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보편화·대중화되고 있다

지난 8월5∼7일 수계농원에서 열린 정전마음공부 공부인훈련. 예년과는 달리 처음 본 얼굴들이 50여명이나 참가했다. 이들은 중앙일보(6월9일자)나 한겨레신문(6월5일자) 등에 보도된 마음공부 기사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다. 이제 마음공부가 교도들이나 학교 위주에서 국민들에게도 보편화·대중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정산종사께서 “마음공부 잘하여서 새 세상의 주인되라”고 강조하셨는데 정산종사 탄생100주년을 맞아 마음공부가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은 교단사적으로 볼 때 대단히 의미심장한 일이다.

마음공부의 어원

기독교 하면 기도가 떠오르고, 불교하면 불공이 떠오르듯 원불교하면 마음공부(훈련)가 떠오른다.

마음공부는 원불교 수행의 핵심으로 모든 공부의 근본이 되며 천만물질과 지식과 권리와 환경을 선용하는 용심법을 체득하는 공부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마음 작용하는 법 즉 용심법을, 정산종사는 마음공부를, 대산종사는 심전계발훈련을, 좌산종법사는 끊임없는 유념공부로 무의식세계를 정화하는 공부를 제시하였다. 모두 마음을 주체 삼아서 단련하는 공부로 교단의 주법을 통해 맥맥히 흐르고 있는 전통이다.

마음공부의 두 흐름

현재 교단 내의 마음공부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 황직평·박선태 교무를 중심으로 한 정전마음공부, 권도갑 교무를 중심으로 한 자성을 세우는 마음공부가 그것이다.


1. 정전마음공부

원기79년 첫 훈련을 실시한 정전마음공부는 용심법, 마음공부, 심전계발훈련 등의 이름으로 계승되어 온 마음공부를 교단적인 관심사로 부각시켰다.

원기78년 10월 대산종사는 “수계농원에서 훈련을 하라”며 “정전공부를 건성건성 하지 마라”고 부촉하셨다. 이 말씀을 받들어 수계농원을 정전마음공부 훈련도량으로 구상하게 됐다.

대산종사는 이 공부를 ‘정전마음공부’라 명명하고 ‘방언공사’팀을 구성, 첫 훈련을 나게 됐다. 훈련의 기본원리는 정전 특히 일상수행의 요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기반이 됐다.

이 공부법에서는 마음을 요란하게 하는 원인을 경계로 보고 경계를 대하기 전 원래 마음과 경계 따라 일어난 마음을 대조하여 자성의 정·혜·계를 세우는 방법이다. 심신작용처리건을 위주로 일기기재하여 문답감정을 받고 있으며 정전모시기(쓰기)를 통해 정전 원문 그대로 실행해 보고 모든 문제해결을 정전 속에서 찾아 해결하도록 하는 법이다.

정전마음공부의 교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공부길을 못잡고 헤매던 많은 사람들이 공부길을 잡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때 훈련을 받은 박영훈 원무, 김지선 원무, 최희공 원무 등은 이 공부를 각자의 학교와 서울 시민선방 등을 통해 보급하기 시작했다.

김지선·박영훈 원무를 중심으로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에서 실시한 마음공부가 인성교육의 대안으로 확산되면서 원불교교사회도 새로운 차원에서 발전을 하게 됐다. 최희공 원무는 서울 시민선방을 중심으로 수요선방 프로그램, 새삶회의 새삶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개설, 청년지도자 육성과 예비교역자를 다수 배출하게 된다.

황직평·박선태 교무는 수계농원을 중심으로 공부인훈련을 개설, 재가와 출가교도에게 보급하는 한편 원기83년에는 원광대 원불교학과 서원관 동선에 정식 프로그램으로 선정됐으며 영산대 등 교육기관과 교구 순회 등을 통해 확산에 박차를 가했다.

원기83년 1월에는 공부인들의 일기를 모아 월간지 『공부심 공부길 공부인』을 발간, 33호에 이르고 있으며, 일기를 모은 책들이 속속 발간되고 있다. 영산성지고 원경고 화랑고 등 3개 대안학교에서도 이 공부를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등 원불교의 대표적인 마음공부법으로 자리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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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성을 세우는 마음공부

이 공부법은 권도갑 교무(교정원 문화부)를 중심으로 개발돼 보급되고 있다. 권 교무는 원기83년 9월 소모임공부를 통해 경계에 대한 해석을 정리하고 그해 11월 원불교사상연구원 월례발표에서 “경계는 나를 요란하게 할 힘이 없다”면서 “경계에 대한 생각이 나를 요란하게 하는 것이므로 자기 자성의 본래 모습에 대한 무한한 긍정과 사랑을 통해 진공이 되면 경계에 반응하는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아 천만경계에도 태산같이 부동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생활 속에서 나와 경계에 대한 어두운 생각을 밝게 바꾸고 쉽게 자성을 세우는 도표를 개발, 공부길을 잡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권 교무는 “정전마음공부가 대단히 유효한 공부법이나 경계따라 마음이 일어난 후에 이를 대조하고 정리하는데 중점을 두다보면 똑같은 경계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경계에 대한 나의 생각이 마음이 일어난 근본원인이라는 것이다.

권 교무의 이러한 주장은 이미 『참 믿음의 길』 『자비무량법신불』 등의 저서와 논문에서 “낙원은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하는 것, 부처는 이루는 것이 아니라 부처임을 발견하는 것, 유무념에 대한 긍정적 해석”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였다.

그는 이 공부법을 중앙총부를 중심으로 소모임공부를 통해 보급하는 한편 원기84년에는 원불교신문에 교리체험공부라는 글을 연재하였다. 작년 8월에는 정신과학회가 주최하는 잠재력개발훈련 프로그램에 선정돼 일반인들에게 이 공부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금년 전무출신 1차 훈련에는 분반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권 교무는 최근 그의 공부법을 담은 『행복을 여는 마음공부』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마음공부에 관한 논쟁

마음공부에 관한 논쟁은 원기83, 84년 문제제기 차원에서 언급됐으나 본격적인 논쟁은 금년 들어 이루어졌다.

논쟁이 생기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정전마음공부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위화감이 가장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김도공 교무(원불교사상연구원)는 “그동안 교단은 마음공부하자고 하였지 실질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프로그램 부재, 새롭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공부법에 대한 갈증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덕권 교도는 월간 ‘원광’(원기84년 9월호)에 두 공부법의 차이를 ‘남돈북점-남경계 북생각’이라며 통일된 공부법을 요청하기도 했다.

1. 학림지 논쟁

첫 번째 논쟁은 원광대 원불교학과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학림’에서 시작됐다. 원기83년 여름호에서 “편가름 현상, 사회적 관계성 부족, 수행의 획일화 우려, 11과목 간의 상호 유기적 체계 미흡, 교단 내 일부분인 수계농원의 것이 아니라 모든 공부인의 공통된 수행법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 영산원불교대학교 세미나

정산탄백주년을 맞아 영산원불교대학교는 원기85년 3월6, 7일 ‘마음공부’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열게 된다.

이 세미나에서 박선태 교무가 ‘정전마음공부론’을, 권도갑 교무가 ‘일상수행의 요법과 마음공부’를, 김지선 원무가 초등부 프로그램, 이현세 교무가 중등부 프로그램, 신선화 교도가 고등부 프로그램, 최희공 원무가 청년·일반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경계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확인했을 뿐 심도있는 토론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 세미나는 후속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 원불교신문을 통한 논쟁

논쟁에 불이 붙은 것은 원불교신문을 통해서였다. 박성기 교무(원광대 대학교당)는 원불교신문 3월31일자에 ‘요즈음 마음공부 이상있다’라는 제목으로 마음공부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이 기고에서 “마음공부가 편수편각이 돼서는 안된다. 삼학병진의 공부법으로 공부하고 있는가 냉철히 반성해야 한다. 마음공부의 목적이 일시적인 명성을 얻기 위함인가? 그리고 그 공부법은 완전무결한가?”하고 비판했다.

이에 최병오 교도(경기·인천교구 교의회의장)가 반박을 했다(원불교신문 4월21일). 그는 “이 공부법은 대산종사님으로부터 직접 전수받은 공부법이기 때문에 정통성이 있다. 실제 적용해보니 많은 사람이 변화를 가져왔고, 그 가운데서 삼학병진의 길을 찾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다시 박성기 교무가 다시 반론을 제기했다(원불교신문 5월12일). 그는 “마음공부는 일부 소수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또한 마음공부가 대산종사의 비전(秘傳)이라면 그 내용에 대한 교단적 공인과정이 필요하다. 일상수행의 요법은 자성을 관조하는 공부법인데 경계따라 있어지는 요란함을 관조한다는 것은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으라는 말씀과 배치된다. 견성문제에 대해 너무 쉽게 지나쳐버리는 경향이 있다. 세운다는 의미는 수시로 세운다는 의미보다 완전한 자성의 정을 세우기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마음공부 프로그램은 일원상 삼학팔조 사은사요의 공부법에 뿌리내려서 완전무결한 공부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개토론을 갖자”고 제안했다.

이 논쟁이 표면화되자 교무방을 통해 다양한 견해들이 제출됐으나 더 이상의 논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4. 원불교사상연구원 교리테마토론

원불교신문을 통한 논쟁을 계기로 교무방에서 다양한 견해들이 제기되자 원불교사상연구원은 6월8일 교리테마토론을 통해 학문적인 접근을 시도하게 된다.

김도공 교무는 ‘경계중심 마음공부법에 대한 검토’이라는 발표에서 마음공부의 역사와 논쟁을 정리한 후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무는 원리적인 문제로 첫째 경계를 중심으로 한 수행법은 무명이나 번뇌의 제거보다는 외부에서 오는 경계중심이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두 공부법은 경계와 경계를 바라보는 이의 분별에 중점을 두나 수행의 최고경지는 자타무분별의 세계 아닌가. 셋째 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나의 마음을 바라본다는 것인가, 오염수가 아닌가. 넷째 경계를 중심으로 한 마음대조는 시비이해를 중심으로 하는 심신작용처리건이 될 확률이 높다, 대소유무를 밝히는 감각감상은 어디로 간 것인가? 다섯째 자신의 마음공부에만 치우친다면 소승적 수행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논쟁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지만 박선태 교무나 권도갑 교무는 “공식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되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마음공부의 과제

서울 시민선방 수요선방을 통해 출가한 맹진희 교우(영산대 4)는 졸업논문에서 현행 마음공부법의 과제로 “일상수행의 요법1조 뿐 아니라 전체를 때에 맞게 활용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마음대조로 마음의 안정을 얻는 외정정 위주의 공부 뿐 아니라 일이 없을 때 천만번뇌를 고요하게 잠재워 온전한 근본정신을 양성하는 내정정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 요란해지는 원인을 경계나 경계에 대한 생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리연구를 하여 그 관계성을 인과적으로 살펴서 자성의 원리와 인과의 원리에 따른 마음공부의 적응이 필요하다. 방법론적이고 현상론적인 공부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의식세계의 정화는 잘되고 있으나 무의식 세계에 존재하는 업력과 습관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이 약하므로 무의식세계를 정화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마음의 자유를 얻는데 그치지 않고 제생의세의 서원을 다지는 목적반조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 정전 낱말 하나 하나의 참뜻을 파악하는 마음공부, 예컨대 심지를 자성의 공적한 자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과의 이치 따라 음양상승으로 변화되는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로 생각하여 성불제중 제생의세의 서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선교당을 1주일에 한 번 법회만 보는 장소로 활용하기보다는 마음공부를 11과목 등과 연계하여 마음공부 학원으로 운용하는 것과 신앙성을 확보하는 일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바람직한 모델을 창출하자

이제 마음공부는 교단적인 과제를 넘어 일반 사회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공부로 자기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동그라미 마음공부회를 통해 일반학교의 인성교육은 물론 대안학교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됐으며, 중·고등학교 특활반에서도 환영받고 있다. 정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여 알려는 노력, 공부 풍토 조성에 기여한 것은 교단사에서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다.

문제는 일선교당에서 문답감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무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비유컨대 마음공부법을 하나의 상품으로 생각해 보자. 본사에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했는데 일선교당인 대리점 주인이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고 상품 판매하기를 거부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대리점 주인은 개인적인 호오와는 상관없이 물건의 사용법을 숙지해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상품을 폐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기존상품은 기존상품대로 유효하다. 다만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에 교당에 오면 문답감정, 해오얻기를 주의하라 하였으므로 교무들이 교당에서 교도들의 문답감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전무출신 훈련에 분반활동으로 마음공부반을 운용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이제 실제로 마음공부를 해보는 노력과 함께 학문적인 접근과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모델을 창출해야 할 시점이다. 익산의 솔솔송자원봉사대가 시민대상 마음공부를 열어 마음공부를 하는 한편 자원봉사대를 통한 봉공활동을 하는 것은 새로운 모델로서 연구됨직 하다.

우리는 마음공부라는 대단히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가지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 법을 요청할 때 마음공부로 훈련된 우리들이 그 요청에 적극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우리 교화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마음공부 잘하여서 새 세상의 주인 되라”는 정산종사의 가르침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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