”고 하명했다. 대산상사는 원기79년 11월 퇴위 후 4년동안 매일 요양차 내왕하시면서 힘을 밀어주셨다. 그 결과 농원은 정전마음공부훈련 및 축산 등을 하면서 농원의 위상을 재정립해 왔다.

이 기간동안 정전마음공부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산업방면에도 변화가 왔다. 영농의 기계화와 함께 200여두의 한우를 사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면모를 일신하는 듯 했다. 하지만 IMF와 대산상사의 열반 이후 농원은 급속히 활로를 잃어갔다. 더욱이 금년도 인사이동으로 임원들이 대폭 교체됐다. 천만성 원장의 환속 등으로 농원은 큰 변화를 겪었다. 9명이 넘던 교무들도 다 이동하고 지금은 올해 부임한 원장 신도경 교무와 안성원(총무, 축산)·황기성(농사)·박선태(훈련) 교무만 남았다. 재가로는 정은형(여, 식당)·이정업(축산)·이성복 교도가 임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밖에 삼정원에서 재활훈련 프로그램 일환으로 4명이 상주하고 있다. (박선태 교무는 요즈음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는 정전마음공부훈련 관계로 적만 수계농원에 두고 있다.)

훈련숙소는 시설이 낙후돼 찾는 이가 드물다. 수계농원에서는 정전마음공부 지도자훈련만 실시하고 있다. 예전같은 활력은 없어도 해야 할 일은 많다. 6천평 밭에는 고추가, 3천평 밭에는 옥수수가 심어져 있고, 8,800평 논에는 벼가 크고 있다. 소막에는 63두의 소가 자라고 있다.

현재 수계농원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영이다. 농축산물은 중국산 농산물의 수입과 수입자유화 조치 등으로 고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국가나 교단의 지원이 전혀 되지않는 데다 자체 발전기금 한푼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안성원 교무는 “농사는 글로벌시대를 맞아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농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도경 원장은 “막상 부임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안 좋습니다. 결혼한 교무의 용금이 20만원밖에 안되는데 일은 상머슴처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보면 원장인 제가 가슴이 미어질 정도입니다”면서 “인력이 많이 드는 밭농사보다 인건비가 덜 들고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축산이 그래도 낫다싶어 축사를 더 늘렸다”고 털어놓는다.

그래도 밭농사와 축산일이 만만치 않은 일인지라 임원들은 모두 바쁜 일손을 놀려야 한다. 아침 좌선·기도 후 식사를 마치고 고추밭으로, 논으로, 축사로 왔다갔다 하다보면 하루 해가 훌쩍 지나간다. 저녁에는 염불공사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안성원 교무는 “예전에는 반농반선이라 해서 오전에는 공부하고 오후에는 일했는데 대산상사님께서 전농전선으로 바꾸라는 말씀을 받들어 일 속에서 공부하는 무시선 체제로 바꾸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자원봉사자들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안 교무는 “전주지구 자원봉사단 봉공회원 5,60명이 매월 둘째주 목요일이면 고추농사를 도와주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으며, 작년에는 홍보가 절로 돼서 고추를 1만근이나 팔 수 있었다”며 “삼동청소년회 체험학교 등 자원봉사자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말한다.

수계농원의 과거

원기25년 대종사께서는 수계농원 기지를 선정하신 후 친히 농원터에 오시어 주위를 둘러보신 후 대단히 기뻐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장차 이 땅에서 만중생을 기르고 살리게 될 것이며 또한 총부 운영 경비가 상당히 충당될 것이다”고 하셨다.

수계농원은 이러한 대종사의 유시를 받들어 척박한 야산을 개간하고 양계 양돈 등의 축산 사업을 전개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경영에는 어려움이 많아 교단경제가 어려워지자 농원의 매각처분까지 논의 됐으나 정산종사께서 끝까지 농원을 수호했다고 한다.

수계농원은 원기44년 은산 김현관 교도의 투자로 인삼을 재배하면서 활기를 띄었고 원기50년 은산육영재단을 설립, 인재양성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그래서 은산님의 열반기념일인 8월9일이면 수계농원 출신 전무출신과 임직원들이 수계농원에서 제사를 모신다. 수계농원 출신 전무출신은 좌산종법사를 비롯 89명이나 된다. 농업사회의 대표적인 인재양성소였던 셈이다. 근산 지해원 종사가 오랫동안 농원장을 맡으면서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원기72년 전주3공단이 조성되어 6만6천평 부지 중 2만7천평이 공단으로 편입됐다. 이때 농원에 재투자가 돼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원기80년 원광학원 명의의 토지와 대지중 대지 및 도로는 재단법인 명의로, 토지는 한울안영농조합법인을 설립, 이전등기하는 등 변화를 선도하기도 했다.

이곳 출신인 박용덕 교무가 집필한 수계농원 60년사가 곧 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수계농원의 미래

그렇다면 수계농원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수계농원은 한때 대안학교 설립, 산업기관 통합운영, 전주3공단 상권형성 등 다양한 방향을 검토하거나,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경 원장은 우선 실현가능한 방향으로 ‘훈련도량화, 유실수 심기, 축산’등을 잡고 있다. “훈련도량화를 위해서는 건물신축과 원로들이 거처해준다면 가능하나 교단의 지원이 필요한 일이며, 매실나무는 1주당 1만원정도 드는데 3년이면 수확할 수 있어 경제성이 있다. 매실나무심기운동에 재가출가교도들의 합력이 있었으면 한다”고 밝히고 있다.

축산은 한때 200여두까지 늘어났으나 IMF로 사료값이 폭등하면서 정리, 신 원장 부임당시에는 58두로 감소했다. 그러나 옥수수를 사료화하고 부산물을 자가사료화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신 원장은 “100~150두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농원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교무들의 용금이라도 총부에서 해결해주고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교단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식당과 살림을 맡아 줄 교역자도 배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 교무는 “영육쌍전 이사병행하는 생활종교의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정신적 가치를 자본화하는 일, 즉 마음공부를 통해 실제 수익을 내는 작업을 현실화해야 한다”면서 “수계농원이 자리잡은 전주3공단의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공단교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설립 60주년을 맞은 수계농원은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변화를 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종사님의 말씀을 받들어 21세기에 맞는 농원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교단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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