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소외된 나환자들과 황량한 벌판만 있었습니다.”
1975년 성라자로마을 돕기회 자문위원인 박청수 교무(당시 38세)가 이곳을 방문하여 만난 첫 사람은 가브리엘 수녀. 그녀의 얼어붙은 굵은 손마디를 보며 외국인이 우리의 나환자 돕는 모습에 미안함과 관심을 표한 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들을 돕기위해 박청수 교무는 15년간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엿장사를 했다. 그 때 엿이 부드러운가를 확인하기 위해 자꾸만 엿을 깨물다가 송곳니가 쪼개진 적도 있다. 이런 정성에 감동하여 홍라희 교도(원남교당)도 부군 삼성 이건희 회장의 생일 때마다 각종 물품과 용돈을 풍성하게 챙겨 박 교무와 함께 25년간 이 마을을 찾았다.
“모든 일은 지금, 여기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0년이라는 시간적 개념이 얼마나 중요하겠습니까? 다만 이제 퇴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유익한 일을 더 할 수 없어 아쉬울 뿐입니다.”
이 마을 최장수 서금희 할머니(97)는 박 교무를 안으며 “우리 천사를 못보고 죽는줄 알았다. 제발 늙지도 말고 죽지도 말고 우리들과 함께 해달라”고 울먹였다.
우세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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