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교화방송에 대한 교단적 염원을 모아 원기89년 3월 본방송을 시작한 한방건강TV. 3년 내 흑자전환을 예상했던 처음 기대와는 달리 한방건강TV는 매년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며 교단의 난제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지면에는 한방건강TV의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교정원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살펴본다.


교단은 원기88년 6월 (주)현인위성방송(주)을 설립하고 이듬해인 원기89년 3월 한방건강TV를 개국, 스카이라이프 채널 556번으로 방송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TV방송에 뛰어들었다.

상업방송으로 출발한 한방건강TV는 라디오 교화방송인 원음방송에 이어 TV 교화방송의 교단적 염원을 담고 있었다. 즉 상업방송으로 TV교화방송의 재원을 마련하는 한편 TV방송의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하자는 것이었다.

한방전문채널이 없었던 당시 교단의 풍부한 한방인프라와 정부의 한방육성책, 세계적인 대체의학 열풍 등 ‘한방’의 사업성은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위성방송은 유선방송을 대체할 미래형 뉴미디어로 손꼽혔다.

이런 바탕에서 문을 연 한방건강TV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여겨졌다. 위성방송 가입자가 200만명을 돌파할 경우 스카이라이프에서 배분하는 수신료만으로 채널운영이 가능해 3년이면 흑자전환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방송 시작 3개월 만에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방송초기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방송컨텐츠 제작으로 지출이 늘어난데 비해 주요수입원 가운데 하나였던 인포머셜광고와 밴딩사업에 차질이 생겨 수입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것.

교단은 그해 6월 서울회관에서 긴급 임시이사회를 열고 한방건강TV의 수익 안정성 확보를 위한 운영자 교체의 건을 심의, 신임사장에 황인철 원음방송 사장을 겸직 발령했다. 이후 여러 가지 자구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한방건강TV는 개국 1년이 넘도록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적자는 늘어만 갔다.

그러던 중 교단은 지난해 6월 전 스카이라이프사장 황규환 교도에게 한방건강TV와 원음방송의 운영을 전격적으로 맡기게 된다. 빚더미에 앉은 한방건강TV의 흑자전환이 당면과제였다. 교단은 무보수로 임하는 황 교도에게 교단에서의 추가지출이 불가함을 알리고 예산권·인사권·감독권 등 경영전반에 대한 권한을 3년간 위임했다.

이후 한방건강TV는 두 차례 증자를 하며 공격적인 경영을 시작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 한방대표채널 선포, 케이블TV 진출 등 적극적인 경영은 한방건강TV 인지도 향상 등 어느 정도 성장세를 보였다. 그런 와중에도 한방건강TV의 누적적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교단 일각에서는 더 늦기 전에 한방건강TV의 문을 닫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방건강TV의 흑자 전환이 불확실한 현재 계속될 것이 확실한 누적 적자를 안고 가기 어렵다는 것.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자는 주장이다.

실제 올해 한방건강TV 경영현황보고에 따르면 1기(2003.6∼2004.5) 12억원, 2기(2004.6∼2005.5) 9억원, 3기(2005.6∼2006.5) 14억 8천만원 등 약 4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앙총부의 1년 예산이 80억원인 상황을 감안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방건강TV 측은 이와는 반대 입장이다. 지금이야 말로 한방건강TV가 상업방송과 교화준비방송의 본래목적을 이룰 수 있는 시기라는 것.

누적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교단에서 볼 때 금액 또한 큰 것이 사실이나 수백억원을 투자하고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타 방송과 비교했을 때 결코 큰 손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스카이라이프와 37개 케이블TV방송사(SO)를 통해 230만 시청가구를 확보하고 있고 기존 제작프로그램이 무형자산으로 있는 만큼 낭비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한방관련 프로그램의 장래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IPTV(Internet Protocol TV)’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보다 채널 수가 적은 현행 방송구조에서는 경쟁이 치열해 채널확보를 위해 공공연한 뒷거래가 이루어지는데다 컨텐츠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채널 수가 무한해지는 IPTV 시대에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한방’과 같은 의미 있는 컨텐츠가 더욱 평가받게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방건강TV 관계자는 최근 IPTV의 전단계인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에 컨텐츠를 제공해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방건강TV는 이같은 전망에 바탕해 원광대학교의 한방인프라를 이용한 컨텐츠 제작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광대학교의 매년 홍보비 후원(20억)과 감포 부지(15억) 사용협조를 교단 측에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이렇게 제작된 풍부한 컨텐츠를 IPTV로 제공, 원광대학교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한방건강TV의 수익구조를 갖춘다는 전략이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교화방송인 ‘원불교TV’의 재원마련은 물론 이를 위한 방송컨텐츠도 확보할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IPTV가 상용화되는 시대를 맞아 굳이 그렇게 막대한 금액을 사용하면서까지 한방건강TV를 살려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교화방송을 위한 교두보로서의 상업방송이었지만 IPTV로 환경이 달라지는 이때 바로 TV교화방송을 시작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교단의 인터넷TV방송을 담당하는 iwonTV는 현행과 같은 VOD서비스에 충분한 컨텐츠를 갖추고 있고 실시간 방송에 대비한 프로그램도 이미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컨텐츠 제작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IPTV 시장 역시 급변하는 방송환경 특성상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만큼 진출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한방건강TV 흑자체제 수립까지 재원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한방건강TV의 운영방향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수위단회와 교정원 등 교단 정책 집행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형편이다. 한방건강TV의 요청을 받아들여 적극적인 투자를 강력하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정에 대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원기 100년을 앞두고 서울회관 재건축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펼쳐져 있다. 그동안의 투자를 원점으로 돌리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 또한 막대한 투자비용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에 결정이 쉽지 않다.

이래저래 한방건강TV는 현재 교단의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이제 이 감자를 어떻게 잘 요리 하느냐 하는 결정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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