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회를 생명으로 여기는 공직자

“축구하러 가자!”

현재 중소기업청장인 강남교당 김성진 교도(법명 봉오)는 친구를 따라 축구시합에 갔다가 원불교와 첫 만남을 가졌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인 원기51년(1966) 입교한 이후 40여년을 한결같이 신앙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2년전, 서울회관에서 강남교당의 교도 52명 합동 법호수여식이 있었다. 그 중 한사람이었던 김 교도는 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법랍30년 이상이란 요건 하나외엔 공직생활에 바빴던 탓에 자신은 법호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법호받을 자격없어”

그러나 박청수 교무는 종법사님께서 내리신 ‘화산’이란 법호를 수여하고 “교단과 교당의 대외적인 문제가 있을 때마다 김 교도가 소리없는 도움을 주었고, 법회출석이란 확고한 교도의 의무를 지키는데 있어 타인에게 감동을 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교도는 ‘무상보은(無相報?)’과 ‘법회출석’을 생명처럼 알고 신앙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원음방송이나 한겨레중고등학교 등 교단의 대소사에 대해 보이지 않는 역할로 큰 도움을 줬고, 바쁜 공직생활이지만 대통령과 총리의 부름 외에는 법회가 있는 일요일 오전에 약속을 잡지 않는다.

교단에 대한 ‘소리없는 역할’에 대해 “나라 일 하며 자기 종교 챙긴다는 오해의 소지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소리없는 무상보은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법회출석은 내외적으로 ‘인정’받는다. 주위 사람들이 일요일에는 골프와 등산 약속을 아예 꺼내지 않고, 기자가 찾은 날도 중국출장이 있었지만 법회시간을 피해 비행시간을 결정했다. 남미처럼 비행시간이 긴 곳은 중간 기착지인 LA교당에 들러 꼭 법회를 보곤 한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1년에 한두번 불가피하게 법회시간을 놓치는 경우엔 꼭 새벽이나 저녁에 교당을 찾아 30분씩 좌선을 하고 간다.

2000년 9월부터 2003년까지 케도(KEDO,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에 근무할 때는 미국 맨하탄교당에 나가며 외국인 교도들에게 “법회출석은 교도로서 최소한의 도리요 기본”이라고 강연해 신심을 불러 일으켰다.

당연지사인데도 이쯤되면 그의 신앙관이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합리적 교리에 심취

김 교도는 당시 부산 영도교당의 부교무님이었던 박덕수 교무(현 의성교당)를 만나 교리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박 교무는 원불교 교리의 핵심인 불생불멸과 인과보응, 그리고 사은과 윤회 등 우주와 인생에 대한 논리적인 원리를 설명해주었고 이것에 감화를 받았다.

같은 시기 김 교도는 천주교 신부님 한 분을 만나 박 교무님 처럼 2∼3개월을 지도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에게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사탄’이라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반면 ‘지은 만큼의 결과를 받는다’는 명쾌한 인과보응의 원리는 합리적 사고를 지향하는 고1의 학생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김 교도는 대입시를 준비하던 고3때 1년여를 교당의 공부방에서 생활하며 서울대 진학을 했고, 다시 고시를 준비하던 때는 박덕수 교무가 근무하던 화곡교당에서 1년여 생활하며 공부하여 행정고시 합격의 꿈을 이뤘다.

“대종사님과 교법의 가르침이 큰 은혜였지만 교당에서 공부했던 것이 직접적인 은혜받음이었습니다. 교당 생활을 하며 부지불식간 원불교화 되었고, 기도와 법신불사은님의 위력을 받은 셈이지요.”

김 교도는 좌선과 법회, 기도 등 교당에서의 훈습이 자신의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저없이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그로 인해 부모님과 형님, 누이네가 모두 원불교를 신앙하게 되었고, 천주교를 다니던 부인도 10여년 전부터 신앙을 같이했다.

실물 ‘경제통’

김 교도는 우리나라의 드문 실물 ‘경제통’이자 ‘예산통’이다. 첫 공직을 경제기획원 예산실에서 출발하여 지난해 중소기업청장이 되기 전에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정책관리비서관과 산업정책비서관을 역임했다.

그의 종교적 흔적은 정부의 정책용어에서도 나타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 ‘자생력 강화’(자력양성) 등 교리 용어를 정부 공식용어로 등장시켜 교법을 일반화시키려는 노력도 그의 작품이다.

김 교도는 오는 11월 에이펙(APEC,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 앞서 24일 열려 오는 9월 2일까지 대구에서 열리는 에이펙 중소기업장관회의 의장으로서도 활약하는 등 국가 중대사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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