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창시자인 마호메트의 풍자만화를 게재한 서구 언론으로 인하여 발단된 이슬람 국가들의 반발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소위 문명충돌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만큼 급속도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무겁다. 폭력사태로까지 이어지는 시위대의 분노하는 모습은 참으로 딱하기 그지없다.

그런가 하면 불교, 천주교, 원불교의 여성성직자 모임인 삼소회에서는 세계의 성지를 순례하는 여행길에 올라 있다. 종교가 다른 성직자들이 함께 모여 성지순례를 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너무나 보기 좋은 모습이다.

종교간의 갈등과 두꺼운 벽을 허물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예로부터 숱한 종교전쟁이 있었고, 아직도 그와 비슷한 현상들이 자주 나타나고 있음을 보면서, 정산종사님께서 밝혀주신 삼동윤리는 세계가 한지붕이 된 지구촌시대에 인류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실천해야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대종사님께서 밝혀주신 일원의 법음이 하나의 진리로부터 시작되었고, 이후로 역대 종법사님들께서도 세계를 한울안 삼고자 하는 일원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기존의 다른 종교에서는 엄두를 내기조차 어려운 종교간의 협력 사업이 우리 원불교에서는 비교적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음방송에서 ‘둥근소리 둥근이야기’란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이웃 종교의 성직자들로부터 받는 찬사 역시 자기들은 하기가 어려운 영역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뜻 깊은 주의와 주장이 실제로 실천되고 있다고 자부할 만큼 지속적이지 못했음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 11일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성 나자로마을에서 한센병 환우들의 공동생일 잔치가 열렸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열리는 이 생일잔치는 비교적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행사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31년 동안 지속되어온 강남교당 박청수 교무의 정년을 앞둔 마지막 잔치여서 조금은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었다.

60명이 넘는 강남교당 교도가 참여한 이날의 잔치에서 박청수 교무가 계시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 잔치는 계속 이어져 나갈 것이라는 약속이 있었다.

종교를 초월한 이 행사를 통하여 다른 종교와 넘나들 수 있다는 현장이 확인되고, 천형이라 할 한센병 환우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산종사님의 삼동윤리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이러한 일이야말로 진정 우리가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간절한 마음이 그러한 약속을 하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강남교당, 원불교문화사업회장, 문화재기술협회 이사>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