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여행기

▲ 구름 사이로 드러난 백두산 천지.
삶이란 어제보다 나은 오늘, 전생보다 나은 금생, 금생보다 나은 영생을 향한 진급과 성장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행은 그 성장을 돕는 자양분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일상을 떠나 접하게 되는 낯선 환경이 둔감해진 감각을 깨워서 자신을 비춰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며, 새로운 인연과 문화와 정보를 접하면서 세상과 인생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폭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꼭 떠나야 할 필요는 없다. 깨어있기만 하다면 언제든 일상생활 속에서도 그러한 성장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백두산은 민족의 얼이 살아 숨쉬는 영산으로 어린 시절 애국가 가사에서부터 익숙한 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된 조국의 현실로 인해 쉽게 갈 수 없기에 아련함과 그리움으로 마음에 새겨져 있는 산이기도 하다. 백두산의 천지는 신령스러움을 갖춘 정기어린 산이어서 그런지 좀처럼 그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천지에는 천지를 못 본 사람이 천지’라고 한다.

과연 천지를 볼 수 있을 것인가? 유난히 맑고 화창한 날씨에 활짝 트인 천지를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백두산 정상으로 향하는 지프(jeep)에 몸을 싣고 산을 향해 출발했다.

정상은 산 아래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기상변화로 비바람과 먹구름에 시야가 가렸다. 비바람과 추위에 몸을 떨면서도 동행했던 43인의 출가재가가 개교 100주년의 향한 대정진을 다짐하고 조국통일과 도덕부활, 세계부활, 인류부활을 염원하는 산상기도를 올렸다. 마음과 마음을 합하여 일심으로 함께 기도를 올리니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어떤 감동이 밀려왔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하늘은 짙은 먹구름 사이로 각광을 비추며 순식간에 천지의 전면모를 드러내주었다. 마치 일심으로 올린 기도에 응답이라도 하려는 듯. 이를 본 일행들의 얼굴과 눈빛에서 신기함과 벅찬 감동을 읽을 수 있었다.

다시 지프를 타고 하산을 하니, 그곳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 하늘을 보면서 어느 누가 비바람 들이치는 정상의 하늘을 상상할 수 있을까? 백두산을 뒤로하고 떠나오면서 짧은 소견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어떤 경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 동안 사람이나 일에 대해 내 짧은 소견으로 너무 쉽게 평가하고 판단하려 했던 점이 반성 되면서, 앞으로 사회적으로나 교단적으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평가와 시비의 시선보다는 겸허한 눈으로 바라보리라 다짐하였다.

여행은 언제나 이렇게 작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신선한 자각으로 눈뜨게 한다. 특히 이번 여행은 훈산 윤신택 대호법님과 정타원 송정련 대호법님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소중한 눈뜸의 기회를 주신 두 분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원음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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