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에 뜻있는 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향산 안이정 종사의 열반 1주기를 맞아서 추모의 글을 모아 엮은 〈향기로움 그대로〉의 봉정식이 그것이다.

이 책에는 칠십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추모의 글을 적고 있다. 후배와 제자들의 글이 훨씬 많다. 이것은 향산 종사가 평소에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이런 향산 종사를 모시고 살았던 한 후배교무가 봉정식에서 다섯 가지로 일상생활을 추모했다. 마치 수도인의 덕목을 나열하는 이야기 같다.

‘속마음과 겉이 같았다’고 했다. 이는 이해에 걸리지 않아야 되는 생활이다. 작은 것이라도 자기의 이해를 생각하면 안 되는 일이다. 또 ‘무엇이나 함부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누구를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차별심이 있다면 안 되는 일이다. 또 ‘수행을 힘들여 하지 않았다’고 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이 일상생활 속에서 물 흐르듯 하나 되어 살았다는 이야기다.

또 ‘걸리거나 척 진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사심 없이 산 수도인의 모습을 이야기한 것이다. 마음에 사심이 있으면 기운이 막히는 법인데 일호의 사심이 없이 모든 사람을 대하니 거기에 작은 섭섭함도 낄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또 ‘스승에게 법맥을 댔다’고 했다. 대종사 당대에 출가하여 정산종사, 대산종사, 좌산종법사로 이어지는 네 명의 주법에 절대적이었음을 말했다.

이 세상에 와서 짧은 생애를 살든, 천수를 누리고 살든 한 생을 사는 것은 같다. 긴 생애를 살고도 오점을 남기는 사람도 있고, 비록 짧은 생애지만 사표가 되게 살다 간 사람도 있다. 더군다나 종교인, 수도인으로서 살아가기로 서원한 삶에서 본분을 잊고 산다면 이는 본인의 불행만이 아니라 주위에도 고통을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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