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계는 소금지게다.

수계는 엿목판이다.

시대가 천만번 변한다 하더라도 길이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정신적 자산이다.

정산종사께서는 서울의 어떤 부호집 사당에 소금지게를 모셔 놓은 뜻을 본받자고 하셨다.

수계는 대종사님과 구인선진님들의 근검의 정신, 주경야독의 삶이 깊이 스며 있는 땅이고 영육쌍전 이사병행의 정신이 숨쉬는 현장이었다. 그러기에 간고한 생활과 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정산종법사님은 이 땅을 지키라 하시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주셨고 또한 대산종법사님께서도 크신 호렴과 부촉을 내리셨던 곳이다.

이러한 뜻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는다.

농업 자체가 사양길이다. 공장으로 편입되고 남은 4만여평에 생강도 심어보고, 고추도 심어보고, 사슴도, 소도, 돼지도 키워보고 파인애플도 재배해 보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늘 신통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전무출신 정신 제대로 박히게 하려면 수계농원으로 보내야 한다 했는데 그 맥이 끊어진지도 오래다.

웰빙 웰빙하니 길을 찾아보라 하지만 코앞에 고려화학이 있고 주변에 크고 작은 공장들이 있는데 누가 황금같은 여가를 공단 옆에서 보내려고 찾아오겠는가?

그렇다. 누가 가보아도 막막한 황토밭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사업을 시도하다가 서로간에 마음만 상하고 말았다.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아까운 꼴이다.

하지만 눈을 다시 씻고 수계를 보자.

잘 포장된 4차선 도로가 인접해 있고 공장들도 비교적 쾌적하게 배치되어 있다. 양면은 공장에 접해 있지만 더 많은 면은 수계리 마을 뒷산과 저수지와 대숲이 이어져 있다.

공단은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5분거리에 첨단 과학단지 직원들이 사는 570세대 아파트 단지가 있고 현대자동차, 고려화학, LG전선 등 대형공장에는 많은 근로자와 외국인 노동자가 있다.

총부와 전북교구청에서 30분 거리에 있고 곧 35사단이 이전하게 되면 익산과 전주를 연결하는 중심지역이 될 것이다.

이런 꿈을 꾸어보자!

공단 사람들이 즐겨 찾을만한 울창한 숲이 있고, 아파트 사람들을 위한 주말농장이 있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가 있고, 친 환경적으로 지어진 황토집들과 휴식공간, 거기에서 도자기도 만들고, 천연염색도 하고, 무공해 먹거리도 생산하면서 노동과 명상이 함게 어우러져 심신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곳, 삶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바뀔 수 있는 값진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이렇게 희망 가득한 꿈을 꾸어보자.

혼자 꾸는 꿈은 공상이 되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다.

첨단과학단지와 마음공부도량이 함께 하는 곳을 생각해보자.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이 아우르는 참 문명사회의 모습을 본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열두척의 배가 남아있다고 한 충무공의 마음으로 수계를 보자.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원광대학교 대학교당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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