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외향적 '교화성장'에 매달리기 보다는 전무출신의 영적성장을 돕고, 교육을 통한 내·외적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원불교 성장의 힘은 교화성장에 앞서 훈련과 교육의 심화에서 찾아야 한다.
본 내용은 이러한 관점에서 훈련과 교육의 중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전무출신 훈련 가풍 진작해야
훈련없는 원불교는 없다
“이제 사업 그만하고 정말 공부하고 싶습니다. 훈련 좀 시켜주세요.”
모 교도의 토로이다. 이는 교도 자신의 갈증만이 아닌 교무를 향한 요청임이 분명하다. 공부와 사업이 둘이 아니지만 주종을 따지자면 공부가 근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업도 더욱 발전하고, 내실을 기할 수 있다.
요즘 교화, 교화, 교화성장을 위한 전 교단의 바람과 열망은 그 어느 때 보다 강하다. 교화하는데 가장 부족한 역량이 무엇인가 생각해 볼 때 그것은 교화를 위한 기술도, 프로그램도 아니다.
오히려 미래 교화의 방향과 비전을 다시 점검하고, 전 교역자가 훈련하고 수행하고 끊임없이 교육하는 풍토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 더 빠른 교화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원불교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많은 교당을 세우고, 외관을 화려하게 조성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일이 원불교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원불교 힘의 축적은
수행에서 시작해야
진정한 힘은 바로 수행, 훈련에서 비롯된다. 교단의 불협화음이나 교화침체도 근원적으로 들어가면 모두 이 훈련과 수행의지의 결핍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묵묵히 수행하고 열심히 훈련하는 교무님이 존경받고, 그러한 분위기가 정착되는 일이야말로 원불교의 목표여야 한다.
지금까지 원불교가 ‘교화성장’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미래의 원불교는 질적 전환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그 전환의 고리만이 원불교를 창조적으로 가꿀 수 있는 힘이다. 그것은 전무출신의 수행의 힘에서 나온다. 원불교가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전무출신들의 ‘훈련과 정진’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출가의 근본 목적인 성불제중은 결국 자기 내부로 복귀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대종사님을 철저히 닮겠다는 자세를 갖고 쉼 없이 정진해야 하는 것이 전무출신의 사명이다.
최근 우리 사회, 혹은 교단에 만연된 개인의식과 갈등도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정기훈련 11과목과 상시훈련 심화로 구성원의 마음이 날로 깊어지고 성숙하면 조그만 갈등은 쉽게 치유되고 모든 구성원이 자연히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무출신 ‘훈련’과 ‘교육’ 병행
정신적·영적 자질 함양,
교화·직무역량 강화
훈련이 삼학수행을 통해 정신적인 영적 자질을 함양한다면 교육은 내적, 외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무출신 훈련의 경우 최근 ‘전무출신훈련 시행규칙안’이 제정, 추진됨에 따라 전무출신들의 훈련 참석과 이수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는 해마다 늘어나는 전무출신 훈련불참자를 줄이고 매년 의무적으로 참석·이수하는 것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번에 제정된 규칙 안에서 ‘해외근무자’의 경우 매년 해당교구나 중앙중도훈련원에서 제공하는 훈련을 이수하되 3박4일 이상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3년에 1회는 중앙중도훈련원에서 시행하는 훈련에 참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 등을 제시했다.
‘불참자의 처리’도 법위사정규정과 품과별 자격전형 규정 등에 근거해 처리할 방침이다.
작년의 경우 전무출신 훈련 대상자는 교무 1,506명, 부교무 159명, 덕무 60명, 도무 28명으로 총 1,753명이다. 이중 훈련불참자는 244명.
해외교무 35명, 부교무 31명, 덕무 8명, 도무 7명, 휴역 및 휴양 18명을 제외하면 국내에 거주하는 교무는 145명이 훈련에 불참한 셈이다.
이와 같이 훈련 강화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자발성과 필요성을 이끌어내는 것은 더 중요하다. 또한 전무출신 훈련 전반에 걸친 심도 있는 연구가 선행, 훈련의 질적 변화를 시도해 가야 할 때이다.
작년, 전무출신들의 재교육 필요성이 적극 대두되면서 역량개발팀이 꾸려졌고, 원불교 인재육성에 관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수차례의 워크샵을 통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역량개발 교육이 시작됐다.
대상은 전 교역자이며 올 한해 예상 교육 인원은 4백여명이다. 교구별 찾아가는 교육 형식이며, 교육내용은 비전수립·기획능력·인간관계 등 리더십 역량개발을 위한 세 과정이 개설됐다.
넓은 의미에서 전무출신 역량교육도 훈련에 속한다. 단 심성훈련과 직능훈련의 차이이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전무출신 정기훈련이 영성함양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역량개발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은 교화역량, 직무역량, 행정역량의 성격을 띠고 있을 뿐. 단지 그 성격을 분명하게 구분해 놓음으로써 독자성과 전문성, 효율성을 꾀하자는 것이다.
전무출신 훈련 역량 심화
기간 적절성 검토, 체험적 심화
훈련의 전문성, 세분화 필요
전국 훈련원 특성화로 마탁
대종사님 당대 전무출신들은 동·하선 3개월간씩 1년이면 반절 이상을 철저한 훈련을 하며 보냈다. 그에 따라 정기훈련이 바로 상시훈련으로 이어지고, 교화력으로 나타나 공부와 사업과 교화가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3개월로, 한 달로, 이십일로, 보름으로, 급기야 일주일로 줄어들면서 정기훈련이 점점 쇠퇴했고, 그와 맞물려 상시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대적인 상황을 감안한다 해도 정기훈련의 전문성과 실효성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일이다.
불교의 경우 지금까지 수행자들이 동·하 3개월씩 안거의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을 볼 때 원불교도 정기훈련의 전통과 정신을 살려내 속 깊은 훈련문화로 성숙 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불교는 수행중심의 종교라고 치부 할 수 있겠지만 생활과 수행이 둘이 아닌 원불교는 어쩌면 두 마리의 토끼를 전부 놓칠 수 있다. 따라서 쌍전의 역량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일하고 사업하는 사람도 인정해야 하지만, 정진하고 독공하는 사람도 수용해야 한다. 지금은 성과위주의 물량적 사고보다는 정신영역을 확장하고 영성을 함양해 내적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그 내면에 훈련이 있다.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의 체질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특히 전무출신의 경우 더욱 그렇다.
체험적 심화 필요
우선 11과목 중심 훈련의 체험적인 심화가 필요하다. 매년 단 한차례 그것도 일주일간 11과목을 심화하고 체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모든 과목을 전부 심화하기는 더 어려운 일.
따라서 기간은 물론 훈련의 전문성과 특성화를 살릴 필요가 있다. 즉 각 분야별 특성화 훈련을 구상하는 것이다. 현재처럼 중앙중도훈련원 한 곳에서 전부 훈련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분야에 따른 여타의 훈련원을 활용하는 차원이다.
예를 들면 만덕산훈련원은 일원상의 진리와 사상선, 삼동원은 의두·성리와 마음공부, 배내청소년수련원은 좌선, 염불, 기도 등 현재 특성화된 곳은 그대로 살리고, 전략적으로 조성해야 할 부분은 개척해 가면 된다.
이는 상시훈련기간 동안 부족하고 갈증을 느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마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됨에 따라 정기훈련의 성과를 배가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간도 현행의 일주일에서 기간 조절, 훈련 선택 등을 자유로 하며, 훈련과목을 3년 단위로 로테이션 하는 방법들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기·상시훈련 연속성
다음은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의 연관성 부분이다. 훈련과 생활이 하나로 연결되지 않아서 훈련이 그대로 생활로, 생활이 그대로 훈련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즉 훈련의 체질화 문제이다.
정기훈련 시 아침과 저녁은 정신을 함양하는 시간으로 짜여져 있다. 하지만 상시기간의 경우 새벽좌선을 제외하면 저녁시간의 일과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즉 저녁심고 이외에는 염불이나 기도 등을 자발적으로 할 뿐이지 정착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시기간 중 저녁시간 훈련 프로그램을 정착화 하는 방안들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기훈련이 그대로 상시의 연속선에서 이뤄지기 위해서다 .
또한 정기훈련에 앞서 상시기간은 철저한 자기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 출가단회나 일기 등을 통해 부족하고 갈증을 느끼는 부분을 파악하고 있어야 정기훈련에서 보완할 수 있다. 정기훈련 시에는 상시훈련 공부를 점검받는 시간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때는 모든 것을 놓고, 자기반조의 시간으로 진행돼야 한다. 자유로 문답감정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공부 정도를 평가받고, 형식에 흐르지 않는 실다운 훈련 분위기로 이끌어야 한다. 이렇듯 정기와 상시훈련이 상호 보완적인 연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작 출가교역자가 어떤 부분, 혹은 무엇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원하고 있는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자발적인 학습조직 활성화
치밀한 내부 분석·동기부여·맞춤교육
학습조직 통한 다양한 재교육 확대
전무출신 역량교육의 정체성과 비전은 ‘자발적인 학습조직의 활성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한 두 번의 교육을 통해 전무출신들의 직무 역량과 교화력이 크게 신장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교육을 통해 전무출신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고, 자발적인 훈련이 가속화 될 때 교육의 효과가 나타난다.
학습조직의 기본은 동기부여이다. 때문에 일방적인 교육보다는 구성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생각과 의식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는 끌고 끌려가는 교육의 우를 범할 수밖에 없다.
옷 입을 사람의 치수는 재지 않고, 디자인만, 색깔만 화려하게 내놓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태의 학습조직이 결성되고, 세대별, 직무별, 교당별, 지구별 등등 역량교육이 학습활동으로 이어져야 점진적인 교단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정도연기자
jdo@w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