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한번 참 따뜻하다. 너무 너무 따뜻해서 눈알이 다 튀어 나올지경이다. 어떻게 이리도 심하게 따뜻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는 4계절의 변화가 뚜렷했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크게 고통스럽지 않아 부지런히, 열심히만 노력하면 의·식·주 걱정 없이 살아온 민족이 아니었던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정서가 풍부한 문화를 지닌 우리민족…

그러나 이번 여름처럼 고통스럽고, 힘든 여름은 내가 세상에 나서 처음이었다. 전쟁만큼 야비하고 혹독한 이런 더위가 과연 우리 역사에서 몇 번이나 있었는가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이럴 때는 그저 아무생각 말고 바쁘게 산과 바다로 가던지 어디 한적한 시골에나 찾아가서 여름 한철을 꼬박 보내고 오면 좋겠지만 어디 또, 그럴만한 형편이 나에게는 허락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래서 또 그 같잖고 혐오해 마지않던 사주팔자까지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속옷 한 장 걸치고 오직 낡은 선풍기 하나에 의존하며 가만히 방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한정없는 사색에 잠기던지 또 일어나 앉아 깊은 명상에 빠져드는 것이 내가 이 더위와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고, 무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그 나마 다행하고, 내가 누리는 천복이라면 천복일 수 있는 책읽기를 빠뜨릴 수 없다.

지금보다 훨씬 더 가난했고, 살기가 힘들었던 소년시절 그때도 나에게 유일한 즐거움과 행복이 있었다면 단연코 책읽기를 꼽을 수 있다.

나에게 독서를 빼면 어떻게 오늘까지 내가 살아올 수 있었으며 내가 이 땅에 존재할 수 있었을까. 그래도 이 염천에 숨쉬고 살아 있는 것만도 얼마나 다행한기를 느끼는 것이다.

누렇게 색이 바래고, 낡아 보물처럼 소중한 나의 장서들 이래서 나는 오늘도 더위와 함께 숨을 쉬며 다정하게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아동문학가, 동래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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