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 솟아 물은 흘러

이 글은 19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열리는 대종사 십상 대서사시 ‘우뚝 솟아 물은 흘러’의 시나리오이다.

이 시나리오는 박용덕 교무가 작사하고 류장영 도립국악관현악단장이 작곡했다. 지휘는 신영문 교도(우석대 국악과).

이 공연은 화산교당 주관, 전북국악관현악단, 전주·서전주지구 공동주최이다.



1. 관천기의상

합창: (대종사)
세상 이치 알고 보면 왕후장상 따로 없고
성인 위인 정함 없으니 모든 이가 귀하도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중생상을 홀로 지으니
세상만사 모든 일이 자기 의지에 달렸도다

도창: 누구나 성각하면 부처될 수 있다는 것을
생애 통해 온몸으로 보여주신 대종사님은
어지럽던 조선말기 전남의 끝 궁촌벽지
영광군 백수면 길룡리에서 출생하셨겠다
(자진머리)
소시부터 남다르게 천지자연에 의심 깊어
세상 이치 궁금하고 호기심 왕성하니
사람이 나고 죽고 병들고 고통받고
결국 죽는 일로부터 벗어날 길 찾는구나
글방에 나가 앉아 천자문 배울 때도
하늘 천 따지 훈장님의 가르침에
나이 어린 대종사님 궁금증은 끝이 없네

대종사: (어린 대종사)
하늘 천, 하늘 천, 하늘 천, 하늘 천
훈장님, 훈장님, 하늘은 왜 푸르나요
하늘의 끝 어디고 저 구름 어이 생기나요
(중모리)
바람은 어디서 불어와 어디로 가는가요
우리는 왜 태어나 바람처럼 흐르나요

도창: (훈장)
하, 내 머리털 나고 이런 놈은 처음 봤네
하늘 천 하나 놓고 무슨 궁리 그리 많냐
가르치면 그대로 따라 외울 일이지
글자 한 자 배우는데 무슨 의심 그리 많냐

도창: 끊임없이 우주만물 의심하던 어린대종사
인간이 무엇이고 사람관계 무엇인가
세상의 모든 이치 범연히 넘기지 않고
의심하고 고뇌하며 탐구하고 사색하는구나

대종사: (어린 대종사)
다정하신 우리 부모 나를 어찌 나으셨고
하늘의 뜻 무슨 연유 형제자매 되었는가
사람은 왜 태어나 병들고 죽어가는지
답답하여라 알고 싶소 이 내 가슴 답답하여라

2. 삼령기원상

도창: 영특한 고민 속에 자라던 대종사님
한번은 선산에 시향제 지내러 올랐다가
모든 의심 풀어준다는 산신령님 얘기듣고
구수산 삼밭재에서 사년 기도 시작했것다

대종사: (어린 대종사)
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령님께 비나이다
영험하신 능력 가진 산신령님께 비나이다
답답한 어린 가슴 세상 이치 깨우치도록
가르침을 주시옵소서 산신령님께 비나이다

3. 구사고행상

도창: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렇듯 기원하며
삼밭재 마당바위 닳도록 구도했건만
끝내 의심 풀지 못한채 세월만 흘러가니
열 다섯의 대종사님 혼인을 하게 되고
이듬 해 처가 갔다 도사 얘기 듣는구나
훌륭한 도사를 만나거든 소원을 풀수 있다
이 말 들은 대종사님 만사를 제쳐두고
세상 이치 일깨워줄 도사 찾아 나서는데

대종사: (청년 대종사)
도사님 도사님 어디에 계십니까
고해에서 우릴 구할 현명하신 도사님
이 곳을 찾아보고 저 곳에 물어봐도
이 한 몸 인도해줄 도사님은 안계시네

도창: 이러던 중 대종사님 약관 나이 스무 살에
오백년 조선왕조 일제에 쓰러지고
하늘 같이 의지하던 아버님을 여의시니
가산은 기울어지고 생계가 막막하여라

대종사: (청년 대종사)
조실 부모 이 내 몸 혈혈단신 되었으나
믿을 곳은 하나 없고 사방에 널린 빚뿐이네
어찌 할꼬 어찌 할꼬 이 일을 어찌 할꼬
험난한 고해 속에 내 할 일이 무엇인고

도창: 대종사님 정신 차려 배타고 칠산바다
탈이섬 나아가서 힘껏 일해서 빚을 청산하니
돌이켜보니 구년 동안 산신령께 기도하고
도사 찾아 헤맨 일 모두가 허망 하더라
밖에서 구할 일 아니라 도는 바로 내 안에 있다
굳은 의지 무장하고 좌정입정 선정 삼매
헐벗고 굶주리며 고행 속에 정진하니
혹독한 추위 속 해수 기침으로 밤을 새고
뱃 속에 거대한 적 물동이 올려놓는 듯
삐쩍 마른 온 몸에 종창 부스럼 가득하니
그 꼴을 본 자들은 문둥병자라 피하더라

합창: (동네 사람들)
어허, 어허, 이것 보소 이 일을 어이할까
인물 좋고 총명하던 우리 고을 젊은이 하나
고통 속에 긴긴 공부 사람 꼴 다 버렸네
전생에 무슨 일 있어 저런 업보 다 얻는가
하늘도 무심하여라 아까운 인재 저리 두니
무심타 하늘이여 무심하다 하늘이여

4. 강변입정상

도창: 세월은 흐르고 흘러 대종사님 자신마저
모든 것을 잊은 듯 우두커니 앉았는데
천지를 얻었다가 어느 틈에 사라지고
솟아오르던 영지가 이내 캄캄 밤중되니
보름마다 반복되는 깨달음의 갈증이여!
이러다가 이십년간 끈질기게 가져왔던
의문의 집착마저 홀연히 잊어 버리고
대입정에 들게 되니 이것이 강변입정상이라

시조창: (입정) 아, 어, 음

합창: (동네 사람들)
아, 아, 아, 아, 저 사람을 바라 보소
길가에 소피보다 한나절을 서 있네
오뉴월 뙤약볕 그 얼마나 따가운가
온 얼굴 다 그을려 사람 노릇 못하겠네
해질녘부터 아침까지 강변에 서 있으니
사람인가 나무인가 정녕 강변의 바위인가

5. 장항대각상

도창: 이러던 차 대종사님 스물 여섯 되던 해
병진년 사월 이십팔일 신새벽의 일이었다
불현 듯 정에서 깨어 마당 나가 하늘 보니
별들은 초롱초롱 씻은 듯 깨끗한데
이제 보던 하늘 아니고 새로움만 가득 찼더라
더벅머리 수습하고 의관을 정제한 후
새로 맞는 아침은 전혀 다른 세상이로다
노루목 넘는 장꾼들 예사롭지 않아 보이고
사람들 하나 하나가 큰 의미로 다가오더라

대종사: 열렸구나 열렸구나 밝은 문 열어놓으니
명도판결 우리 학도 전정이 만리로다
산이로고 산이로구나 천봉만학 좌우산천
우뚝 솟아 높아 있고 물은 흘러 대해로다

합창: 새들도 노래하고 산천초목 춤을 추네
온 세상 모든 만물 노루목 향해 경배하네
어화 좋다 지화자 좋다 모두가 경배하세
우리들 부처 만들 대종사님이 대각하셨네

도창: 대각하신 대종사님 먼저 세상을 살피시니
힘센 자가 약자 누르는 험악한 세상이라
약자들 힘 하나로 모을 법문을 설하시니

대종사: 남녀노소 불문하고 배우기에 힘쓸 것이요
약한 자들 서로 도와 경제 확립에 주력하라

합창: 어화 좋다 지화자 좋다 모두가 경배하세
우리를 부처 만들 대종사님이 대각하셨네

6. 영산방언상

도창: 세상에 본격적으로 나서시는 대종사님
따르는 제자들 중 표준제자 선발하고
근검절약을 생활화하도록 당부하시면서
가산 처분하여 방언조합 설립하셨겠다

합창: (제자들)
어기여차 어여디어차 어기여차 어여디어차
어기여차 어여디어차 어기여차 어여디어차
이 넓은 바다 막아 옥토를 만드세
우리 힘 모아서 가난을 물리치세
세상 사람 모두가 미친짓이라 하여도
꿈 같은 너른 옥토 우리가 만든다네
낮에는 일 하고 밤에는 공부하니
일하는 것도 공부요 공부도 일이라네

7. 혈인법인상

도창: 방언공사가 마무리 될 즈음인 기미년 삼월
조선팔도에 만세운동 불길되어 번지는데
대종사님 아홉제자 불러모아 앉혀놓고
나라의 정세 설명하며 말씀하시던 것이었다

대종사: 만세운동은 개벽을 재촉하는 상두소리
서둘러 방언 마치고 모두가 기도하세
물질의 세력은 나날이 융성하고
사람의 정신은 나날이 쇠약하니
안정을 추구하고 창생제도 하기위해
천의를 감동시킬 기도에 전념하세

도창: 대종사님 제자들에게 회중시계 나눠주고
구수산 봉우리 올라 백일기도 올리는데
백일이 다 되어도 하늘의 감응 없자
제자들 불러 모아 그들의 뜻 타진한다

대종사: 이는 필시 하늘이 그대들을 시험하니
사무여한 무아봉공 아니고는 방법없다
내 그대들의 진정한 의지를 묻노니
그대들은 창생 위해 죽을 수 있겠느냐

합창: (제자들) 예

도창: 구인제자 일제히 의기투합 대답하자
대종사님 제자들에게 단도를 나눠주니
열흘간 쓱싹쓱싹 새파랗게 날을 갈아
비장한 결의로 구간도실에 모였것다

합창: (제자들)
혈인이 나타났네 종이 위에 찍은 손도장
이적이 나타났네 죽을 각오로 드린 기도
나타났네 나타났어 혈인되어 나타났네
천지신명 감응하고 음부공사 판결났네
명도 판결 우리 학도 전장이 만리라더니
이제 우리의 성공은 이로부터 시작일세

8. 봉래제법상

도창: 상투머리에 검은 턱수염 정자관 높이 쓰고
대종사님 변산에서 사년동안 주석하며
산중승려와 교제하며 불교제도를 연구하시는구나
마음을 관하고 성리를 설하시니
청법 제자 우쭐우쭐 법열에 겨워 춤을 추고
산중승려 감탄하며 엎드려 경배한다

청년: 선생은 어찌 독립운동에 나서지 않고
깊은 산중에 은거하십니까?

대종사: 몽둥이 달랑 들고 바다에 뛰어들면
한 마리 고기 밖에 잡지를 못하는 법
큰 그물 있어야 많은 고기 잡지 않겠나
태평양의 고기 잡을 큰 그물을 준비하세

도창: 삼학팔조 사은사요 수양연구요론 불교혁신론
이 모든 교법과 제도 이 사년에 짜여졌으니
대종사님 크신 경륜과 교리가 다 남기니
이것이 바로 봉래제법상이라

9. 신룡전법상

도창: 엉터리 중 산에 들고 참 중은 하산한다더니
변산 수양 사년 만에 대종사님 삭발하시고
산에서 내려오시어 인연 찾아 다니시는구나
진안 전주 익산 서울 불법연구회 알리시다
익산 땅 신룡벌에 익산 총부 정하시고
십구년간 법을 펴니 이것이 신룡전법상이라

대종사: 혼몽 중에 있던 우리 취중에 있던 우리
차서있는 교육조차 받지 못한 우리들
물질 문명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우리들
제대로 된 발원이 서 있지 못한 우리들

도창: 이렇듯 신룡벌에 도덕회상 열어놓고
차서있는 교육과 신선한 정신으로
대종사님 세상물정 모르는 우리에게
물질과 정신 균형 잡힌 새 생활을 여시도다
남자는 엿장사 여자는 공장생활
논농사 밭농사 누에치고 축산하고
과수원도 운영하고 한약방도 운영하니
날로 달로 눈에 띄게 교세가 확장되어
익산에서 터를 잡아 서울 개성 부안 진안
전주 김제 전국 각지로 교당이 불어났네
각종 경전 만들고 동하 석달씩 훈련도 하고
익산총부 대각전을 높은 언덕에 건축하고
정중앙 불단에는 심불일원상 봉안하니
인천대중이 경축하여 만만세를 부르네

합창: 물욕충만 이세상에 대종사님 탄생하여
자수성각 하신 후에 법음을 전하시니
미묘하온 자비 바람 우주에 불어오고
찬란하온 공덕 꽃이 사방에 활짝 피네
유연중생 찬송하네 우리 구주 대종사님
대종사님 만만세 대종사님 만만세

10. 계미열반상

도창: 일제 탄압 극심하고 시국 날로 험해지는데
대종사님 밤을 새워 불교경전 편찬하시니
제자들에게 하나 하나 법복을 지어주고
겸상을 자주 하며 당신 갈 길 준비하시는구나
익산총부 공회당에 제자들을 모아 놓고
게송을 발표하니 그 내용은 이렇더라

대종사: 그대들은 듣거라 이제 때가 되었도다
사람을 믿지 말고 법을 믿도록 해라
유는 무로 무는 유로 돌고 돌아 지극하면
유와 무가 구공이나 구공 역시 구족이라

도창: 백장미 향기 진한 계미년 유월 초하루
오십 삼세 대종사님 열반에 드시오니
하늘은 안개 낀 듯 누렇게 변해오고
산천초목 빛을 잃고 개구리 소리만 요란터라

합창: 대종사님 대종사님 어찌 홀로 가시나이까
못난 저희들 뒤에 두고 열반에 드시나이까
하늘이 무너지고 땅 또한 꺼지는 아픔
산천초목도 서러움에 구슬피 우는데
아, 아, 대종사님 세세생생 부디부디
남은 우리 법 바다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호렴하여 주옵소서 호렴하여 주옵소서
아, 아, 대종사님 호렴하여 주옵소서

4월 28일은 원불교열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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