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정치인, 양성평등 실현 초석 마련

“투명한 행정에 공심있는 공직자가 필요합니다. 어떤 조직이든 공익심이 우선이죠. 지방의원 활동을 하면서 원불교 교법을 어떻게 잘 적용해서 도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전라북도의회 백인숙 의원(51·법명 자인·인후교당).

백 교도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 도의원으로 발탁돼 현재 도의회 행정자치위원,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1998년 새천년민주당 전주 덕진지구당 부위원장과 도지부 부지부장을 맡아 정당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5년 동안 도지부내에서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2002년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 도의원 공천자 가운데 이렇다할 경쟁자 없이 여성계 및 도지부 당직자 몫의 공천자로 결정돼 의원직에 선출된 것.

그는 36명의 도의원 중에 2명의 여성의원 중 한 명이다. 대다수의 여성 의원들이 교육과 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은 데 비해 전북권에서는 최초로 행정자치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의원이기도 하다.

특히 양성평등 실현에 관심과 열정이 많은 그는 여성 공무원들이 인사에서 소외당하지 않고 특정 부서가 아닌 여러 부서에 고르게 배치되는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가 양성평등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갖게 된 것도 ‘약사’라는 전문직종에서 스스로 독립적인 일을 해온 영향 탓이다.

그의 고향은 군산, 1973년 원광대 약학과에 입학, 졸업 후 약국을 경영하면서 전북 여약사회 회장직, 전북 여성단체협의회 이사직을 겸하면서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펴게 됐고, 선거때마다 여성 정치인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인물이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스스로 정확히 이해하고 납득하지 못하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초기 의정 활동시 상당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개인적인 경험 부족도 있지만 집행부와 도의회가 노력하고 함께하는 ‘조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두 기관 사이에 매우 높은 벽이 있음을 실감했다고.

하지만 “지방의원은 정치인이라고 생각 안합니다. 봉사하는 사람이죠. 도민을 대변해서 도민을 위한 도정을 이끌어 가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입니다.”

그는 소신있게 ‘타협하지 않는 봉사자의 모습’을 가꾸기에 노력했고, 맡겨진 일에는 무엇이든 열심이다. 적당히 못하는 성격에 적당히 타협하는 일은 무엇보다 싫기 때문이다.

도의원, 아내, 어머니, 약사, 교도 등 1인 다역을 맡고 있으면서도 어느 위치에서건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모습을 엄격하게 지켜왔다.

그 배경에는 원불교 신앙이 자리하고 있었다. 때때로 교전을 보면서, 교무님의 설교를 들으며, 초발심을 놓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일관해 왔던 것.

그가 원불교와 인연을 맺은 것도 원대 약학과에 입학하고부터다. 약대 삼동회 써클에 가입하고, 4년간 의료봉사 활동에 참여하면서 원불교 교리를 접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신앙심이 자리했다.

그는 친정어머니인 숙타원 곽혜숙 교도(인후교당)의 알뜰한 신앙생활에 힘입어 남편 권혁일 신경정신과 전문의(미래병원 원장), 2남과 함께 다복한 일원가정을 이루고 있다.

내년 6월이면 의정활동을 마치는 백 교도는 “그동안 교당을 매주 나가지 못했는데, 이젠 참다운 신앙인이 되고 싶다”며 “지역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교무님, 교도님께 감사의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백 교도는 남은 임기동안 도민을 위해 열심히 봉사한 후 여건이 허락되면 여성지도자 양성과 여성들의 정치 입문을 위한 상설 훈련 기관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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