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장묘문화는 원기64년 2월 설립된 영모원이 원기68년부터 공원묘지인 ‘영모묘원’을 본격적으로 조성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단은 원기69년 영모묘원이 1차 완공된 후 이듬해인 원기70년 교단초기에 사용했던 알봉묘지(현 이리자선원 자리)에서 9인 선진들과 출재가 교도들을 영모묘원으로 이장했다.

전북 익산군 왕궁면 동봉리 12만여 평에 조성된 영모묘원은 원불교 예법정신에 바탕해 조상들에게 보본의 도리를 다하게 하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개발하게 하며, 가정의례준칙의 기본정신을 선양해 국민도의 함양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흙을 높이 쌓아 올리는 봉분묘를 지양하고 당시만 해도 파격적이었던 평장을 도입해 불필요한 토지의 훼손을 줄이고 묘역 관리에 혁신을 가져왔으며, 묘석은 입석 대신 평석을 사용 묘지분위기를 없애고 참배객들에게 공원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했다.

또한 원기82년 5월에는 연건평 1천1백평에 지상3층 지하1층의 국내 최대 규모 봉안당인 ‘대원전’을 건립해 장묘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대원전 설립은 대산종사가 내린 “묘지문화를 원불교의 예전정신과 대중에 맞게 개선하라”는 유시에 따라 영모원 실무진이 각국의 봉안시설을 견학하며 자료를 수집해 3년 여간 묘지문화를 정밀 검토한 후 이루어졌다.

당시 국내에는 40여 개의 봉안당(1992년 통계)이 있었지만 규모 및 시설 면에서 매우 영세했으며 그나마 대부분 무연고자나 행려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사찰·종교단체에서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화장률이 20%가 채 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 합골 10만위와 1만2천기를 동시에 안치할 수 있는 대원전의 건립은 국내 장묘문화에 있어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20년 전과 달리 화장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화장장 및 봉안시설이 부족해지고 있는 사회상황은 영모묘원을 중심으로 한 교단의 장묘문화에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법훈·출가·재가·일반묘역으로 나뉘어 운영되는 영모묘원은 현재 총 1만3천여기 규모로 5천5백여기가 입묘되어 있으나 선가입 되어 있는 곳이 있어 90% 가량이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라 확장이 불가피하다. 묘역 구분이 없는 대원전은 현재 1층 봉안시설 4천5백여기 가운데 1천기만 입묘되어 있어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나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장묘문화를 고려할 때 대안모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모원 측은 현재 야외 합동 참배탑 설치 및 참배객 편의를 위한 산책로·의자·전망대 등 각종 시설을 보완할 계획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미륵산 문화관광 단지, 보석 박물관과 연계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공원화를 모색하고 있다.

화장 후 사후처리에 있어 산골(散骨)에 대한 의견도 전무출신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왕 매장이 아닌 화장을 선택한 바에야 다시 봉안당에 모실 것이 아니라 차라리 일정 장소에 산골 하자는 것.

구체적으로는 영모묘원 구내나 기타 지역에 탑묘 형태의 조형물을 건립하고 합골 하자는 의견과, 성묘와 제사가 가능해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목장 형태를 취하자는 두 가지 의견이 나왔다. 두 가지 모두 기본적으로 산골 형태를 취하고 있어 효율적인 토지이용이 가능하고 아울러 종교적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영모원은 원기88년 전무출신을 대상으로 ‘합골탑묘’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바 있다. 그 결과 조사대상 전무출신 8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출가교화단 총단회에서는 ‘전무출신 장묘문화 모색을 위한 준비위원회’ 구성을 결의해 현재 교정원 총무부를 중심으로 전무출신 장묘문화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영모원에 국한되지 않고 각 교구별로 ‘영모전’을 건립, 이를 중심으로 봉안시설 또는 산골장소를 마련해 교화에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영모전은 ‘대종사 이하 역대 선령 열위의 법은을 영원히 사모하기 위하여 건설한 묘우’로 최근 의식교화를 위해 영모전(또는 영모방)을 설치하는 교당이 많아지고 있다. 일부 사찰과 성당에서는 지하에 신도들을 위한 봉안시설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교구가 의식교화 차원에서 필요성은 공감하나 부지확보 및 건립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엄두를 못 내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해서는 교단 의지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산종사는 원기68년 영모묘원 기공식에서 “일원주의는 대세계주의요 일원사당은 대세계사당이니 천불만성과 전선령, 전생령을 위한 숭덕존공의 대불사요 대불공이다’는 법문을 내렸다. 영모묘원과 대원전으로 혁신적인 장묘형태를 선보이며 선도적으로 장묘문화를 이끌어온 교단인 만큼 새로운 대안인 산골과 의식교화를 위한 영모전 활용 등을 적극 수용하는 결단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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