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법사 대사식을 올리고

좌산 이광정 종사가 종법사 재위 2기 12년을 마치고 상사(上師)가 되시며, 경산 장응철 종사가 경선에 의해 선출되어 종법사에 오르는 대사식을 성스럽게 치렀다. 전국의 교도뿐 아니라 해외 교도까지 참석하여 영모전 광장을 가득 메운 이만여 대중은 법통(法統)의 승계가 생전에 이루어지는 거룩한 의식을 보고, 교단의 아름다운 가풍을 확인했다.

좌산 이광정 상사는 “안으로 안으로 하나/ 밖으로 밖으로 하나/ 영겁 영겁토록 하나/ 하나도 없고 없는 하나”라는 게(偈)로 종법사 퇴임 법문을 함축했다.

좌산 상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변화의 큰 파도가 밀려오는데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시대를 배우고 준비해야 한다. 교법은 밖에서 꾸어올 수 없다. 안에서의 문제는 항상 교법으로 풀어내야 한다. 음계의 인증은 이미 받았고 양계의 인증을 절대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래서 개교 백주년성업을 성공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했다.

퇴임사에서 게로 뭉쳐준 법문과 평소 자주 하셨던 이 말씀은 지금 개교 100년을 향해 나가는 우리에게 이정표가 될 것이다.

경산 장응철 종법사는 취임사에서 “하늘은 공허하고 땅은 침묵하며/ 산천초목은 푸르고/ 짐승들은 산야를 달리고/ 세상의 흥망은 물결치도다/ 여기 그 어느 곳에 도(道)가 있는가/ 말해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길을 “그대는 보는가, 여기에 도(道)가 있도다/ 그대는 알겠는가, 여기에 덕(德)이 있도다”고 보여주었다.

종법사 법좌에 올라 전 세계 인류에게 주는 첫 메시지였다. 자승자박하고 사는 우리 인생살이를 확 풀어주는 통쾌함이었다. 우리들의 온갖 괴로움과 죄지음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사자후였다. 진리를 가슴에 갊고 사는 삶을 제시해 준 큰 울림이었다. 교단 역사에서 교조 대종사로부터 이어진 법통은 두 번의 열반에 의한 승계와 두 번의 생전 승계였다. 생전 승계의 두 번째로 이루어진 이번 대사식은 종법사 대를 잇는 이·취임행사만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10년 앞으로 다가서 있는 개교 100년을 어떻게 맞아야 하는가 하는 과제를 안고있다. 그래서 이번 대사식은 재가출가 교도 모두가 개교 100년의 의미를 깨닫고 개교 100년을 ‘나’의 개교 100년이 되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서원의 장이었다.

나아가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해답을 주고, 세계 전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비전제시의 장이었다.

개교 100년은 교단 역사가 세 단위에 진입했다는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다.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신 “사오백년 결복(四五百年 結福)”의 관문에 들어서는 것이다. 관문을 통과하는 모든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자격을 갖추지 못하면 편법으로 남의 눈치보며 샛길로 돌아가거나 남의 틈에 끼어 통과하는 떳떳치 못한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기다리는 개교 100년이 이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개교 100년 성업은 우리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경산 장응철 종법사의 취임으로 우리는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맸다. 개교 100년기념성업을 향한 출발이다.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누구 하나 소외된 사람이 있어도 안 된다. 모두 ‘사오백년 결복의 주인’이니 지금 함께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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