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사업, 둘 아니죠'

강남교당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2층 대법당 로비에서 만난 박오진 교도. 부드럽고 자상한 말투지만 그 속에 열정이 묻어나오는, 그래서 상대방을 아주 편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교화 얘기부터 꺼낸다. ‘강남교당이 요즘 변화하고 있다'는 자랑부터 한다. 새 교도회장이 취임해 만든 카페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고, 교당 합창단 수가 40명인데 결속력이 대단하단다. 카페며 합창단이 이렇게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은 말하지 않았지만 강남교당의 분위기 메이커인 박오진·정지인 교도부부의 몫일터.

그는 교화가 잘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단다. 그래서 교화하겠다는데는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 특히 청소년교화에는 발벗고 나선다.

윤순명 교무는 강남교당이 청소년교화가 살아난 것은 박 교도의 열정이 큰 힘이 됐다고 귀띔한다.

그는 에어컨 열교환기를 만드는 LTS 대표이사이다. 이 분야에서는 가히 리더 사업자이다. 평택, 천안, 창녕에 공장이 있고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앞선 기술력으로 제빙기인 그린아이스(본보 4월22일자 1면 광고 참조)를 시판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 시장을 노리고 만든 제품으로 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

그는 주중에는 창녕-천안-평택에서 지내고 주말에나 서울로 올라온다. 앞으로 서울에 연락소를 두고 해외시장 개척에 전력할 계획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가 사업에 성공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조직능력에 있는 듯하다. “박청수 교무님을 모시며 많이 배웠지요. 사업 하는데 응용하고 있습니다"며 “사무실에 가면 종법사님이 주신 경영법어가 걸려있지요. 안여반석의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장을 만들면 먼저 교당을 찾아가 교화지원금부터 불전에 올린다. 주면 받는 이치를 알기 때문이다.

박청수 교무가 해외에 갈 때면 항상 박오진 부부가 동행한다. 서타원님의 하시는 일에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에서다. 뜻을 받들어 경신소학교 학생에 장학금 지급 사업을 했고, 지금은 델리교화와 나닥에 교당 짓는 일에 합력했다. 최근 제빙기를 출시했는데 델리에서 나온 수익금은 델리교당에 희사할 계획이다.

그가 이런 신심을 갖게 된 것은 철저한 법회 출석에서 비롯했다. 강남교당에 출석하면서 해외출장을 제외하고는 법회에 빠진 적이 없다. 사업가로서는 대단한 신심이다. 일요일에는 절대 골프도 안한단다.

박오진·정지인 교도부부는 대단한 잉꼬부부이다. 오죽하면 껌딱지라는 별명을 얻었을까. 해외 출장 갈때도 같이 동행할 정도이다. 두 딸은 유학 중에도 교당활동을 했다고.

박 교도는 요즘 교전 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하루 2쪽씩 쓰면 올해 말까지 정산종사법어까지 마치게 된다고.

“아내가 3년전 법호 받는다고 할 때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더니 지금은 고개를 끄덕인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교당의 최장수 단장이다. 교단적으로는 원기업인회 총무, 서울원음국악관현악단장을 맡고 있다. 원기업인회도 그가 총무를 맡으면서 40,50대 회원을 영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국악관현악단은 문화교화 염원으로 맡게 됐다. wbs소년소녀합창단도 박 교도의 생각에서 태동됐단다. 요즘 그는 원음방송에 전국 규모의 청소년가요제 개최를 요청했다. 청소년교화를 위해 뭔가 대형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상이 없는 듯 하다. 정신·육신·물질로 보시를 해도 별 흔적이 없다. 공부면 공부, 사업이면 사업, 가정이나 교당에서나 언제나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그야말로 영육쌍전의 활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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