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화 교도
개교 1백돌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가 지난날을 반성하고 새로운 원불교문인협회(이하 원문협)의 역사를 쓰기 위하여 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소태산 문학을 비롯하여 90년 역사의 문학 유산을 발굴하고 정리하는 일을 착실히 진행하여야 한다.

신순철 교수가 지난해 발굴하여 ‘몽각가와 소태산 가사 수록 문헌 연구’란 논문으로 소개한 4편의 새로운 가사 작품을 보면서 나는 충격이 컸다. 이 좁은 원불교 바닥에, 많지도 않은 초기 자료를 두고 아직까지 신 발굴 작품이 나올 만큼 교단의 문화의식이 낙후되어 있더란 말인가.

1991년에 필자도 ‘십계법문가’와 ‘감응편’ 등을 발굴하여 소개한 바 있지만, 문인이나 문학전문가가 아닌 분들에게 이 일을 맡긴다는 것이 원문협으로서는 일종의 직무 유기라는 생각조차 든다.

신 자료의 발굴도 중요하고, 이미 알려진 자료를 수집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이들 자료를 분류·해제·고증하고, 색인을 만들고, 통계 처리하여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쪽에서 홍보하고 보급하는 일까지 우리가 할 일이 아닌가 한다.

둘째, 발굴 정리된 문학 유산은 다양한 측면에서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일이 필요하다.

원불교 문학 유산은 시·가사·창가·한시·수필 등 장르 문학과, 경전·법설·감각감상·강연 등의 기록물 중 일부가 해당된다. 문학 유산의 연구는 종교적 시각과 문학적 시각 양면에서 연구될 것이다. 이 가운데 적어도 후자의 연구는 원불교 문인 내지 문학자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셋째, 원불교문학 창작에 선도적 구실을 담당해야 한다.

필자는 ‘원불교문학의 건설’(원광 250)에서 원불교 문학의 개념을 놓고 원불교적 정체성을 필요조건으로, 원불교 교도라는 신분과 원불교적 주제나 소재를 충분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원불교 문학의 성취는 비록 더디더라도 원불교 문인의 손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하나는 단독 장르로서의 창작이니, 시·소설·희곡 등 본격 문학을 기다린다. 둘은 협동 장르로서의 창작이니, 성가 가사라든가 영화·드라마·연희를 위한 대본으로서의 작품이 활발히 생산되어야 한다.

넷째, 연구와 창작 및 출판을 위한 기금을 확보해야 한다.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좋은 연구물이나 창작물이 나올 수 없음은 당연하다. 아무런 보상도 없이 개인이 심혈을 기울여 연구·창작하고 자비 출판까지 해야 한다면, 이런 척박한 풍토에서 원불교문학의 싹은 자랄 수 없다.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과 격려가 있지 않으면 의욕 자체가 자랄 수 없는 일이요, 출판이 된다 한들 보람을 거둘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원불교문학상 혹은 원불교출판문화대상 제도가 있지만, 좀더 실질적이고 튼실한 포상 제도가 아쉽다.

다섯째, 관련 기관·기구 및 문화 일반 분야와의 협력 체제를 확립해야 하겠다.

교단에서 내는 간행물과의 협력으로 지면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방송매체와 협력해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나아가 교단의 각종 문화 이벤트에서 협력을 관례화했으면 좋겠다. 예컨대 음악회, 전시회, 무용 및 연희에서 문학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에서 나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 문제는 원문협의 위상 제고와 역량 함양이다. 교단적 신뢰를 얻지 못하거나 협회 및 회원들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떤 과제도 성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기 1백년까지 10년을 놓고 원문협의 분발이 한층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혜화 교도 / 원문협이사, 일산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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