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에는 진리의 시험이 있습니다”

경남교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40년 만에 교구청을 새로 건축하며 재가 출가교도들의 기운이 하나로 모이는 것. 새 교구청은 지하1층 지상8층 연건평 1,300여 평에 총공사비 40여억 원 이상의 불사(佛事)로 11월 봉불을 앞두고 있다. 또한 바로 옆에는 50명 규모의 실비노인요양시설 ‘원광보은의집’이 7월말 완공을 앞두고 있어 지역 토탈교화에 큰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각타원 장경진 경남교구장을 만났다.

■ 교구청 건축 추진 동기가 궁금합니다.

원기86년 부임 시에 조정중 전 교구장께서 “교구청을 꼭 해 주세요”라는 부탁을 하셨습니다. 그해 3월 퇴임식에서 송영지, 이정은, 송순봉 세 분 원로교무님들께 다시 당부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역대 교구장님들의 염원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구청 역할을 해온 마산교당은 지은지 37년이나 되어 시대에 맞는 새 교화 장소가 절실했습니다. 이에 원기87년 부지확보를 하고 3월부터 1천일기도를 결제, 재가출가교도님들의 힘을 모아 건축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 도청소재지 창원이 아닌 마산에 건립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장소에 대해 이견이 있었습니다만 마산은 50여년이 넘는 교화역사를 갖고 있으며 불심 장한 종교도시입니다. 대산종사께서 요양차 다니셨던 무학산에는 여러 불교 사찰이 자리하고 천주교 교구도 이곳에 있습니다. 한편 마산은 교통에서도 경남의 중심입니다. 행정은 창원에서 해도 교화 중심은 마산이 되어야 합니다.

■ 교구청의 활용방안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1, 2층은 임대를 하게 되며 1층의 경우 신협이 들어올 예정입니다. 3, 4층에는 교구사무국, 회의실, 교구법당 및 문화공간이 마련됩니다. 5, 6층은 마산교당이 자리하게 됩니다. 7층은 대법당으로 3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며 8층에는 식당이 있어 교구행사뿐 아니라 돌잔치, 결혼식 등 의식교화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좌산종법사께서는 LA교당 봉불식에서 “해외교당 자존심을 세웠다”고 법문하셨습니다. 교구청 건축이 국내 원불교의 위상과 현장 교화자의 자존심을 세울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실비노인요양원도 건축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래전 재가교도들이 노후수양을 위해 동창원에 땅을 마련했습니다만 오랫동안 이것이 거론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노인요양원을 함께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교도들의 말년 수양을 위한 공동체가 있어야 합니다. 노인요양원은 도심에 위치해 생활이 적적하지 않고 편리할 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더불어 교구청과 함께 교화·문화·복지가 어우러지는 토탈교화시스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 어려운 교화여건에 추진이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처음엔 반대도 있었고 규모에 이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단 미래를 생각하고 달라질 환경을 고려할 때 꼭 이루어져야할 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재가출가교도들의 정성으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만 이미 성금 목표액이 넘은 교당이 많고 만인동참운동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큰일을 할 때에는 진리의 시험이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도와 만인동참운동, 특히 특지가 발굴에 정성을 쏟아야 하겠습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교구청이 마련되어 다양한 교화장소로 활용되고, 이로 인해 교단적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원기 100년을 맞아 대종사 성령 전에 크게 효하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건축기간 동안 마산교당 의식은 어떻게 하십니까?

법회장소와 숙소가 막연했는데 사심없는 불사이다 보니 자연스레 풀리는 이치가 있습니다. 현재 일요예회는 원남교당 유보명월 교도(현 교보생명 신창재 대표 모친)의 주선으로 바로 옆 교보빌딩 교육관을 빌려서 보고 있습니다. 기도 등 의식은 마산교당 정정신 교도와 김광은 교도의 정성으로 마련된 상가에서 진행하며, 숙소는 주용운·윤상원 교도내외(주혜정 교무 가족)가 아파트를 내줘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 불사를 추진하며 느끼신 점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확실히 느끼는 점은 영육쌍전 이사병행의 이치처럼 공부와 사업이 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도 800일째 1천여 명의 교도들과 함께 영산성지 구간도실 터에서 기도를 하는데 온 몸이 상쾌해지며 전율이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찌 보면 그때부터 힘을 얻은 것 같습니다. 기도를 하다보면 물아일여의 진경에 들게 되고 그 힘으로 일을 하니 진리의 음조와 음덕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큰일을 할 때에는 귀신도 모르는 자기 적공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단거리 경주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끊임없이 계속 연마하고 적공하면 일과 이치에 밝은 부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경남교구청은 11월 봉불식을 올리면 마산 중심지인 6호광장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상징탑을 통해 일원상과 원불교를 보게 될 것이고, 서울회관처럼 지역 내 대표적 교단 건축물로 교화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대산종사는 일찍이 마산을 두고 “내가 인(印) 치고 싶은 곳”(대산종사 법문집 제3집)이라 법문했다. 재가출가교도들의 정성이 더욱 합해져 불사가 원만히 이루어지는 날, 불연 깊은 마산을 중심으로 경남교구에 이는 교화바람이 더 큰 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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