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성라자로 마을을 도운지 30년이 된 박청수 교무가 12일 거동을 못하는 한센병 환자 김글라라 할머니(94)를 안고 위로하고 있다.
#1 “남자분들 ‘이제야∼’가 늦어요. 다시 한번 갑니다.”

성라자로마을로 가는 버스속에서 강남교당 교도님들의 정성스러운 합창준비는 계속되었다. 12일은 박청수 교무가 성라자로마을을 돕기 시작한지 30년이 되는 날이다.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하나님 말씀 전한다 해도∼”

찬송가 ‘사랑의 송가’(고린13)가 성라자로마을에 울려 퍼졌다. 강남교도님들도 박청수 교무를 닮아 가는지 종교의 울을 트고 흥겨운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한센병 환우들에게 찬송을 했다.

매년 2월9일이 성라자로마을 환우들의 공동생일이었으나 설연휴와 겹쳐 이날 열렸다. 박 교무는 환우들을 위해 임이조 무용단의 공연과 정수인 명창의 판소리·태평무·신아리랑 등 전통 향수가 묻어나는 공연을 준비했고 강남교도들과 교무들의 합창으로 생일을 축하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아름다운 종교협력이 경기도 의왕에서 한 점 향기로 피어올랐다.

#2 “강산이 세 번 변했으나 한번도 거르지 않고 사랑의 생명수를 뿌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지친 듯 쇠잔해진 모습에 저희들은 가슴이 저며옵니다. 저희같은 이들을 위해 부디 건강하시고 오래 사세요.”

신권 지폐로 용돈을 건네는 박청수 교무에게 나환자들을 대신해 이홍우 마을대표가 박 교무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함께한 강원룡 원로목사는 “박청수 교무는 종파를 초월해 도움의 손길을 펼친 한국의 마더 테레사이자 이 시대의 큰 어른”이라 말했다.

이날 30주년 생일잔치에는 그간 박청수 교무를 도왔던 지인들이 함께 했다. 교단에서는 이성택 서울교구장·김주원 경인교구장·한지성 원불교여성회장·이관도 원음방송 서울본부장 등이 참석했고,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소설가 박완서씨·이인호 전 러시아대사·진월 스님·전재희·이미경 국회의원 등이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천주교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와 성라자로마을 원장인 김화태 신부가 고마움을 담아 박 교무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3 박청수 교무는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성라자로마을 돕기 30년의 굵은 한 획을 그었다. 박 교무는 원기60년(1975)부터 매년 성라자로마을의 공동생일잔치를 열고, 지금까지 1억여원을 후원했다. 한 종교의 성직자로서 종교의 울을 넘어 소외된 이들을 위해 활동했다는 점이 더욱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성라자로마을 나환자돕기 30년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이를 계기로 박 교무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종교의 울을 넘고, 인도·캄보디아 등 국경을 초월한 거룩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성라자로마을과 함께한 30년 세월이 박 교무의 지구촌 이웃 껴안기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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